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기타(jw) 2010-11-02   2229

[국가인권위]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사임의 변(辯) 등



2010년 11월 1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독단적 인권위 운영과 국가인권위의 역할포기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유남영, 문경란) 중 2명이 사임을 했습니다. 그리고 두 상임위원의 사임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의 다수 직원들이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두 상임위원의 사임의 변(辯)과 국가인권위 직원들의 의견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의 국가인권위원회의 상황을 시민들이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될 자료라 보아, 이를 참여연대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합니다. 인권위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유남영ㆍ문경란 상임위원 사임의 변 >




사임의 변 – 유남영




저는 2010. 11. 1.자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 상임위원직을 그만 두고자 합니다. 우선 2009. 4.의 조직축소의 과정 및 그 이후에 위원회를 떠난 많은 분들께는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현재 위원회에서 성심껏 노력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현 정부 들어와서 촛불집회사건, MBC PD수첩사건, 미네르바 사건, 국가기관의 사찰활동(국군기무사,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정치인, UN 특별보고관 등에 대한 사찰), 양천경찰서 고문사건 등에서와 같이 정부가 공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거나 남용한 한 예가 많습니다. 이 중 국가기관에 의한 민간인 등에 대한 사찰활동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로서 법치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안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히 개별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상황 전반을 위축·냉각하여 악화시켰습니다. 본래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법치주의란 국민이 국가권력에게 요구하는 것이지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지시하는 것이 아닌 이상, 국가인권기구의 핵심적인 기능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증진하기 위해서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국가인권기구는 어떠한 집권세력과도 인권의 보호(protection)를 위한 긴장과 인권의 증진(promotion)을 위한 협력의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원회는 국가기관의 사찰활동 및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서 보듯이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기구가 국가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에 소극적이면서 행사 및 이벤트에 치중하거나 집권세력의 구미를 맞추는 사안이나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데에 주력하는 행태를 보여 집권세력과 긴장도 협력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은 후진국 국가인권기구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와 같이 이름과 무늬뿐인 국가인권기구를 일컬어 인권침해가 없음을 증명하는 형식적인 제도로만 작용하는 “알리바이 기구”(alibi institution)라고 부릅니다. 위원회가 알리바이 기구가 아니라 활성화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소통과 통합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위원회의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에 관하여 2010. 10. 28. 선고한 결정을 보면, 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조차도 청구할 수 없는 비정규 국가기구로 격하되어 취약한 법적기반 위에 존립하고 있음이 거듭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헌법개정을 포함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위원회의 현재의 모습은 이러한 취약한 법적 기반을 보강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원회가 현행 위원회법에 따라 주어진 권한조차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위원회는 밖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안으로는 위원회의 운영에 있어서는 위원회답지 못한 파행을 계속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파행 가운데 위원회의 내부적인 운영과 관련하여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1) 국회에서의 독립성에 관한 위원장의 발언, (2) 운영규칙에 명시된 임시 전원위원회 및 임시 상임위원회 소집요구에 대한 위원장의 부당한 거부, (3) 행정안전부의 요청이 있다는 이유로 행한 별정직 과장에 대한 면직, (4)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서 제출과정에서 위원장의 회의의 일방적 중단과 이 의견서를 작성을 도운 담당 사무관의 사직, (5) 전원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안건에 대하여 의결 없이 위원장이 자신 및 일부 위원의 특정한 입장을 2010. 2. 위원회 공식입장인 것처럼 국회 외통위 간사들에게 설명하고 설명자료를 제출한 행위, (6) 상임위원 3인을 포함한 위원 5명이 위 (5)의 행위가 위원장 및 해당직원이 위원회 내부의 의사규칙을 위반하여 징계사항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해당 직원이 이러한 지적이 자신에 대한 인격권침해에 해당된다는 진정을 제기하여 상임위원 3인을 피진정인으로 모두 조사하면서도 정작 위원장 자신과 해당 직원의 의사규칙 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점, (7) 상임위원이 상임위원회에 안건을 제출할 수 없다고 결정한 전원위원회의 결의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사항은 위원회의 운영에 관하여 오시범(誤示範)을 보인 대표적인 실례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오시범은 지난 2010. 10. 25.자 전원위원회에서 상임위원회의 안건을 위원장이 상임위원회(위원장과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2인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3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의 결의 없이 단독으로 전원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취지로 운영규칙을 개정하는 안건이 상정되어 논의하는 것에서 그 정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행 운영규칙상 위원장은 상임위원회나 전원위원회에 어떠한 안건을 상정할지, 상정을 하더라도 언제 상정할지를 결정합니다(위원회 내부에서 사무처에서 우리 사회의 인권현안에 대하여 다루기를 포기하거나 특정 현안을 다루더라도 그러한 현안에 대한 안건상정이 수개월씩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정안의 의도는 위원장 및 일부 위원들이 상임위원회에서 자신들의 맘에 들지 않는 결정(예를 들면, 정보통신심의제도와 노동조합설립신고제도에 관한 개선권고 등)을 내리는 것을 사전에 아예 차단하고 이를 위하여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개정안이 통과될 때에는 사무처를 지휘하는 위원장에 의한 독주가 더욱 강화되어 위원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 설치된 상임위원회의 존재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지난 2009. 7. 현재의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위원회가 과연 어디까지 가는지, 추락의 바닥은 어디인지를 지켜보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근본적으로 현 집권세력의 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경시에서 유래하고 있으며 가깝게는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위원회법 제5조 제2항의 자격요건(“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깡그리 무시된 데에 그 까닭이 있습니다. 인권이란 학술적인 이론과 법률적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감수성과 실천의 문제이므로 이러한 자격은 위원선임의 핵심적인 요건입니다. 저의 사임 이후 가까운 시일 내에 위원 4명의 교체가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 집권세력이 위원회법 제5조 제2항의 자격요건을 준수하면서 파리원칙(Paris Principle)에 따라 공개되고 투명하게 임명절차를 진행할 지의 여부는 현 집권세력이 인권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저는 그 동안 상임위원으로서 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하고 위원회답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하여 미력이나마 진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저의 이러한 노력이 오히려 운영규칙의 개정안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오히려 반대의 방향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보면서 저의 임기가 2개월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사임을 하는 것이 제가 위원회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지난 2년 10개월 동안 위원회에 근무하면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사임의 변 – 문경란



