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비정규직 2022-10-27   160

[공동논평] 현대·기아자동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노조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대법원은 오늘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와 400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 사이에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기아자동차 사건에서 상고심 진행 중 정년에 지난 이들을 제외한 모든 원고들(차체, 도장, 조립, 출고업무, 수출방청, 공용기회수, 사내/사외서열 등 생산관리 업무 등)과 회사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현대글로비스 등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른바 2차 하청업체 소속 중 생산관리 업무를 한 원고 3명을 제외한 모든 원고들(차체, 시트, 도장, 조립, 출고업무, 수출방청, 서열불출 등 생산관리 업무 등)과 회사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 간접공정에서도 사실상 대규모로 불법파견이 이루어져왔음을 인정한 것이다.

11년이 훌쩍 넘는 소송 과정에서 불법파견을 입증하는 것은 오로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을 문제 삼자 회사는 증거를 없애고 현장의 모습을 바꾸었다. 노동자들이 하는 일과 방식은 변함없는데도 업체는 수시로 폐업·신설·통합되었고, 작업표준서 명의는 하청업체 것으로 바뀌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대법원 판결이 없으면 적극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며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 회피로 일관했다.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 제기 후 1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불법파견임을 스스로 입증하여 얻어 낸 결과다. 따라서‘대법원 판결까지 11년이나 넘게 걸린 현실’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그런데 우리는 분노에 앞서 오늘 왜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개별 원고가 되어 대법원 법정까지 가서 판결 선고를 들을 수밖에 없었는지, 왜 집단적인 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개별적으로 법원 판단을 통해 확인받아야만 했는지 물어야만 한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는 낡은 노동조합법의 최대 수혜자다. 사용자들은 비정규직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섭을 요구하면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거나 사용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교섭을 거부한다. 노동조합법상 상대방이 아니라고 발뺌하던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갑자기 노동자들의 불법을 문제 삼고 고소·고발과 손해배상·가압류를 하여 사용자로서의 위세를 드러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3권이 보장하는 방식인 집단적 교섭과 항의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개별 원고가 되어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낡은 노동조합법 아래서 허용되는 것은 겨우 ‘OOO 외 몇 명’으로 불려지는 ‘집단소송’일 뿐이다.

수많은 불법파견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개별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받아오면 정규직으로 인정해주겠다고 버텼다. 사내하청 문제가 민사사건 기록이 되어 법원에 계류하는 사이, 회사는 정규직이 정년퇴직한 자리에 소를 취하하거나,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조건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선별 채용하여 배치했다. 계열사를 하청업체와의 계약 사이에 끼워 넣어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불법파견도 회피하려고 했다. 노조법이 집단적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을 방치하는 사이 비정규직 문제는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하는 사법관계로 축소되었다. 많은 시간과 비용, 소 제기로 인한 고용불안과 패소의 위험까지 부담하면서 법원으로 갈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많지 않다.

11년이 넘게 걸린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 등 다양한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있는 낡은 노조법이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노동자들이 사법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진짜 사용자와 교섭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을 개정하고, 실질적인 노사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쟁의행위 개념을 확대하며, 노동3권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가압류의 위협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이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지체 없이 노조법 2조·3조 개정이라는 사회적 필요와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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