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3-01-02   2436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28] 산별노조, 구조보다 행동이 필요하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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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33] 경제민주화와 산별노조운동

 

 

수없이 많은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훌륭한 노조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운동과 적지 않은 경영자들의 전향적 관리방식이 발달했음에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암울하다. 이른바 노동력 상품을 배분하는 노동시장이 인간의 노동에 적합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정치적 작용을 가하는 것이 노사관계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양극화와 고용불안 등 노동시장 문제는 바로 노사관계의 조절능력이 매우 빈약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노사관계의 문제점으로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의 파편화된 구조를 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별 노사관계의 역사는 40년대까지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법·제도적으로는 80년 신군부에 의한 기업별노조 강제와 제3자 개입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등일 것이다. 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노동운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해당 시기에는 산별노조에 대한 그림도 없었고, 그만큼 활동가들이나 학자들의 이해 수준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의 약점은 분명히 각인됐고, 이는 노동운동이 2000년대 들어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교섭 실현을 최대의 목표로 삼게 되는 계기가 됐다.

 

산별노조운동이 본격화한 지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쉽게도 산별 노사관계로의 전환은 매우 지지부진하다. 보건의료·금융·금속 부문에서 적지 않은 기념비적 합의들이 있었던 것은 높게 평가하지만, 노동시장 질서에 유의미한 작용을 통해 양극화를 극복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10년은 하나의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도 노동운동도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노사관계 주변 인사들의 시야도 매우 좁아졌다. 그러나 산별노동운동이나 산별 노사관계 시스템 구축과 같이 기존의 강고한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적어도 수십 년은 걸릴 장기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만큼 여러 관계자들의 시간 지평은 담대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들은 단기간 내에 산별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너무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 우선 기업별 노조를 산별로 조직전환을 하는 데 주력했으며, 이후에는 산별 중앙교섭을 성사시키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운동의 중심이라고 일컬어지는 금속 부문에서 15만명의 조직이 탄생했으며, 금융과 보건의료노조의 산별 전환도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3대 산별노조의 중앙교섭을 통해 노동시간단축과 비정규직 보호의 진전 등이 획기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중규직으로 귀착되기도 하고, 사내하청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격차가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확대된 측면도 존재한다. 산업정책이나 공공복지 정책에 대한 개입력은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렇게 기대했던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구조적인 수준에서 산별중앙교섭의 구심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등 초대형 기업은 여전히 금속 중앙교섭에 들어오고 있지 않으며, 이는 보건의료 부문의 사립대 병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임금인상이나 비정규직, 노동시간과 관련해 산별 중앙교섭이나 산별 중앙조직의 역할은 기존 산별연맹의 가이드라인 제시 수준에서 단 한 발짝 정도 나아갔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한 발짝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의미 있는 노사관계 시스템을 구축해 노동시장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높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사용자의 반발과 비협조, 그리고 산별교섭에 불리한 법·제도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산별운동을 제기한 노동운동쪽에서 실천적으로 보여 줘야 할 ‘연대행동’이라는 내용성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사실 산별 노사관계 시스템의 최대 강점은 기업의 경계를 넘어 노동조건을 평준화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종업원의식을 뛰어넘어 일하는 사람 중심의 따뜻한 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원·하청 관계 등으로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대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소수를 고임금으로 포섭하고, 다수를 아웃소싱으로 배제하는 것이 이윤극대화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기업 간 근로조건 차별화는 노동이 사회경제질서에 유의미한 반작용을 할 수 있는 연대의 기반을 허물게 돼 있다.

 

결국 산별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조 조직과 교섭의 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연대행동의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연대임금 전략은 산별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서유럽의 경우 직무급 노동시장이 발달해 이러한 연대임금 전략이 발전하기에 양호한 토양이 존재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연공급 임금체계로 인해 기업의 경계를 벗어나 임금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같은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을 갖고 있는 일본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20여년간 버블경제 붕괴와 글로벌 경쟁 압력으로 노동시장의 형평성이 크게 후퇴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30여년간 춘투라는 관행을 통해 상당한 정도의 근로조건 평준화를 이뤘고, 인구 1억3천만명 중 1억명이 중산층이라는 자부심도 가진 바 있었다. 그리고 그 춘투의 핵심은 노-노, 사-사 간 그리고 노조와 사용자 내부의 각 층위 간 긴밀한 조정(coordination) 행동이다. 따라서 산별 구조는 미비했지만,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구미의 산별노조에 버금가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도 이러한 행동적 측면에서의 ‘조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이러한 방향으로 논의가 모아진다면 대산별로 모여서, 중앙교섭으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과 같은 무망한 기대에 필요 없는 힘을 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최근 보건의료노조의 특성별 교섭, 그리고 금속노조의 업종별 교섭 시도 등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심지어 현대차와 기아차 두 개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초기업단위 교섭이 유의미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현대차와 1차 협력사들을 묶는 교섭구조 등 교섭단위가 기업의 경계를 넘어 확대될수록 애초 산별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진전이 있게 될 것이다. 

 

아웃소싱된 영역을 교섭단위로 묶어 낼수록 근로조건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그렇게 되면 임금격차를 겨냥한 아웃소싱 필요성 자체를 줄이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을 포함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무분별한 아웃소싱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기업의 경계를 넘어선 교섭단위의 확대, 그룹단위 노사협의회 구성, 연대를 위한 작은 실천의 집적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복수노조하의 교섭제도와 노사협의회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교섭단위를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제약하고 교섭단위 분리만 가능하도록 한 것을 바꿔 초기업단위 교섭이 가능하고, 교섭단위 통합이 가능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초기업단위로 노사협의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이러한 연대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나아가 지역별·업종별 사회적 대화의 세포로서의 의미도 갖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산별교섭 구조를 다원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중층적 사회적 대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 이것이 노사관계 발전 방향으로서 토론돼야 한다. 

 

다원적 산별교섭 구조는 노조 조직의 산별화 등 조직구조의 통합을 전제로 하되, 조직구조와 교섭구조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조직과 교섭의 구조가 어떻든 간에 기업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임금의 원리 실천이 수십 년에 걸친 산별 운동 이정표에서 핵심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연대임금이야말로 사용자들의 비정규직화와 아웃소싱의 필요성을 줄이는 첩경이다. 연대임금 전략의 실천은 근로조건이 양호한 대기업 조합원들의 결단 수준의 의식 전환을 필요로 한다. 근로조건 격차가 줄어들수록 대기업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실현하기 용이하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따뜻한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자본에게만 책임을 미루지 않고, 스스로 먼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돼야 산별이 사회적 정당성과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글은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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