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원청 사용자 책임 제도화를 반대하는 고용노동부의 한심한 논리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6월 2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근로계약 체결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관하여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노조법 제2조 제2호 ‘사용자’개념을 확대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사용자 개념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 같은 위법적 사항을 사용자 개념 요소에 규정하는 것은 법 체계상 정합성에 반할 수 있다”고 회신하여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같은 위법적 사항을 사용자 개념 요소에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은 결국은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야말로 원청이 사용자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2018년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6개지회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라고 요구하며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할 때,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중재안도 ‘해당 문제는 노사간 교섭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고용노동부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법체계의 정합성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진짜 걱정해야 하는 것은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와 교섭 불인정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권이 훼손되고, 그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고공에 올라가 농성하고, 스스로 몸을 가둔 채 농성하고, 단식을 하는 등 극한 투쟁에 내몰리는 현실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현실에서 한 번도 제대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하청·용역·자회사·도급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은 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노동조합 활동에 관해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는 원청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언제까지 고용노동부는 이 현실에 눈을 감고 모르쇠 할 것인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은 이미 2010년 대법원 판결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관계 등에 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여,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했다. 국제노동기구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보장에 관한 협약] 제4조는 “적절한 조치를 통한 단체교섭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고, 이 협약을 비준한 한국은 이에 따라 국내법을 개정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에게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이 진짜 사용자라는 명백한 현실,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에 따라 그 협약을 이행해야 할 책임,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 등 이미 고용노동부가 원청 책임을 제도화하기 위해 나서야 할 이유는 너무나 분명한데, 고용노동부는 오히려 기업의 편에 서서 원청 책임의 제도화를 방해하고 있다. 제도화를 방해하는 논리도 억지스럽고 한심하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조차 불수용하는 고용노동부의 행태를 보며,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제도화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손해배상제도를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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