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1996-02-23   2096

직업안정법 제33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관한 의견 제출

직업안정법 제33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관한 의견서 제출

95헌마277 직업안정법 제33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관하여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참여연대’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출합니다.

 

1. 의견서 제출 취지

 

헌법 제32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의 권리를 노동헌법으로 규정함으로서 근로를 통하여 생활의 수요를 충족하고 개성과 자주적 인간성을 제고·함양케 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직업안정법은 모든 근로자가 각자의 능력을 계발·발휘할 수 있는 직업에 취직할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에 필요한 노동력의 충족을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근로자의 직업안정을 도모하고 균형 있는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근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직업안정법은 제33조 1항에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는 근로자 공급사업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의 대상과 요건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하여 동법 시행령 제33조 2항 1호에 따라 노동조합법에 의한 노동조합만이 허가를 받아 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근대적인 고용관행의 온상으로서 중간착취 및 강제근로, 고용안정저해, 노동조합의 교섭력 약화 등의 폐해를 수반하는 근로자 공급사업이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처벌규정과 노동부의 미온적인 단속으로 확산일로에 있으며, 사회적으로 불법적인 근로자 공급사업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용역계약을 도급으로 가장하는 편법을 동원하여 법망을 피해 나가는 탈법행위까지 횡행하여 재정경제원의 공식적 통계(총사업체 통계조사보고서)로도 1991년 20만 7천여 명의 노동자가 근로자 공급사업에 의해 근로권의 부당·불법적인 침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불법적인 근로자 공급사업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자, 노동부는 근로자 공급사업을 포함한 파견근로 전반에 대한 제도적 관리와 불법적 파견근로의 근절이라는 입법목적으로 93년과 95년 두 차례 근로자파견법의 입법을 도모하였으나, 이는 중간착취의 합법화로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악법이 될 것이라는 각계의 반대로 인해 입법을 유보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산업수요와 인적자원관리의 효율화를 위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의 필요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바 있으나, 사회·경제적 약자로서 오직 노동을 통해서만 생존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사회적 기본권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직업안정법의 불법 근로자 공급사업에 대한 벌칙조항의 강화와 사용사업주 처벌조항의 신설, 위장도급에 대한 강력한 행정단속이 필요하다고 보며, 현행법상 불법적 근로자 공급사업에 대한 유일한 금지·처벌규정인 직업안정법 33조 등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본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마땅히 기각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2. 헌법소원 심판청구의 경과 및 요지

 

직업안정법 제33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인터 코리아 맨파워(주) 대표이사 양무승은 근로자 공급사업을 영위하는 자로서 직업안정법 위반혐의로 95. 2. 23 서울형사지방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공급사업을 계속하다 95. 8. 28 서울지방검찰청에 의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자 직업안정법 제3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 2항 1호에 의해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 제11조 1항의 평등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95. 9. 21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그 후 95. 10. 31 본건 청구인은 청구취지를 확장하여 직업안정법 제47조 1호, 국내근로자공급사업허가 관리규정 제2조에 의해 헌법 제12조 1항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었고 헌법 제75조의 입법권의 위임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청구인의 주장을 요약하면 첫째, 근로자 공급사업에 관한 직업안정법령상의 관계규정은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만이 근로자공급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하므로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와 동법 제11조 1항 평등권에 위배되며, 둘째 상법상 상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노동조합이 상법상의 상행위인 근로자 공급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어 노동조합법 제1조(목적) 및 같은 법 제3조(노동조합의 정의)와 헌법 제33조 1항의 근로자의 단결권 규정에 위반되고, 셋째, 근로자 공급사업의 허가 대상과 요건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일반적·포괄적 위임입법금지에 위배되며, 넷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이외의 자에게는 사업을 금지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2항을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섯째 위헌·무효인 직업안정법령에 의거하여 처벌조항을 둠으로써 헌법 제12조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각각 주장하면서 법률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입니다.

 

3. 근로자 공급사업의 문제점

 

청구인은 청구취지 확장신청서에서 청구인이 영위하는 사업을 근로자공급사업이 아닌 근로자파견사업으로 규정하여 사업이 법제보다 선행하여 법규가 흠결된 대표적 사업으로 주장한, 현행 노동관계법령상 근로자 공급사업과 근로자 파견사업을 구별할 수 없을 뿐더러 근로자 공급사업과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의 근로자 파견사업은 모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금지하거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것입니다.

