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최규선씨의 녹취록에 대한 논평 발표

청와대와 검찰의 사건은폐 의혹을 드러낸 최규선의 녹취록

1. 최규선씨의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녹취록의 내용은 충격과 함께 참담함을 안겨준다. 한 나라의 국가 운영이 법과 원칙이 아닌 뒷골목의 질서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듯 해서다. 아직까지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은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녹취록의 내용이 하나둘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의혹과 추측의 밑그림을 그리고 사건의 전모를 이해하는 독해법으로 부족함이 없다.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책임은 현재까지 검찰의 몫이다. 하지만 녹취록 중 검찰과 관련한 내용을 살펴볼 때 과연 이 사건수사를 검찰이 떠맡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바로 범죄행위를 감추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검찰과 청와대의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 때문이다.

2. 녹취록은 ‘홍걸씨에 관한 최규선의 진술을 두려워해 검찰과 청와대가 최규선씨 소환에 대해 상의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최규선이 홍걸씨에게 준 3억원과 관련해서도 “수표추적을 피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므로 (검찰)소환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최규선씨의 밀항을 위해 검찰이 시간을 벌어 주고 있다’는 대목도 있다.

이는 검찰이 청와대 혹은 여타의 국가기관과 이 사건을 협의하고 수사일정을 조정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하고 범인을 도피시키려 했다는 강한 의혹을 갖게 한다. 아울러 그 시점이 현 이명재 총장체제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수사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이명재 총장은 무엇보다 우선해서 이같은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3. 98년 마이클 잭슨의 공연과 관련한 수사에서 검찰이 최규선씨를 무혐의 처리한 것도 문제투성이다. 이 사건은 경찰이 횡령 및 사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검찰이 영장을 기각하고 무혐의 처리한 것이다. 최규선씨는 무리하게 자신을 사법처리하려 했으나 공연이 이뤄짐으로써 결국 무혐의 처리되었다고 주장했다.

최규선씨 주장의 진위 여부를 떠나 정무수석과 국정원장이 구속수사를 지시하고, 홍걸씨를 통해 구명요청을 했으며, 법무비서관의 지시로 영장이 기각되는 일련의 과정은 검찰의 수사와 사법처리가 법과 원칙보다는 지시와 압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최규선씨 수사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리된 경위와 그 과정에 권한을 남용해 부당하게 수사를 지시하거나 혹은 무혐의 처리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람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검찰은 진상을 밝혀야 한다.

4. 최규선씨는 녹취록에서 “이만영 정무기획비서관과 최성규, 2명의 국정원 직원이 모여 수차례 대책회의를 개최”해 “최규선을 밀항시킬 계획을 짰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단 최규선씨 뿐만 아니라 최성규씨의 해외출국과 관련해서도 여러 의혹의 실체를 가늠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야당은 최성규씨의 해외 출국에 대해 국가기관의 개입가능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 녹취록의 내용은 최성규씨가 왜 출국했고, 이 같은 해외도피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보여준다. 홍걸씨에게 쏟아지고 있는 각종 의혹의 진원지인 최규선씨와 최성규씨를 빼돌리기 위해 청와대와 경찰청, 국정원이 밀항을 기획하고 검찰은 그때까지 출국금지 요청을 늦췄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처럼 검찰이 의도적으로 신병확보를 게을리 함으로써 이 사건의 파장을 줄이려 했다는 의혹이 검찰의 그동안의 해명보다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들린다.

5. 녹취록을 통해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범인을 도피시킴으로써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 쏟아지고 있는 각종비리가 타락한 일부의 개인범죄가 아니라 정권차원에서 저질러진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비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만큼 비리와 부패를 감추기 위한 국가기관의 개입과 축소은폐 시도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검찰 역시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이같은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모든 의혹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할 수사의 주체라는 점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최근 사건들의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와 이를 통한 신뢰회복이라는 검찰의 지상과제와 특검제 실시라는 양날의 칼위에 검찰은 위태롭게 서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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