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12-17   2931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26] 산별노조운동의 고삐, 다시 움켜쥐자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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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전후로 노동조합운동의 자발적인 조직전환 노력에 힘입어 ‘산별노조 전환과 교섭’은 지난 15년간 노조운동의 시대적 화두로 자리 잡았고, 노사관계의 한국형 전환모델로 주목받아 왔다. 

 

실제로 98년 보건의료노조, 2000년 금융노조, 2001년 금속노조 등이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 민주노총의 공공운수노조, 한국노총 내 교통운수부문을 중심으로 산별 추진이 지속됐다. 그 결과 2011년 현재까지 산별노조 전환율이 민주노총 82.7%, 한국노총 47.2% 수준에 달해 전체적으로 절반을 넘어섰다.<표 참조> 노조운동이 자주적인 조직전환을 통해 80년 이후 수십 년 동안 유지됐던 기업별노조 체계를 바꿔 산별노조의 토대를 만들어 낸 것으로 조직적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산별노조운동은 역사적 의의와 조직적 성과에 비해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첫째, 한국의 노동조합수는 5천120개에 달하는데 이 중 산별노조는 474개(총 노동조합 수 대비 9.3%)로 여전히 기업별노조가 다수를 점하고 있어 산별전환이 부분적 성과에 그치고 있다. 둘째, 불안정한 산별교섭의 틀이 유지되고 있다. 산별전환 이후 초창기 대각선교섭이 4~5년에 접어들면서 집단교섭 내지는 전국단위 교섭구조로 만들어졌지만 최근 교섭참가 조직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셋째, 힘의 집중이 사업장 단위에 머물러 있어 소위 무늬만 산별노조인 경우다. 산별노조의 조직 골간에 있어 기업단위가 독자적인 의결기구로 유지되고, 조합비 운용과 배정 역시 기업단위가 주된 운영주체여서 산별노조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산별노조에 대한 노사정 입장이 상반돼 대립하면서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별교섭을 놓고 노조를 제외한 정부와 사용자는 무조건적 거부와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산별노조 전환과 교섭’은 진일보하기보다는 정체·퇴보했다. 친기업·반노동자적 보수 성향의 지배권력이 등장하면서 노동관계법의 개악과 반노동정책을 구사했고, 그 결과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초래됐다. 산별교섭이 무력화되고 기업별교섭이 고착화됐다. 이에 대해 노조운동이 이명박 정권 집권기간 동안 수세적 국면을 반전시킬 결정적 기회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보수권력에 맞서 총노동 차원의 공세적이고 일관된 투쟁을 지속적으로 펼치지 못한 것은 결정적 오류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산별노조 시대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산별노조 전환과 단체교섭 구조 변화

 

외환위기 이후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대, 조직률 하락, 기업별노조에 따른 연대의식 파괴는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특히 기업별 교섭체계는 인적·물적 자원을 사업장 단위로 분산시키고 임금 및 노동조건, 복리후생 등 경제 문제에 매달리게 만들어 노동조합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그 결과 산별노조운동은 노동계의 핵심적인 조직재편 과제가 됐고, 산별노조 전환과 교섭을 추동하는 원인이 됐다. 산별노조로 전환한 대표적인 조직은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담배인삼노조·전력노조·체신노조·직업상담원노조·전국택시산업노조·산림노조 등이다. 자동차노련 서울시지부가 2006년 10월 서울시버스노조로 조직전환을 이뤄 자동차운수노조의 기초를 만들었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는 보건의료노조·화학섬유노조·금속노조·건설노조·공공운수노조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산별노조 차원에서 산업별 통일교섭이 제대로 이뤄지는 곳은 없다. 다만 금융·보건의료·금속산업이 초기에는 대각선교섭을 주로 사용하다가 집단교섭으로 발전시켜 내고 현재는 낮은 수준이나마 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사용자단체 결성 역시 더디지만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금속의 경우 2006년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노동부에 법인등록을 했다. 보건의료부문에서는 2006년 교섭을 통해 사용자단체 구성이 합의됐고, 금융산업에서는 2009년부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노조와 교섭을 시작했다.

