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하거나 무리했던 검찰 수사의 이중성

28일 스폰서검사・그랜저검사・최열 대표 판결은 동전의 양면
잘못에 대해서는 수사・지휘라인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일명 ‘스폰서검사’와 ‘그랜저검사’ 사건,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을 각각 선고했다. ‘그랜저검사’ 정인균 전 검사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반면 ‘스폰서검사’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은 무죄를 받았다. 정인균에 대한 법원의 실형선고는, 검사가 자신의 지위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은 범죄의 중대함을 인정한 것으로 당연 결과라고 본다. 그러나 한승철에 대해서는 직무연관성을 좁게 해석하여 뇌물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아 아쉬운 판결이었다. 최열 대표는 일부 유죄를 받았지만 검찰이 피의사실공표로 모욕주기 수사를 했던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법원이 대부분 무죄를 인정했다.
 
각각의 판결들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그동안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얼마나 자의적으로 행사해왔으며 형평을 잃은 수사를 해왔는지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검찰은 제 식구의 비리에 대해서는 부실수사를 통해 무혐의처분을 하거나 아예 수사조차 안 했지만,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시민운동가에게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했음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다시 한 번 밝혀진 셈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정의와 형평의 수호자’여야 할 검찰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부실하거나 무리했던 수사를 해온 점을 반성하고, 잘못된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물론이고 지휘라인에 대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그랜저검사’ 정인균은 한 건설업자를 위해 후배 검사에게 사건을 잘 봐달라는 청탁을 하고 돈과 차량을 제공받았다. 법원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검찰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가 치명적으로 훼손”되었다고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애초 검찰의 무혐의처분으로 묻힐 뻔 했다가 특임검사의 재수사 끝에 기소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7월 정인균을 무혐의처분했다. 언론을 통해 문제가 된 이후에도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수사는 없다” “수사결과에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나, 검찰총장의 재수사 지시와 특임검사의 기소 이후에도 어떠한 책임을 졌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국회와 국민 앞에 약속했던 ‘책임’이고, 검찰총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재수사를 지시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랜저검사’ 선고 당일이던 28일, 노환균 지검장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검찰은 대구고검장으로 전보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스폰서검사’ 사건은 오랜 기간에 걸쳐 백여 명에 이르는 검사들이 역시 한 건설업자로부터 일상적으로 접대를 받고 성상납까지 제공받은 사건이다. 이른바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사업가들과 검사들이 유착관계를 맺고 사업상 이익을 제공해주는 대신 금품과 성상납까지 받아왔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아예 수사를 하지 않고 감찰만 하다가 특검을 맞아야 했다. 그러나 특검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기소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의혹의 중심이었던 박기준조차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손도 안 댔고, 특검은 손을 대다 말았으며, 법원 역시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할 검찰 직무의 연관성을 좁게 한정한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스폰서와 검사의 유착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최열 대표에 대한 판결은 이례적으로 늦어졌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이 2008년 9월이고 7개월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동원되어 참고인 소환만 80여 명을 했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도덕성이 생명인 시민운동가로서는 이미 여론재판을 받았고 치명타를 입었다.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던 검찰은 최열 대표에게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되기도 했다. 어제 판결로 최 대표는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공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거나, 건설사업 승인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주요 혐의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사 착수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재판을 통해 검찰의 기소의 대부분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지만,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무리한 수사로 최열 대표 개인뿐만 아니라 그로 대표되는 시민사회가 그동안 입은 피해는 복구가 불가능하다.

검찰은 정권과 제 식구에게는 관대하다가도 전 정부 관련 인사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에는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 전교조 수사에서는 시국선언 사건으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자료를 정당 가입을 확인하는 증거로 쓰려다 법원에 의해 배척되었다. 형사소송법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별건수사였다. 앞으로도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는 부실했거나 무리했던 수사에 대한 재판들이 많이 남아있다.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정권의 수호자’ 검찰을 자처한다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사정(司正)의 칼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은 검찰 스스로가 권력화 되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치검찰이란 오명의 책임은 검찰 자신에게 있다. 정치검찰은 권력은 누릴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권력에 의해 늘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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