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09-12-08   1614

[헌법특강2] 헌법은 카드포인트다

 

참여연대에서는 지난 23일(월)부터 ‘우리시대 헌법읽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헌법교수, 국회의원, 전 헌법연구관 등을 강사로 초청하여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기본권과 헌법소송 절차 등을 배워 봅니다.
다음은 두번째 강의였던 ‘시민의 몸과 기본적 자유의 보장’ 후기입니다. 후기는 박재민 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참여연대는 11/23~12/14까지 '우리시대 헌법읽기'라는 제목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을 공부하는 특강을 진행한다.
보통 “헌법”이라고 하면 많이들 어렵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접 강의를 들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신청했던 강좌였다. 하지만 기대는 잠시, 법을 공부하는 친구가 “헌법 수업이라면 전공자들도 지루하고 어려워하는 편인데 괜찮겠어?”라고 걱정해주고, 1강 수업은 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공으로 날리고, 왠지 예감이 안 좋았다. (사실 단순히 머리가 나쁜 것뿐이었지만) 미적지근한 마음을 안고 2강 수업을 들으러 갔더니…… 결과는? 대만족!

보통 “헌법”이라고 하면 많이들 어렵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종철 교수의 강의는 달랐다. 생활 속 이야기와 맞닿은 헌법 설명은 이해하기도 쉬웠고 재밌었다.

2강의 주제인 <시민의 몸과 기본적 자유의 보장>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중에서도 “자유권”에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그는 단호히 헌법 없이는 인권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모든 인간이 날 때부터 타고난다는 자유와 평등이란 개념 자체도 누군가 인정해 주기 전엔 억압당하기 쉽다. 오랜 기간 신분제 사회가 유지되고 각종 차별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 그 예다. 헌법은 자유와 자유가 충돌하는 무법천지의 약육강식에서 인권을 보호해주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교수님은 인권이 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통해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헌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헌법”과 같은 “개념”은 일반 사회 현상을 추상화시킨 이론적 틀이다. 이런 개념들을 통해서 더 넓은 범위의 종합적 인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결국 이런 사고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평소 어려운 것을 회피하길 잘하는 나에겐 큰 꾸짖음처럼 다가왔다. 그래, 어렵다고 해서 피할게 아니라 그걸 통해서 더 많이 배워야지. 비록 오늘 수업처럼 옆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이가 없다 하더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해 강의하는 김종철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의는 계속 열기를 띄며 이어졌다.

우리가 가진 모든 권리는 법 없이는 보장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권의 본질은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것인데 이는 또한 한 개인의 자유와 다른 개인의 자유가 모두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소린데 실제로 이는 가능할 수가 없다. 내가 노래 부르고 싶다고 24시간 고성방가한다면 귀청이 찢어지는 옆 사람의 인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인의 자유’는 결국 ‘만인의 자유 vs 만인의 자유’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런 ‘자유’ 사이의 간격을 조정하고 채워나가는 것이 바로 현재 인권의 본질이며 이를 위해 헌법은 각각의 인권을 보장하고 조율해 줄 도구로서 존재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힘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가 자연적인 사회였다면 헌법공동체인 국가는 헌법이 인정하는 틀 안에서 국가 자체가 나서 분쟁을 조절하는 사회다. 개인의 자유는 여러 이유에 의해 제한당한다. 경제적 위치에 따라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다를 수 있고, 집단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자유의 틀이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경제적인 요소나 집단과 같은 일상 속의 조건들 때문에 자유를 비롯한 개인의 기본권들이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중에서 ‘정치적 자유’는 필히 시민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국민은 자신의 손으로 자유를 조정할 권력을 국가에게 위임하고 국회와 정부는 이렇게 위임받은 권력을 통해 국가를 운영한다. 국가가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의 권리를 억압한다면 이는 ‘정치적 자유’의 말살이나 다름없다.