 

⑴ 근로자 공급 (혹은 파견) 사업의 실태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 공급(파견)업체가 1,000여 개소이며, 재정경제원의 총사업체 통계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91년 20만 7천명의 파견근로자가 있는데, 파견근로자는 파견업체에 등록만 하고 일정한 회사에 가서 근무하라는 지시만 받고 근무하기 때문에, 소속 업체의 이름 및 파견계약의 주된 내용(근무시간, 임금) 등도 모르고 있는 경우조차 있으며, 같은 일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의 70%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수시로 해고당하며 때로는 노동조합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파견사업자는 파견근로자를 고용하여서 퇴직금, 상여금을 지급하고 건강진단과 직업훈련을 시키는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근로자 등록만 받아서 파견을 요청하는 회사에 소개·공급하는 사실상 ‘직업소개업자’에 가까운 유형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⑵ 중간착취 문제 발생

 

근로기준법 제8조(중간착취의 배제)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타인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하여 부당한 중간착취를 배제하여 노동자의 보호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간착취가 반사회적 인신매매 행위이기 때문이며, 중간착취를 전제로 하여 성립 가능한 근로자 공급사업(근로자 파견사업 포함)은 불법·부당한 반사회적 기업행위로서 파견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70%가량의 임금만을 지급 받고 근로자공급업체가 파견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 중 20~25%를 고스란히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해서 청구인은 근로자 공급사업자가 제3자가 아닌 고용주로서 자기 소속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8조의 타인의 취업에 개입하여 취득하는 중간착취에 해당하지 않고 내용상 퇴직금, 상여금, 산재보험 등을 적립해야 하므로 모집·채용 등의 관리비를 파견계약의 대가로 받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중간착취가 성립하지 않으려면 임금 및 복지수준이 동일노동의 정규직과 비슷해야 하며 사용사업자가 파견업자에게 지급하는 단가가 정규직에게 지불하는 임금보다 많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관리비 이외에도 약 4% 가량의 고정이윤을 책정·수취해 감으로써 중간착취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며, 사용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은 도외시한 채 근로자의 등록만 받아서 파견을 요청하는 회사에 소개·공급하는 사실상의 ‘직업소개업자’에 가까운 유형도 많은 것이 근로자 공급사업의 현황이고 보면 근로자 공급사업은 근로기준법 8조에 위반하는 중간착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⑶ 노동조건 악화와 고용불안

 

청구인의 주장에 의하면, 근로자 공급사업(근로자파견사업 포함)은 탄력적인 노동력 이용방식의 필요성과 점증하는 유휴 여성인력 등의 노동시장 여건 변화라는 배경 하에 등장하여 확장일로를 걷고 있는 미래지향적 성장산업이며 국제적으로 정형화되어 있는 사업으로서 입법의 불비로 위법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

그러나, 서구 선진 제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비용의 절감과 노동조합의 단결력 약화라는 목적에서 근로자 공급사업이 도입되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경미한 처벌규정과 미온적인 단속으로 근로자 공급사업이 확산된다면 정규직 근로자가 파견근로자로 대체되어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줄어들어 단결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파업중인 회사에서 근로자를 공급받아 일하게 되어 파업을 무력화하는 부당노동행위의 가능성도 우려됩니다. 또한 파견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를 대체함으로써 사용사업체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야기되고 파견근로자도 수시 해고됨으로 정규직·파견직을 불문하고 노동조건의 악화와 고용불안의 심화는 자명한 것으로서 노사간 극한적 대립으로 인한 노사관계의 불안정이라는 결과를 야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⑷ 파견근로의 비경제성

 

청구인은 공급사업에 대해서 전문기술인력을 탄력적으로 이용하여 일시적 노동수요에 대처함으로써 인력란을 대처함으로써 인력란을 겪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신규취업자에게는 고용기회를 효율적으로 제공해 주는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 공급사업의 확산은 기업으로 하여금 생산성 증대를 통한 비용절감 노력보다는 단기적인 저임금정책을 통한 비용절감에 주력케 함으로써 파견노동자의 귀속감, 책임감 결여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즉, 기술투자 및 인력투자를 게을리 하고 단기적인 저임금전략을 통한 기업의 생산성 증대 추구는 곧 장애에 부닥치고 말 것입니다.

