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법원의 책임전가는 언어도단이다

 

대법원의 책임전가는 언어도단이다

사법공백 국회 탓하는 대법원은 자기 잘못부터 반성해야

자격 없는 인물 제청한 대법원장이 사태의 원인제공자

 

대법원 전경[사진] 대법원 전경

 

대법원이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고 있다. 이는 자격도 없는 인물을 대법관에 제청한 대법원장의 책임을 망각한 것이다. 대법원은 국회를 탓할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비워선 안 될 중요한 자리에 법원 내부인사와 검찰 몫만을 고려해 자격 없는 인물을 제청한 자신들의 잘못부터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는 오늘(19일)자 기사에서 ‘대법원 관계자’의 이름으로 대법원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4명의 대법관 공백으로 하루 지연되는 사건이 33건이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하여 제청하려면 최소 60일이 걸린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다. 중앙일보 외에도 여러 신문에서 “박지원 의원의 검찰수사 때문에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애꿎은 대법원과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관계자’의 언급도 보인다. 원인과 결과를 전도하는 것을 넘어서 이쯤 되면 가히 ‘협박’에 가깝다. 국민을 볼모로 하여 원인제공자에서 피해자로 둔갑한 이런 인식이 대법원의 일부가 아니라 지배적인 것이라면, 이러한 사법부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사법부의 독립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말고 제 맘대로 해도 된다고 헌법이 인정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스스로의 통제장치를 갖추어야 할 책임이 사법부에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법관 후보를 추천받으면서,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밝힌 적도 없고, 심지어 대법원장이 직접 심사대상자로 지정한 후보가 누구인지도 밝힌 바가 없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가 있는 법무부장관이 추천했을 검찰 몫 후보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제청했을 뿐이다. 대법관 13명 중에 검찰 몫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헌법과 법률, 대법원규칙을 통틀어 어디에도 없다. 자격이 없는 사람을 제청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대법원장에게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단 한번 유감을 표명한 적도 없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공직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을 두고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은, 오만함을 넘어 안쓰러울 지경이다. 

 

대법원은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하고, 그 권위를 지켜내야 한다. 사람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판관이 스스로의 도덕성과 자격을 의심받는 사회에서, 국민은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국민으로 하여금 법이 아닌 다른 수단을 찾도록 하거나, 억울한 일이 있어도 체념하게 만드는 불행한 사태를 가져온다. 대법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길은 자격 없는 후보자를 추천한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는 것이다. 대법원은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국민을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제대로 판단하길 바란다. 

논평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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