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기초의회 폐지론, 엉뚱한 곳을 찾은 정치개혁 방안

기초의회 폐지론, 엉뚱한 곳을 찾은 정치개혁 방안

–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민주주의

 

지난 5일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위에서는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단체장 2연임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중 기초의회 폐지는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자는 지방자치의 흐름을 역행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강단체장-약의회라는 구조적 문제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진단과 대책이 모두 엇나간 방안이다.

 

또한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의무화하고 있는 현 구조를 전면 개정하겠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실천의지가 분명한 것인지 재확인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의 이번 제안은 지역정당(Local Party) 설립, 정당비례대표제 강화와 같은 정작 주요한 정치개혁의제는 쏙 빠져있고, 더욱 최근의 쟁점인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기에 대한 입장이 없다는 점에서 쟁점 전환을 위한 무책임하고 얕은 정치적 전술이 아닌지 의심된다. 

 

먼저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는 그간 거론되던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를 뛰어넘는 수준으로써 지방자치 후퇴, 민주정치 후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방자치제가 가지는 의미는 주권자의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권력을 보다 가까운 곳에 두자라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강단체장-약의회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집행부의 행정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풀뿌리 민주정치 실현의 의미와 제도적 조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초단체장에 대한 기초의회의 견제·감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초의회를 폐지하자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자 문제해결을 위한 진단과 대책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무능한 방안이다. 

 

더욱 그간의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 또한 정당정치, 책임정치의 후퇴라는 주장과 정치불신을 한 축으로 특정정당의 독점해소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현재의 절차적 최소요건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민주주의를 더 심화시킬 방안이지, 미성숙한 정당 정치에 기인한 현재의 지방자치의 한계와 각 당의 이해당략에 따른 기초의회 폐지론이 아니다. 

 

또 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와 같이 그간 정치개혁문제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고, 보수진영 일각에서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해 왔던 교육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를 전면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방안을 급작스레 제안하는 것은 새누리당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2년 임기제한 또한 사회적·정치적 논의가 제대로 거론된적 조차 없다는 점에서 성급한 제안이기는 매한가지이다.

 

새누리당의 이번 제안은 지역정당 설립, 정당비례대표제 강화와 같은 정작 주요한 정치개혁의제는 쏙 빠져있다. 올해 6월 지방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선방안은 당면한 현안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고, 특히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식의 졸속적인 정치제도 개선이 이뤄져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새누리당 특위의 안은 정치개혁 쟁점을 흐리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통선거, 주기적 선거 등과 같은 절차적 최소요건을 갖춘 민주주의 상태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 확대, 문제해결을 위한 공론장 차원의 논의와 합의, 정치사회와 시민사회간의 건강한 긴장관계와 균형 등과 같은 현재의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킬 방안이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2014. 1. 7

사회불평등해소와 참여민주주의실현을 위한 울산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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