또한 중소기업의 인력란을 들어 불법적 관행인 근로자 공급사업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도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는 원래의 목적조차도 도달하지 못하게 될 것인 바, 재벌위주의 경제정책과 불공정거래로 인한 재벌과 중소기업간의 잘못된 관행이 시정되지 않는 한, 단지 저임의 미숙련 노동력의 제공은 미봉책에 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향후 근로자 공급사업체가 노동시장의 공급구조를 장악하게 되면 이윤추구를 앞세운 인력공급으로 오히려 인력란이 가중될 수도 있으므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근로자 공급사업의 경제성 논리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은 주장일 뿐입니다.

 

4. 직업안정법 제33조 등에 대한 위헌여부 검토

 

⑴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및 과잉금지원칙(헌법 제37조 2항)의 위반문제

 

청구인은 직업안정법이 근로자 공급사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면서 노동조합에게만 독점적으로 근로자 공급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 및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 공급사업은 성질상 인격체인 사람을 매개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중간착취, 강제근로,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약취·유인 및 인신매매 등 범죄행위와 연계될 수 있는 업무로서 모든 기본권 주체가 자유롭게 직업으로 선택하여 영위할 경우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체인 노동조합에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직업선택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며 헌법 제37조 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이 가능하므로,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근로의 권리 등의 공공복리 실현을 위해서 제한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근로자의 자유의사와 이익을 존중하여 고용안정과 정당한 고용조건을 도모하고자 하는 공익과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비교·교량하면 생존의 수단인 근로자의 근로의 권리가 근로자 공급사업자의 이윤추구 수단인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우월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직업의 자유의 제한이론인 단계이론에 의할지라도 근로자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하므로 객관적 사유에 기한 직업결정의 자유의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근로자 공급사업의 일반적 금지 및 허가에 관한 직업안정법 제33조 및 시행령 제33조 2항 1호가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 및 헌법 제37조 2항(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이유 없으므로 기각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⑵ 평등의 원칙(헌법 제11조 1항) 위반문제

 

직업안정법 시행령 제33조 2항 1조는 근로자 공급사업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자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한정하고 있는 바, 청구인은 이러한 자격요건의 제한은 평등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1조 1항은 민주적 법질서의 내재적 이념이라 할 수 있는 평등의 원칙을 규정하여 기회균등과 자의의 금지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는 “동일한 것은 평등하게, 상이한 것은 불평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헌법 제11조 1항이 규정하는 평등의 원칙은 결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적용이나 입법에 있어서 불합리한 조건에 의한 차별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89헌가37)

합리적 차별을 인정하는 상대적·실질적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강조되는 정치적 영역보다는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강하게 드러나는데,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상 최고권리와 공공복리라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경우에 이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합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 공급사업은 중간착취적 성질을 띠고 있어 고도의 공공성, 윤리성을 요구하므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체로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만이 이러한 사업을 영위할 자격을 갖게 한 직업안정법 시행령 제33조 2항 1호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는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⑶ 노동자의 단결권 (헌법 제33조 1항) 등 위반문제

 

청구인은 노동조합법에 의한 노동조합을 근로자 공급사업의 주체로 규정한 직업안정법 시행령 제33조 2항 1호가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상법상 상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노동조합의 상행위를 가능케 하여 노동조합법 제1조(목적), 제3조(정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합니다.

본질적으로 근로자의 노동조합 결성권을 의미하는 단결권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사용자에 대한 대등한 교섭력의 확보를 위한 사회적 기본권이며, 조합원 사이에 계층적 지배관계에 따른 강제근로·중간착취가 존재할 여지가 없는 자주적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근로자 공급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노동조합의 기본 목적과 합치하므로 헌법 제33조 1항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노동부 장관이 근로자 공급사업의 허가를 할 때, 노동조합이 공급사업을 이유로 근로자로부터 금품 기타의 이익을 받는지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으며, 근로자 공급사업을 행하는 노동조합은 소속 근로자로부터 2%의 조합비 이외에는 일체의 금품징수를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근로자공급사업은 영리목적의 상법상 상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해야 합니다. 기업거래에 관한 개체의 경제적 이익의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상법과 달리 노동자의 생존의 확보와 생활이익 옹호라는 사회정책적 이념을 지닌 노동법은 그 영역을 달리하므로, 직업안정법 시행령 제33조 2항 1호가 노동조합법 제1,3조 및 상법 제4,5조에 위반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되어야 할 것입니다.

 

⑷ 포괄적 위임입법금지의 원칙(헌법 제75조)의 위법문제

 

청구인은 직업안정법 제33조가 근로자 공급사업의 허가제를 규정하면서 동조 제3항에서 “허가대상과 요건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한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대통령령에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였고, 국내근로자공급사업 허가관리규정(노동부 예규 제182호)이 직업안정법령의 수권도 없이 공급사업 수행자의 범위를 정함으로써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원칙(헌법 제75조)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합니다.