저는 2010년 11월 1일자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상임위원을 사직하고자 합니다. 예정된 임기를 10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사임의 변을 쓸 수밖에 없는 저의 심정은 참으로 곤혹스럽고 안타깝습니다. 2008년 2월, 국민의 인권을 돌보라는 소임을 받고 기쁨과 설레임을 안고 첫 출근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때의 열정은 지금도 가슴 한 켠에 살아있어 때로 저의 마음을 요동치게 합니다. 그럼에도 오늘 사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대해 자괴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인권위 근무의 전반부는 열정과 신바람과 보람의 나날들이었습니다. 인권위 동료들의 열정, 인권위를 바라보는 각계각층의 국민들의 호소에 감염된 듯, 감전된 듯, 저는 정말 신나게 일했습니다. 인권위 결정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에는 그 또한 다른 의미의 관심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더욱 연구하고 숙고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특히 임기 첫 해, 저는 ‘스포츠 인권’ 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전국 곳곳을 뛰어다녔습니다. 단순히 권고하는데 만 역할을 한정하지 않고 조사와 상담, 교육과 홍보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며 스포츠 현장에서 관계자들의 인식과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했습니다. 미혼모의 학습권 침해를 구제하고 제도적 해결책까지 만들어내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닌 기억도 생생합니다.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던 여성연예인 인권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해 인권유린을 고발했던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반면 최근의 상황은 안타까움과 슬픔과 절망의 시간이었습니다. 2009년 4월 인권위의 적극적인 역할에 제동을 걸기 위한 직제 축소가 강행된 이후 다수의 동료들이 인권위를 떠났습니다. 직무의 효율성을 조직 개편의 표면적 사유로 내걸었지만, 그 근거와 절차를 지금도 납득키 어렵기에 당시 동료들의 퇴직은 부당하고 강요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떠나간 분들께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 위원장의 부임 이후 인권위는 파행과 왜곡의 길을 거쳐 이제 고사(枯死)의 단계로 전락하고 있는 듯합니다. 인권위를 ‘위원회’ 제도로 만든 것은 독임제 부처와 달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권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운영하고 결정하라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1년 4개월간 현 위원장은 인권위를 운영하면서 위원회의 설립 취지는커녕 적법 절차도 잘 지키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다수의 위원들이 찬성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의사봉을 두드리며 폐회를 선포한 횡포뿐이 아닙니다. 형식적 절차를 거친 경우에도 전횡과 독단을 위한 눈가림이었을 뿐이며, 편리할 대로 기준과 원칙을 바꾸는 일 또한 다반사였습니다. 최근 상임위원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운영규칙 개정 시도도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해버리기 위한 형식적 요건 갖추기에 다름 아닙니다. 저를 포함한 인권위 동료들은 때로는 이같은 반인권적인 운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위원장의 독주는 갈수록 심각해져 이제는 주변의 아픈 지적마저 아랑곳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인권위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소명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일을 사명으로 하는 인권위로서는 그 속성상 권력기관을 불편하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권력에 대해 쓴소리를 하라는 소임은 인권위의 탄생이유이고 존립의 근거입니다. 인권위가 독립성을 외쳐대는 것도 바로 위원회의 독립성이야말로 인권지킴이의 소임을 다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생명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정치적 잣대나 권력기관과의 불편 여부가 아니라, 철저히 ‘인권’이란 잣대로 매사를 판단해야 할 소임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고 일해 왔습니다. 인권위의 생명이 독립성이라면 인권위원의 독립성 또한 인권 업무의 생명과 같습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의 판단의 근거는 유감스럽게도 인권이란 잣대가 아니었습니다. 오직 권력기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져있었습니다. 행여 힘있는 기관의 심기를 상하게 할까봐 스스로 움츠리는 인권위는 민주화의 연장선상에서 인권위를 만들어준 국민의 여망을 실현시킬 수 없습니다. 인권위가 권력의 눈치나 보는 한심한 역할을 자임할 때, 인권위는 존립의 의미까지 되묻게 되는 처지에 몰리게 됩니다.


