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09-25   2481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⑯] 기업별체제 극복, 산별체제 이행은 벼락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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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운동에서 산별노조라는 화두만큼 가야 할 길(당위)과 실제(현실)의 괴리를 절감하는 과제도 없을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거의 파탄 지경이니. 그러고 보면 노동운동의 양 날개가 모두 미발육이거나 초기 발육 중 부러진 격이다. 필자는 당위를 목표로 두고 현실을 이에 맞추고 싶지 않다. 산별노조 연속기고의 대다수 글은 당위와 산별체제 실패라는 현실의 괴리를 좁힐 수 있는 다양한 실천과 노력을 좀 더 전략적이고 실천적으로 구사할 가능성이 보이고, 또 이를 확대하는 방안에 초점을 뒀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기업별체제의 극복은 여전히 지상목표이나 산별체제로의 이행은 당위이거나 절대적이고 유일한 가치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기업별체제 극복의 여러 경로 중 여전히 의미가 큰 하나의 경로라고 본다. 특히 비정규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노동운동의 주체로 맞이하기 위한 운동의 경로 중 하나다. 기존 민주노조운동이 자본 주도성의 시대에 자신의 어용화를 방지하는 길이자, 역사의 진보에 참여할 기회이자 계기라고 본다. 


산별체제 이행 지체는 노사 세력관계의 반영


필자는 산별노조라는 노동운동의 핵심 과제의 지지부진한 진전 과정을 좀 더 포괄적 시야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과정이 한국 노동운동의 발전 수준과 노사 세력관계의 반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간 서구의 노사관계를 보면 시장만능주의에 바탕을 둔 영미형 자유시장경제나 노조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조정을 중시하는 유럽대륙형 자본주의 국가 모두 사용자 주도권이 확고해진 점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자율적 노동운동의 초기 발전이 기 10년을 경과하면서 바로 맞닥뜨린 자본의 신경영전략 역공과 힘겹게 맞서다 98년 경제위기로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게 된 한국 노동운동이 기업별노조 체제를 쉽게 또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것이다. 


기업별노조 체제의 존속은 노사 세력관계의 반영물이다. 노조 조직률 10%는 300인 이상 대기업에 속한 노동자들의 숫자를 반영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소속의 숨어있는 중소기업을 파악하면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이 넘고, 또 숨어 있는 간접고용까지 포괄하면 대기업의 고용은 절반으로 확장된다. 이들을 포함해 기업별체제 하에서 포괄되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사회적 노동운동의 부각은 역설적이게도 그 반영물이다. 한국의 노사관계 지형도는 한국의 자본이 기업별노조가 가진 위협 요인을 제거하고 어용화하는 경로와 중소영세노동자·비정규노동자를 주체로 세우고 대변하는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로의 경로가 경합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산별조직화는 기존 민주노조의 어용화를 방지하고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로 견인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 노동운동의 세 흐름


지금 노동운동에는 세 흐름이 공존하고 있다. 첫째, 재벌 자본의 위력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재벌 기업 내부에서 저항하며 물적 공세에 타협과 저항 사이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대공장 노조다. 둘째, 민주노조의 자원을 최대한 산별체제로 집대성해 노동자 연대의 확장을 도모하는 기존 민주노조운동의 산별운동의 흐름이다. 셋째, 조직률 3%가 안 되는 비정규직과 마찬가지로 거의 가입할 노조가 없는 중소 영세기업의 노동자를 주체로 세우는 비정규운동과 사회운동의 흐름이다. 


대공장 변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산별노조가 확산됐으나 실현되지 않는 많은 이유 중 하나로 실질적으로 산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다수 대공장 노조의 이기주의의 산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이는 역사가 한 주체의 잘못과 죄악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엘리트주의적인 사고의 산물이고, 대공장 중심주의의 역편향이다. 또한 ‘산별은 쪽수’라는 물량주의 사고에 기초한다. 싸우다가 닮는다고 했던가. 더구나 서구에서 평조합원 운동으로부터 도전받았던 확장된 경제주의 주역으로서의 산별노조의 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노동운동의 양 날개론도 사실상 확장된 경제주의의 한 유형인, 정치적 경제주의와 연관성이 깊다.


