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0-04-09   2207

[논평] 한명숙 전 총리 무죄로 개혁대상임을 스스로 드러낸 검찰

횡포에 가까운 강압수사 등으로 정치적 행태 드러낸 검찰에 대해

‘공판중심주의·집중심리제’ 법원 노력으로 상식과 진실 재확인돼

오늘(9일) 법원이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이번 판결이 검찰의 기소가 비상식적이고 표적수사와 편파수사로 점철되었음을 인정한 판결로서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상식적이며 당연한 판단이라고 본다.

참여연대는 이번 1심 판결을 통해 가히 횡포에 가까운 피의사실 공표와 법정증인에 대한 강압수사 등 온갖 탈법과 편법으로 권력의 의도에 부응하는 검찰의 정치적 행태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재확인시켜 주었다고 본다. 반면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입각해 공판중심주의와 집중심리제로 피고인에 대한 무분별한 흠집내기를 최소화하면서도 오로지 공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려 최선을 다한 사법부의 노력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

@ [이명박 정부 2년 검찰 보고서 – 퇴행하는 한국 검찰] 자료 보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 김형두 부장판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 씨는 위기 모면하기 위해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하는 성격으로 보인다”며 “곽 씨에 대한 검찰의 조사시간이 진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곽 씨에 대한 심야조사가 면담이었다는 검찰의 해명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곽 씨가 궁박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검찰에 협조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사실상 검찰의 강압수사에 의한 것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이 같은 판결은 지난 한 달간의 공판과정에서 충분히 예견되었다.

구겨진 정치검찰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는 ‘2006년 12월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오찬 뒤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 달러를 한 전 총리에 직접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만을 토대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그러나 정작 곽 전 사장은 2차 공판(3월 11일)에서부터 “한 전 총리에 직접 건넨 게 아니라, 돈을 의자에 놓고 나왔고, 누가 가져갔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말해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핵심 진술을 번복했다. 결국 재판부의 권고로 검찰은 곽 전 사장의 법정진술 내용대로 공소사실을 특정하여 공소장을 변경하는 수모를 당했다.

곽 전 사장은 자신이 건넸다는 뇌물액수조차 수시로 말을 바꿨다. 곽 전 사장은 검찰의 첫 조사에서 10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가 조서를 작성할 때는 3만 달러로, 돈 준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가 변호인과 상의 끝에 5만 달러로 액수를 정했다. 또 결심 공판 직전에 있었던 MBC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이 특가법상 뇌물액수에 따른 가중처벌을 위해 액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뿐 아니다. 곽 전 사장의 법정진술을 통해 표적 수사·강압 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임의성이 인정될 수 없음이 드러나면서 재판부가 판결에서도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곽 전 사장은 “심장이 좋지 않은데 조사가 끝난 뒤에도 새벽 1~2시까지 남아 검사와 면담을 했다”, “(몸이 아파서) 살기 위해 진술했다”, “(검사가) 호랑이보다 무서웠다”고 말하며 법정에서 울먹이기까지 했을 뿐 아니라, “검찰이 전주고 나온 사람들은 다 대라고 한 적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곽 전 사장은 “예”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의 무리수는 공판과정에서도 탈법과 편법을 저지르는 것으로 이어져 형사소송법상 원칙과 공판중심주의를 거슬러 재판부로부터 수차례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경호원인 윤 모 씨가 법정에서 검찰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하자, 검찰은 윤 씨를 위증 혐의로 소환 조사했고, 다른 경호원들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여 그들의 증언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이 개시된 뒤부터는 법정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상의 직접주의 원칙을 들어 검찰의 추가조사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또 증거기록에도 없는 자료를 증인신문에 활용하다가 재판부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한 전 총리를 신문하는 과정에서는 재판부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위압적·모욕적’이라는 이유로 배제된 질문을 했다가 재판부의 제지를 받은 바 있다.

   

무엇보다 검찰은 수사단계에서부터 버리겠다, 고치겠다고 공언했던 잘못된 수사 관행들을 교묘히 악용하기까지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불러왔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서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가 되었음에도 수사단계에서부터 언론들에 피의사실을 슬쩍 흘렸다.전직 대통령 스스로가 목숨까지 내던지게 만들어 국민들을 크나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를 또 다시 반복함으로써 정권의 의도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면 법조차 어길 수 있다는 정치검찰의 면모를 드러냈다.

곽 전 사장이 대한통운 사장 재임했던 시절 증권거래법 위반과 미국 부동산 매입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검찰은 자금 출처 수사도 없이 내사 종결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곽 전 사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검찰의 기소재량권을 남용했거나, 검찰과 곽 씨 사이에 사실상 플리바게닝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대목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곽 전 사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함께 기소된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에 대한 구형에 비해 낮아 형평성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곽 전 사장과 검찰 사이의 빅딜 의혹이 충분히 근거가 있음을 재판부가 확인시켜 준 것이다.

 
한편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공판은 공판중심주의와 형사소송법상 기본원칙을 철저히 지키려 한, 사법사상 거의 최초의 재판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의 공판을 집중심리제로 진행한 것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권과 검찰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기나긴 공판과정 자체가 피고인에 대해 정치적․도덕적 흠집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공판과정에 국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 검찰의 수사·기소, 법원의 재판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 앞으로도 법원은 정치적·사회적 파장이 상당한 사건들의 공판에 대해서는 집중심리제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숱한 잘못들과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정점에 달했을 당시, 국민들에게 이제는 달라지겠다며 다시금 믿어달라던 검찰이다. 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무엇을 믿어달라는 것인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1년이 지난 지금,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와 1심 판결을 통해 다시 한 번 스스로가 더 이상 미루어둘 수 없는 개혁대상임을 재확인시켜주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의도에 부응하기 위해 곽 전 사장의 진술만을 토대로 한 전 총리를 무리하게 기소한 것에 대해 이제는 검찰이 답해야 한다. 검찰이 자신이 가진 검찰권을  어떻게 쓰는 것이 진정 ‘국민의 검찰’다운 것인지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이제는 더 이상 검찰을 가만히 두고만 볼 국민들은 없다.
 
 

JWe2010040900.hwp– 논평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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