저는 또한 인권위원의 추천자가 누구냐에 따라 추천권자의 심기를 살펴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여당의 추천을 받아 인권위원으로 임명됐으니 보수적일 것이라고 예단하는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편가르기에 대해서도 저는 무심하게 넘겼습니다. 인권위원으로서의 소임은 ‘정파’가 아니라 오직 ‘인권’만을 판단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각오로 매사를 판단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념적 정파적으로 편 가르기가 일상화되고 어느 한쪽에 서기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아래서 저의 입장과 태도는 무색해지는 느낌입니다. 더구나 인권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없고 감수성도 없이, 권력의 심기라는 잣대에만 의존하는 체제 하에서 인권기준을 더 이상 세워나갈 수 없습니다. 이미 인권위라면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에 침묵하고 외면한 사안들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인권 상황을 후퇴시키는데 인권위의 부작위가 한몫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권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진보·보수의 대립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럽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권위 존립에 회의를 느낀 다수의 동료들이 인권위를 떠나갔습니다. 일부의 동료는 외형적으로는 자의였지만 사실상 타의에 의해 물러났습니다. 몸은 머물러도 마음이 떠난 이도 있습니다. 위원장의 심기를 살피고 눈치를 보며 소신껏 판단하지 못하는 반인권적 상황에서 낙망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동료도 있습니다. 안쓰럽고 가슴 아픈 상황에서도 저는 임기 마지막까지 소임을 수행하고자 했습니다. 상황이 좋을 때보다 어렵고 힘들 때 자리를 감당하는 것이 공직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본연의 소임에서 멀어져가는 인권위를 조금이라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언쟁도 마다하지 않고 전력투구했습니다. 크고 민감한 사안에 가려 놓치는 인권 의제를 찾아내 해결해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은 인권위원으로서 최소한의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권한과 다수의 힘에 기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생각이 다른 위원과 직원을 고립시키고 배제하고, 아예 인권위 본연의 역할마저 왜곡시키는 상황에서 상임위원으로서의 위원직 유지는 의미가 퇴색되고 책임을 다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사랑하는 동료들이 눈에 밟혀 진퇴를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몇 달의 숙고 끝에 사표라는 최후수단을 통해 인권위가 처한 위기상황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인권위가 본연의 역할로 되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인권위원의 선임에 관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인권위 상황의 많은 부분은 잘못된 인선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모두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인선절차를 거쳐 인권 전문성과 경험, 감수성을 갖춘 분들로 구성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인권위의 난맥상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인권위원 임명에 권한을 가진 기관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봅니다.