헌법 제 37조 1항(…열거하지 아니한 것 중에서도…결코 무시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과 2항(…모든 권리와 자유는 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에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와 자유”에 대해서 헌법에 명시하지 않는 기본권까지도 지켜줘야 한다고 보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의 장점이기도 하고 그만큼 헌법으로서 기본 틀은 튼튼함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본권이 훼손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 어떤 이유에 의해 타인 소유의 집을 점거하는 불법점거를 했을 때 이를 해산하는 권리가 경찰에 있다 하더라도 그 해산 방법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무자비한 불법행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불법점거를 한 이에게도 그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만큼 기본권을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용산 참사에서 철거민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우리는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세입자라는 이유로, 철거민이라는 이유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또 다른 누군가가 어떤 이유를 들어 쉽게 인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인권은 어떤 개별적인 이유 때문에 무시해도 될 것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눈 감았던 일이 나에게 닥치게 된다면? 우린 누구에게 손을 뻗어야 할까? 결국 헌법이 올바르게 인정받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개개인의 인권과 삶이 보장받을 수 있다. 용산사태는 단순히 경제적인 실리를 가지고 논할 수 없는 문제다. 법치국가라면 법을 통해서 말해야 한다.

사실 국가는 조삼모사한 존재다.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좋은 놈이기도 하고 그런 좋은 일을 한답시고 나쁜 일까지 서슴없이 저지르기도 하고, 결국 선행과 악행을 번갈아 가며 하는 이상한 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필요악은 잘 따져 봐야 한다. 개인이 자신의 자유(기본권)가 어떤 시스템 속에서 발휘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직접 그 안에 참여할 수 있을 때에만 그 개인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라고 생각하면 쉽다

카드 포인트는 카드 주인이 따로 사용하기 전에는 사용되지 않다가 유효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추구할 권리 또한 항상 체화시키고 곁에 두어야지 발현되는 것이지 이를 외면하고 침묵하면 약육강식의 권력 앞에서 무너져버릴 수밖에 없다. 현재 사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ex.미네르바 사건) 집회의 자유(ex.광장 막기.촛불집회 금지)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보장(ex.이메일 감청) 등 이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까닭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무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누군가 어떤 이유를 들어 타인(혹은 집단)의 자유를 빼앗고자 할 때, 그 이유가 타당한지 아닌지는 따지는 것은 하수가 하는 짓이다. 우리는 그런 이유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빼앗긴 자유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냐 아니냐를 생각해 보고 각자에게 주어진 인권을 정당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교수님은 모든 인권이 수평의 관계에서 평등하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권도 상황과 관계에 따라 보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철도 노조가 파업을 했을 때 정부는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면서 ‘시민의 불편함’만을 이유로 파업철회를 종용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법이 요구하는 범위만큼 인력 배치와 운행을 잘 시행하고 있었고 그들의 파업은 헌법에 명시된 정당한 절차였다. 잘 모르는 시민들은 단순히 정부와 보수 언론의 시각으로 단순히 불편한 게 싫으니 철도노조의 파업을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노조의 정당한 행위를 시민들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정부가 자신에 입맛에 따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무시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각 자유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내에서는 서로 조율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이를 잘 실천해야지만 진정한 인권 발현이 가능할 것이다.

이 외에도 훨씬 많은 내용을 설명해주셨는데 지면 관계상(?) 줄여야겠다.

다음에 지인들에게 시청 앞 광장 조례개정 서명용지를 나눠줄 때 오늘 들은 수업을 토대로 “헌법”을 열심히 설명해주면 귀에 쏙쏙 박히고 서명도 쓱쓱 하지 않을까? 오늘 배운 거 잊지 말고 잘 기억해야겠다. 이번엔 까먹지 말아야지!

글쓴이_박재민(회원)

* 강좌안내

<우리시대 헌법읽기 : 우리가 알아야 할 헌법의 기본권>
1강(11/23) 기본권을 바라보는 시각들과 대한민국 헌정사 _김승환 교수(전북대, 한국헌법학회장)
2강(11/30) 시민의 몸과 기본적 자유의 보장 _ 김종철 교수(연세대)
3강(12/7)  사회적 기본권의 과거, 현재, 미래 _ 이정희 국회의원(민주노동당)
4강(12/14)  헌법재판의 ABC _전종익 교수(서울대, 전 헌법연구관)

월 저녁 7-9시,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진행합니다.

*개별 강좌 수강문의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로 연락 주세요.
02-723-0666 (이진영 간사 regina@psp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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