사회국가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생존까지 배려해야 할 과제를 부담한 사회국가가 출현하고, 위기 정부의 항상화 현상이 나타남으로서 법률은 입법의 대강만을 규정하고 전문적 사항에 관한 입법은 집행부에 위임하는 행정입법이 증가하였습니다. 위임입법에서도 사실상 입법권의 백지수권과 다를 바 없는 일반적·포괄적 위임은 기본권의 무제한적 침해를 초래할 소지가 있어 금지되나,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특정의 행정기관에게 위임하는 특정적·구체적 위임은 당연히 인정되고 있습니다.

직업안정법 제33조 3항의 규정은 동법 제33조 1항에서 근로자 공급사업이 노동부장관의 허가사항임을 밝힌 후, 허가업무를 집행하기 위한 구체적·개별적 사항인 요건과 대상을 위임한 것으로서 헌법 제75조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노동부 예규인 국내근로자공급사업 허가관리규정은 근로자 공급사업 주체의 범위를 확정하는 데 있어서 해석의 기준을 보충적으로 제시한데 불과하여 기본권 침해와는 관계가 없다 할 것이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⑸ 신체의 자유 (헌법 제12조) 위배문제

 

청구인은 헌법소원 청구취지를 확장하면서, 직업안정법 제33조 1항을 위반한 근로자 공급사업자의 처벌을 규정한 동법 제47조 1호는 위헌·무효인 제33조에 기하여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직업안정법 제33조는 앞에서 검토하였듯이 헌법상 근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헌법에 합치하며, 95년 6월 현재 근로자 공급사업 단속요령에 의거 461개 용역업체 13,222명에 대해 공급중지의 시정조치와 12개 업체 고발이라는 단속이 행해졌음에도 50만~100만원의 경미한 벌금에 그치는 것이 고작이어서 처벌을 감수하고 불법적인 근로자 공급사업을 계속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직업안정법 제47조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적법·정당한 제한으로서 청구인의 위헌주장은 이유 없다고 볼 것입니다.

 

5. 결론

 

근로자 파견사업을 포함한 근로자 공급사업에 대한 노동자와 사용자측, 그리고 정부의 시각은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우리 만치 첨예하게 대립하여 근로자 파견법 도입을 둘러싸고 이미 93년과 95년 두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중간착취의 합법화로 인한 인신매매의 소지와 노동조건 악화, 고용불안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의 합법화를 격렬히 반대하는 노동계의 입장에 대해서 노동시장의 여건 변화와 파견노동자의 철저한 보호를 명분으로 근로자 파견사업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정부, 사용자의 입장 차이가 결국은 근로자파견법의 입법 보류로 나타났습니다.

근로자파견법을 둘러싼 이러한 논쟁의 와중에서 근로자 공급사업의 합법화를 추진한 불법적 근로자 공급업체에 대한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게 되었고 근로자파견법의 보류에 따라 직업안정법의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근로자 공급사업의 합법화를 꾀하지 않는가 하는 의혹을 갖게 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파견근로의 규제입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일고 있고,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는 파견기간 단축, 사용사업주의 산재비용 부담 등이 강화되고 있으며, 독일은 상용고용형 만을 인정하고 캐나다, 영국 등에서 위장도급에 대해 사용사업체와 파견사업체의 연대책임을 지게 하는 등 선진제국의 근로자 파견제도의 개혁노력을 지켜보면서 현행법상 근로자 공급사업에 대한 유일한 단속·처벌규정을 포함한 직업안정법의 강화와 행정당국의 엄격한 처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자본에 대해서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의 보호문제는 단순히 한 계급의 생존권, 이익보호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유지, 발전을 위한 기본 토대가 되는 것입니다. 중간착취나 강제근로의 피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규정인 직업안정법상 근로자 공급사업 금지조항마저 철폐되어 영리를 목적으로 한 근로자 공급사업이 ‘직업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무제한 허용된다면 그로 인한 노동자의 피해와 경제질서의 혼란은 극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직업안정법 제33조 및 동법 시행령 제33조 2항 1호, 제47조 1호가 헌법에 위반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본건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되어야
할 것입니다.

jwc19960213.hwp

첨부파일:

참여연대 후원 회원이 되시면 [달력+커피]를 드립니다 ~11/30

회원가입 이벤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