돌이켜보니 지난 3년 가까운 기간동안 인권의 의제를 붙들고 씨름했던 매순간들이 참 소중했습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반성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의욕만 앞서 사랑하는 동료들을 격려하기보다 질책만 많이 하지 않았든가 반성됩니다. 사랑과 감사를 맘껏  표현하지 못한 채 상처만 많이 주지 않았든가 자책되기도 합니다. 정성스레 일해 온 사랑하는 동료들에게 이제껏 하지 못한 사랑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개인과 가정의 행복을 빕니다.


2010. 11. 1.





 


<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모임 의견서 >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사임을 접하며



11월의 첫날, 먹먹하고 착잡하다.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이 전격 사임했다. 우리는 지난해 안경환 전 위원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한 충격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안 전 위원장이 정부의 강제적 조직축소를 비판하며 사표를 제출했다면, 두 상임위원은 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을 지적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우리는 먼저 두 상임위원이 밝힌 사임의 변에 주목한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계속돼 온 위원회 운영이 두 상임위원의 중도 사퇴를 몰고 왔다.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 기관에서 위원장은 마치 독임제 기관의 장처럼 의사봉을 두드리고 “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다.


10월 25일 전원위에 상정된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개정안은 상임위원 배제 측면에서 그 정점에 있다. 상식적으로 두 달이나 안건이 없어 개점 휴업한 전원위에 비해 수시로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상임위는 비교우위에 있다. 지난 수개월간 추락해 가는 인권위를 그나마 지탱해준 것도 일정 부분 상임위 덕분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극단적으로 상임위가 무력화되고 위원장이 임의로 안건을 전원위로 넘긴다면, 긴급한 인권현안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현병철 위원장은 그동안 상임위원을 의사결정구조에서 지속적으로 소외시켜왔다. 우리는 위원회가 절차를 무시하고 외부에 위원회 의견을 밝히거나 내부의 안건상정 절차를 방해한 사례가 알려질 때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현재 전원위에 상정된 운영규칙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견제와 균형이라는 위원회 설립 원칙이 손상되고 위원장의 독주가 더욱 가속화 될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설립 9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인권위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상당 부분 인권위가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데서 연유한다. 특히 국가 공권력에 대한 감시와 예방은 인권위가 놓치지 말아야 할 존재적 근거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1년 여간 인권위는 힘 있는 기관을 상대로 독립적 국가기관답지 못하게 처신했으며 오히려 위원장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우리는 인권위가 마땅히 조사해야 할 사안에 침묵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권위가 사실상 포기한 안건이 이후 사법부를 통해 구제 받는 참담한 상황도 지켜보았다. PD수첩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회에서 여당 의원이 인권위원장에게 적극적 조사를 주문하는 아이러니컬한 장면도 목격했다. 박원순 변호사 사건이 그런 예다.


인권위는 내년이면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얼마 전 어느 시사주간지가 인권위 10주년을 재앙으로 묘사한 대목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충격에 빠진다. 인권위답지 못한 인권위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평가도 비판적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지도부의 위기 불감증이다. 인권공동체가 더 이상 인권위를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재앙이 성큼성큼 우리 앞에 다가서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인권위가 정부의 강제적 조직축소와 관련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본안 심의에 들어가지 않고 청구인 자격요건만을 판단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동시에 인권위가 독립적 위상을 곧추세우기 위해서는 헌법기구가 돼야 한다는 세간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우리는 헌법적 위상 이전에 더 중요한 선결과제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제2항에 명시된 인권위원의 자격요건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일이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함량 미달의 인권위원에 의해 장시간 공들인 안건이 변질되는 과정을 숱하게 겪었다. 그런 이유로 인권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식견과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인권위원으로 임명되는 현행 시스템의 전면적 쇄신이 절실하다고 본다.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사임은 난파선처럼 흔들리는 인권위에 대한 마지막 경고다. 인권위가 상처를 딛고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 부상하느냐 아니면 본연의 임무를 외면하고 의미 없는 주변인으로 몰락하느냐는, 전적으로 인권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인권위를 운영하는 지도부의 처신에 달려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제라도 인권위법의 자격요건에 충실한 선택을 내려주길 바란다.


끝으로 3년 가까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께 고마움을 표한다. 아울러 그간 강제로 또는 자의로 인권위와 결별한 동료들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2010년 11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사랑하는 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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