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2-01   1657

[03호] 뇌물전달 변호사에 대한 엄정수사를 요청하는 서한

수신 : 인천지방검찰청 원정일 검사장 귀하

일시 : 1995년 12월 21일

인천지방검찰청 원정일 검사장님께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박현수 변호사가 인천지검 형사2부 소속 김광암 검사에게 담당된 사건의 축소수사를 부탁하면서 현금 3백만원을 전달하려다 김광암 검사가 이를 거절한 사건이 지난 12월19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박현수 변호사는 동국제강의 불법매립사건을 수임하여 검찰에 그 사건 수사를 축소하여 선처해달라는 청탁을 하면서 현금을 전달한 것이므로 이것은 명백히 증뢰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뇌물의 제공을 부탁한 동국제강 관계자도 엄벌되어야 하겠지만 뇌물을 제공하면서 사건은폐와 축소를 청탁하였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행위로서 형사입건되어야 하며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고 믿는 바입니다.

동시에 이러한 뇌물을 거부하고 뇌물제공사실을 알린 김광암 검사에게는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검사가 뇌물을 거부하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같은 법조인으로서 이러한 사실을 불문에 붙이고 말 가능성이 많은 상황에서 일벌백계하는 의미에서 이를 문제삼은 검사의 용기를 높이사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사법업무에 종사하는 변호사들조차 종 검사들이 적당히 뇌물이라 향응을 받고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음을 드러내 주는 산 증거가 되었습니다. 일반인도 아니고 검찰이나 사법부의 내막을 잘 알고 있는 변호사가 저지를 범행이고 비리라는 점에서 그렇게 보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검찰에 대한 변호사의 인식, 나아가 일반 국민이 가지는 생각이 어떤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좋은 선례인 것입니다.

따라서 박변호사를 변호사회의 자체징계에 맡길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통하여 변호사의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기회에 박현수 변호사는 말할 것도 없고 나아가 뇌물제공을 모의한 동국제강 관계자들까지 엄중히 조사하여 입건한 다음 일벌백계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실추된 검찰과 변호사의 위상을 제자리에 놓고 사법적 정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임을 밝히면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정치와 기업의 부정부패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석한 지금,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고 법을 세워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할 소임이 우리의 검찰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지방검찰청의 조속하고도 엄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위의 서한을 발송한 후 인천지방검찰청에서는 사건의 수사착수를 위한 참고인진술을 요청하여 왔기에 사법감시센터는 참고인 진술에 응했다. 진술조서 작성 과정에서 인천지방검찰청에서는 이 사건을 사전에 인지한 바 없으며 다만 본 단체의 서한으로 사건수사에 착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참고로 이 사건은 1995년 12월 19일자 한겨레신문과 1995년 12월 18일자 인천일보에 게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