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노동행정 2003-06-19   1059

고용허가제로 떳떳이 일하고 싶다

샤골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의 격정토로

방글라데시에서 온 샤골. 그는 올해 29세 청년이다. 한국에 돈 벌러 온 것은 1996년. 그는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 공동체의 대표이다. 이주노동자들의 희망인 고용허가제가 물 건너가자 그는 시름을 감추지 못했다. 편집자 주

▲ 이주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산업연수생제도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젊음 하나만 가지고 모국을 떠나 한국에 왔을 때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아무것도 몰라 한국 생활이 두려웠다. 음식도 다르고, 잠자리도 다르고,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도 없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일을 하며 돈을 모을 수 있을지 정말 앞이 캄캄했다.

나는 7년 전 동료 6명과 함께 주방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연수생으로 들어와 한국생활을 시작한 방글라데시 사람이다. 96년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오기 위해 한국 돈으로 약 400만 원을 내야 했다. 그러나 요즘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오려면 당시보다 3배가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빠른 성장을 하는 동안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의해 유지되어왔던 일부 중소기업체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은 하지 않고 여전히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 노동자들은 이런 업종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어 하나둘 공장을 떠났고, 한국인 노동자가 떠난 빈자리는 하나둘 나 같은 외국인연수생 혹은 미등록(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매워나가게 되었다.

현대판 노예제도 연수제도 철폐돼야

1991년부터 시작된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제도’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 수는 지금 40만 명을 넘어섰다. 그 중에서 연수생의 숫자는 10만 명도 안 되고, 나머지 80%는 미등록 상태에서 언제 한국정부가 추방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눈치보며 일하는 불법체류자들이다.

최근,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도입하지 않고 8월말까지 연기된 불법 체류자의 출국 조치를 그대로 둬 이주노동자들을 속상하게 만들고 있다.

▲ 한 이주노동자가 손이 잘린 채 병원에 실려왔다. 산재를 당한 것이다.

솔직히…, 너무나 답답하다. 자진신고 이후, 한국정부가 우리 이주노동자들, 한국산업의 발판으로 묵묵히 일해온 우리들을 위해 좀더 나은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아니 기대만 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작년 8월부터 부산역에 모여 4차례나 집회를 벌였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라 서로 언어가 달라 구호 외치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우리의 처지를 알리기 위해 우리는 ‘현대판 노예제도 연수제도를 철폐하라’고 외쳤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눈물나게 감동적인 순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국인 사장들이 우리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임금도 안 주고, 또 우리 처지가 법 앞에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소리로 돈 달라 소리도 못했다. 공장에서 일하다 다쳐 사장이 치료도 안 해주고, 또 해줘도 혹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와서 우리를 쫓아 낼까봐 두려워서 몰래 병원에서 도망치기도 했다.

모두가 문제라고 외치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왜 한국정부는 유지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나 또한 한국에 연수생으로 왔지만, 연수라는 걸 받아 본 적도 없다. 그저 한국인 노동자들보다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서 낮은 월급을 받을 뿐이다.

한국정부가 연수생제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이 계속된다는 걸 말한다.

또 불법체류자가 생겨나는 것을 묵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많은 연수업체 사장들이 연수생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면서, 월급은 조금만 주려 하고, 그 적은 월급마저도 제때 주지 않는 일이 많다. 휴일에 밖에 나가 친구들이라도 만나려고 하면, 어디 가는지, 몇 시까지 올 것인지 묻고, 늘 감시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마저도 짓밟히는 현장이다.

코리안드림을 실현하기는 너무 어렵다

한국정부는 불법체류자가 어떻게 양산되는지, 이주노동자들이 무슨 이유 때문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한국에서 불법으로 살며 하루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지, 또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열악한 조건이라도 일할테면 하고, 아님말고 식으로 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정말 열악하기 짝이 없는 조건에서 묵묵히 일한 외국인들에게 일하기 싫으면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한국정부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불법체류자를 강제 추방시키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제도를 ‘현대판 노비문서’라고 부른다.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산업연수제도의 폐해를 지적하고 고용허가제로 대안을 제시했는데, 그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면, 한국 사람들이 퇴근한 텅 빈 공장에서 야간, 잔업, 휴일 근무를 죽도록 했던 것이고, 늘 사장님이 우리에게 위험하고 힘든 일만 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말도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싫어하고 일하러 오지 않는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3D업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80%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체류 신분으로 불안 속에 일하고 있지만 그 어느 한 사람도 불법으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 우리를 불법으로 고용하고 싶은 사장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노동자이면서도 편법으로 연수생이란 이름으로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연수생 제도가 우리를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는 한국에 오기 위해 600∼10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낸다. 어렵사리 한국에 와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하고 받는 월급이 너무 적고, 한국에 오기 위해 진 빚을 3년 안에 다 갚고 코리안드림을 실현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서서히 알게되면, 더군다나 회사에서 우리가 도망갈까봐 신분증을 압류하고, 강제 적금 심지어 기숙사 감시까지 한다면, 우리도 사람이기에 절망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굴레가 되어 우리는 두렵고 무섭지만 사업장을 이탈해 보다 돈을 많이 주는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아니 단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노동자로 인정해달라

우리는 단지 노동자로 인정받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떳떳하게 일하고 싶다. 이미 한국의 3D산업은 외국인력이 없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많은 친구들이 불법으로 일하게 되는 것도,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벌금 낼 각오를 하고 고용하는 많은 사장님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허가제는 안되더라도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줄 것을 바랐으나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의 오랜 바람을 받아들이지 않고 연수생제도를 유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정부는 우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력을 착취하는 산업연수제도를 당장 없애고, 이주노동자를 같은 노동자로 인정하고, 송출비리를 근절하는 ‘노동허가제’가 도입됐으면 좋겠다. 한국 땅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미등록 노동자들을 사면해 합리적인 제도 하에서 떳떳하게 일할 기회를 줬으면 한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 7월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샤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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