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판사 연임심사 평정자료 비공개는 방어권 침해

투명한 법관인사 절차 마련되어야
법관 임용・연임 등 심의하는 법관인사위원 명단 공개해야

오늘(9일) 대법원 대법관회의에서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의 연임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판사의 연임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받아 대법원장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법관의 인사와 관련한 절차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라 보고, 최근 법관 연임 절차 등에서 최소한의 공개원칙마저 지켜지지 않은 점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것을 우리 헌법이 명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외부의 어떤 압력으로부터도 벗어나 있어야 하며, 그가 따라야 할 것은 법과 양심이어야 한다는 국민으로부터의 명령이다. 이를 위해 법관의 신분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 헌법은 법관에게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아니면 파면되지 않도록 하며, 또한 중대한 심신상의 장해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 한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퇴직하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처럼 법관의 신분을 철저히 보장하는 이유는 공정하고 독립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마련한 보호장치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서기호 판사의 연임 부적격 사유는 ‘근무성적 불량’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적격 사유의 판단 근거를 본인에게도 비공개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서 판사는 지난 10년간 자신이 어떤 평정을 받았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법원장과 소속 재판부의 선임 법관에 의해 주관적으로 평가될 소지가 있는 근무평정 결과가 판사 연임에 관해 가장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본인에게 제대로 고지조차 되지 않는다면 대상자는 충분히 소명하거나 방어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서 판사가 SNS를 통해 사회적으로 ‘튀는’ 발언을 하거나, 2009년 신영철 대법관 사태가 일어났을 때 주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을 것이란 사회적 의혹이 커진 데에는 법원의 이러한 불투명한 절차가 큰 원인을 차지했다고 본다.

 

또한 지난해 관련 법조항의 개정으로 인해 그 위상이 높아진 법관인사위원회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인사의 참여를 강화한다고 하였으나 그 대부분이 법조인이거나 법무부나 변협 등 유관기관 추천인사가 나눠 먹기식으로 구성되고 있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법관의 임명・연임・퇴직 등 법관 인사에 관한 핵심적 사항을 심의하는 이 기구의 구성원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원회의 외부인사 참여는 공적인 역할을 사회가 나누어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은 공무원으로 의제하며 비밀유지의 의무 등을 진다.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가능하면 그 과정 또한 공개하여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외부인사를 참여시킨 원래 취지에도 맞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통치를 견제하고 법관인사를 보다 투명하게 하겠다고 도입한 법관인사위원회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투명한 과정은, 사회적으로 ‘튀는’ 판사들을 제어하고 법원을 단속하기 위해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이를 통해 당장 법원에 대한 대법원장의 통제는 강화될지 모르나 그로 인해 우리 국민이 잃을 것은 분명하다. 바로 우리 헌법이 지키고자 한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 사태로 우리 사회가 치른 비용을 생각한다면 법원이 보다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논평원문

JW20120209_논평_투명한법관인사절차마련해야.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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