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노동법제 2008-11-21   2593

최저임금 삭감해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겠다?

한나라당, 최저임금법 개악안 철회해야


지난 11월 18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 수습근로자의 수습기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최저임금 감액적용, 사용자가 제공하고 있는 숙박 및 식사비를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위원장 :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저임금 노동자의 유일한 최저생계보장 제도인 최저임금제를 후퇴시키려는 한라라당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한다.


한나라당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명백히 최저임금제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첫째, 지역별 최저임금제도는 최저임금의 실질적 하락을 초래할 것이다. 개정안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위원회를 신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기한 내 최저임금안이 의결되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으로 하여금 최저임금안을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과 달리 노동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노사간 의견을 조정해본 경험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측과 담합해 최저임금을 동결․삭감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최저임금제도는 이미 충분히 벌어져 있는 지역간 격차를 더 키워 지역간 차별을 심화시키고, 노동자간 형평성을 저해할 것이다. 


  둘째, 최저임금 감액적용 대상인 수습근로자의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하겠다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적용은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최저임금 감액적용이 아닌 고령자 채용기업에 대한 지원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습근로자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는 조항을 적용받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법 상 수습근로자의 수습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6조에 규정된 수습근로자의 정의를 최저임금법에 맞춰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고, 이는 결국 노동자 보호기준을 약화시켜 사용자가 노동자를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해주는 것이다.


  셋째, 사용자가 부담해 왔던 식비, 숙박비와 같은 복리후생비를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최저임금의 실질적 하락을 초래해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법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것은 지난 9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발표된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 중 하나로 대부분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숙박비, 식대를 이주노동자 본인이 부담토록 관계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정부방침을 반영한 것이다. 결국 실질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정부가 만들고 한나라당이 입법발의해서 사용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하려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재계에서 줄곧 요구했던 내용들을 담고 있어 정부가 경제 살리기와 기업 활동촉진이라는 명분으로 경제단체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재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최저임금법을 후퇴시키려한다면 한나라당은 기업주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생계 보장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노사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 개정을 손쉽게 처리하기 위해 의원입법의 형식을 활용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랐다”, “최저임금이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노·사간 밀고 당기기식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라는 질의응답을 통해 최저임금법 개정을 예고한 바 있다. 입법예고나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편법적으로 의원입법의 형식으로 법 개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노사의 찬반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노동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법 개정을 전 국민적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제도와 같이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사는 물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근로빈곤층이 양산되면서 저임금노동자 보호와 사회보장정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제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나마 기능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를 후퇴시킬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노동자의 생계보장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저임금 수준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근로감독 행정력을 강화해서 최저임금을 회피하려는 사업주의 위법행위를 막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성명원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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