 

산별노조 및 교섭구조 구축의 한계와 오류

 

산별노조 전환이 확대됐지만 조직운영 방식은 기업별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산별노조 운영상 드러나고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산별노조의 강점인 중앙집중성이 재정과 인력 차원에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조직별 편차가 있지만 금융노조는 조합비 인상에 일정한 조직적 반발이 있고 지부 간부의 본조 충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2003년부터 산별교섭이 진전되고 있지만 기업별교섭체계가 여전히 기본틀로 유지되고 있다. 금속의 경우 지역지부교섭이 여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단위 교섭이 강화되고 있다. 금융부문에서는 산별단위에서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더라도 최종 인상률은 기업단위인 지부교섭에서 이뤄진다. 특히 대규모사업장이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가 심각하다. 금속노조의 경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대공장노조들이 2006년 6월 말 일제히 산별전환을 결의했지만, 사용자들은 기업별교섭 관행을 버리지 못한 채 여전히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셋째, 산별노조의 각급 조직의 위상과 역할이 혼재돼 있다. 일반적으로 노조 각급 조직의 임무와 역할은 전국중앙조직에서는 이념 정립, 사회개혁투쟁과 정책참가를 포함한 정책·제도 개선활동, 정치세력화 등이다. 다음으로 산업별 조직은 단체교섭과 조직확대, 사회개혁 및 산업정책 등에 활동의 중점을 둔다. 그리고 기업수준 노조(지부)는 사업장 실정에 따른 보충교섭과 경영참가, 조직력 강화를 위한 조직관리와 일상활동을 한다. 그러나 조직별 위상은 산별노조 각급 조직에서 혼재·중첩돼 나타나고 있다.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과제

 

한국 노사관계를 산별교섭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교섭당사자들의 역할에 맞춰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계가 조속히 산별노조로 전환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기업별노조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산별노조의 조직과 운영·단체교섭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산별교섭의 체계와 질서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산별노조의 결정을 소속 지부들이 존중하고 따를 수 있도록 교섭권한을 집중해야 하고, 기업 차원의 산업평화를 위해 기업별 보충교섭을 암묵적인 평화약정(peace obligation)하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용자들은 전향적인 자세와 태도를 가져야 한다. 수세적 반대보다는 변화하는 교섭체계의 이점을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산별노조가 구성돼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산업에서는 사용자단체를 가능한 한 빨리 조직해 산별교섭 구조와 의제를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이 교섭을 회피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정부는 노사관계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산별교섭을 가로막는 사용자단체 구성, 초기업별 협약의 효력확장, 초기업단위 교섭의무 등 교섭을 촉진하고 단협의 적용률을 확대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권력으로의 전환기에 선 지금 ‘산별노조와 교섭’은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정책수단이다. 중소·영세업체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조를 결성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산별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가 이들을 조직하고 단체교섭을 대행하며 산별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이 동종산업·동종지역 노동자에게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 산별교섭은 중소기업의 이해를 대변해 도급구조 및 고용관계, 노동시장 내부격차 문제를 개선하는 제도적 장치로도 작용한다.

 

다시 한 번, 산별노조운동에 매진하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국을 제외하고는 기업별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한 사례는 없다. 구미 노조들의 경우 직종노조·지역노조가 자연발생적으로 산별노조로 바뀐 것이다. 일본은 1970년대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 산별노조운동이 좌초되고 말았다. 그만큼 산별노조운동은 전인미답의 길이고 고난의 행군이다. 그동안 기업별노조 체계를 30년 이상 경험한 한국에서 산별노조운동은 노조의 결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산별노조에 대해 막가파 식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왔고, 정치권 역시 산별노조에 대한 옳고 그른 판단을 미룬 채 거부하는 입장과 자세를 취해 왔다. 노동조합운동 진영은 내부적으로는 산별노조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정부와 사용자를 설득·이해시키고 견인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노조운동에 분명한 기회다.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경제민주화·양극화 해소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을 넘어 시대정신이 됐다. 차기 정부가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핵심 국정과제로 자리 잡았다.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은 단순하게 노사관계의 틀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 영세·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자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제임을 노조운동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산별교섭을 관철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역할을 경주해 나가야 할 때다.

 


이 글은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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