더구나 대공장 노조를 기업별체제와 기업별노사관계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것은 이들의 상대방이 한국사회를 실제 지배하는 재벌 대기업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몰역사적 태도다. 자본의 위력과 노동운동 재편성에 개입하는 영향력이라는 변수를 고려할 때, 대공장 노조는 나름대로 자본에 대항하는 한 흐름이다. 대공장 기업별노조를 유지하는 것은 재벌체제의 지배력이 점점 심화하는 현실에서 당사자에겐 현실적·합리적 선택이다. 거대한 자본을 상대로 직접 요구하고 교섭하고 타결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재벌체제의 닮은꼴처럼 이것은 한국 노동운동의 대공장 의존성이라는 질곡을 낳는 아킬레스건이다. 우리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공장 노조가 어용화의 경로로 갈지, 사회적 연대의 확장에 동참할 경로로서 산별노조의 순기능을 발휘하는 길을 택할 것인지. 전자의 경로를 선택한다면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다만 대안적인 어떤 힘이 노동운동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지, 또 등장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산별체제 이행 노력의 진전과 한계


기업별노조 체제를 극복하려는 산별 이행의 노력이 계속 진행돼 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금속·공공·보건의료 등 산업수준에서, 경주·충남 등 지역 수준에서 기업별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노동자를 대변하고 연대의 기풍을 다시 세우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진전에 대공장 노조는 방관하거나 소극적 참여에 머물고 있다. 기업별체제 극복과 산별체제 이행에 역사적 단절과 같은 분기점이 벼락처럼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런 노력들이 쌓여서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전기가 마련된다. 더구나 87년 이후 25년의 성과와 한계를 안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향점으로서 사회운동적·사회연대적 지향점을 실제로 포괄적으로 구현할 지가 관건이다. 


비정규 운동이 주체인가


서구의 노동운동과 비교하며 대공장 노조를 숙련노조 또는 길드에 대입하고, 비정규 노조를 미숙련·반숙련 노동자에 대입하는 양자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하지 않다. 대공장 노조의 지원과 연대를 통해 비정규 운동이 발전해온 측면도 강하다. KTX 승무원·현대차 사내하청·이랜드, 뉴코아의 정규직·비정규직 연대투쟁 등이 그렇다. 독립적으로 표출된 비정규 투쟁도 과거 정규직이었던 학습지·레미콘·화물 등의 특수고용직이나 재벌기업에서 분할된 KT 계열사 등이 있다. 청소용역·환경미화 등은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나 준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주체가 형성됐고, 지역·중소사업장 중심으로 이뤄진 비정규 투쟁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고립되기 일쑤였다. 일반노조는 발전의 정체를 겪고 있고 공공부문의 꽤 큰 규모의 비정규직들이 새로 조직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싸울 상대가 없는 비정규직이 다수이고 이들은 노동조합운동의 폭넓은 자산과 능력, 포괄적인 연대의 관행·제도·의식으로 묶어 세우기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역사적으로 재벌체제에 대항하다 재벌체제 속에서 안주하며 멈춰선 노동운동 조건 속에서 이를 넘어서는 폭발력을 가질 만큼 비정규투쟁은 분출된 적이 없다. 아름다운 연대는 아직 상징적이고, 피압박자 간의 연대의 수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희망연대노조와 같은 대안적인 노동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제도화와 조직화의 결합은 낙관적인가


기업별체제 극복을 위해서는 제도적 힘과 조직적 힘, 위로부터와 아래로부터 압력이 결합돼야 가능하다. 조직적 힘의 세 흐름 중 지금 당장 어디에서도 구원의 길을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문제는 위로부터의 제도화의 기대와 정치 지향성만 남을 가능성이 커질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기업별체제를 극복하는 악법 조항의 폐지라는 법·제도 개혁의 과제와 정치권의 각성과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산별체제를 실제로 만들어가는 조직적 노력이 노동자 연대를 새로 구축해가며 성과를 확인해가는 조직적 노력과 현재 노동조합 조직의 밑으로부터의 힘이 필요하다. 제도화의 힘과 조직화의 힘은 수직으로 결합돼야 한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변화의 계기가 형성될 것인지 어떻게 결합될 것인지는 현재로는 잘 모르겠다. 자본이 기업별체제를 강제하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힘과 노동이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실천 사이에서 균형점이 노동쪽으로 대폭 이동할 때 제도화의 힘이 발휘될 것이다. 


산별을 재벌기업의 가장 앞선 교섭력을 수평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생각과 결별한다면, 중층적이며 복합적 구조로서 긴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한 초기업적인 수직적·수평적 연대의 여러 모습이 동시적으로 대안으로 부상될 것이다. 단기만 보지 않고 근본 변화의 희망만으로 지탱되는 장기를 믿지 않고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한 중기적 변화에 주목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기업별체제 극복은 정치에서의 제도화의 노력, 비정규운동과 사회운동, 대공장과 민주노조 산별세력의 사회운동 지향성이 각개 약진하고 또 결합되는 지점에 희망을 걸어보겠다.

 

 

이 글은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경제학)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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