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광진구 자양주민연대 자원활동 소모임-민들레

 

광진구 자양주민연대 자원활동 소모임-민들레


 


김영주(광진주민연대 민들레 담당지기,광진주민연대 부설 늘푸른돌봄센터 팀장)

민들레는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참여자치나눔의 공동체 주민연대의 자원 활동모임입니다. 우리는 매달 두 번,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과 조손가정에 반찬을 지원합니다. 지역에서만 아등바등하던 일을 글로 써야한다니 조금은 난감하지만 민들레가 탄생하게 된 과정, 민들레사람들이야기, 재정, 자원봉사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 우리는 지역의 의료복지 활동을 하던 성동주민의원에서 일을 하던 간호사였습니다. 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 중에 만성질환의 관리가 잘 안되고 거동이 어려운 분들을 관찰하던 중 건강관리가 잘 안 되는 이유가 기본 생활환경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연세는 많고 스스로를 돌보기도 어려운 일인데 소식이 끊기거나 자주 만나지 못하는 자식들 때문에 기초수급을 못 받거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자들까지 돌봐야하는 상황의 어르신들이 계시더군요.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의료비 지출이 많은데다 생활수입을 위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으니 지원을 받는다 해도 어려운 살림이고 의식주의 모든 것이 열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사회복지의 방법으로 접근해 관계기관에 의뢰를 하고 사정을 알려 개선해야겠는데 그 과정엔 항상 비용이나 선택의 한계가 있었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일정하게 방문도 하고 대상자의 영양상태도 개선해보자는 생각에 간호사 몇 명과 주민의원의 고객이셨던 지역주민, 봉사활동 경험이 있는 분, 7명이 모여 지역환경, 복지운동을 하던 ‘광진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모임 ‘민들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음식을 만들 곳이 적당치 않아 의원식당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가 2000년도였으니 이제 만10년째 되나봅니다. 이후 복지센터와 주민의원을 합쳐 주민연대가 되었고 비록 작은 모임으로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주민연대의 중요사업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민들레는 현재 40명의 정기후원자와 20여명의 자원 활동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목요일에 약 40가구, 130명 정도의 독거노인, 조손가정, 장애인 그룹홈과 아동 그룹홈에 반찬을 지원합니다. 공간은 지역의 문화원에서 요리교실 강좌시간을 피해 그 공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요일’, ‘약 5시간정도의 시간’, ‘두 가지 정도의 반찬’이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회 활동을 하는 인원은 3~4명 정도이며 활동 내용은 미리 메뉴를 선택해서 재료를 주문하고 재료를 받으면 다듬고 조리하고 반찬 통에 나눠담고 수거해온 반찬통들을 설거지하고 정리하는 것입니다. 배달은 구역별로 약 10여 곳 정도로 나눠 매회 4명 정도의 인원이 1시간정도 활동하게 됩니다.

주로 반찬만들기 활동은 한사람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도록 하고 배달하시는 분들은 고정되어 담당구역을 맡아 한달에 두 번을 하게 됩니다. 물론 두 번 다 참여하신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특별하게 필요한 상황이 아닌 이상 권하지는 않습니다. 매월 두 번밖에 안되지만 회사를 다니거나 기타 사회활동이 있는 개인이 한 달에 한번 휴가를 내거나 하여 시간을 만들고 자원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날의 활동인원을 미리 점검해야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이 있어도 자원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번 활동하도록 하고 조를 나눴습니다.

네 번째 목요일에 활동하시는 분들을 ‘4조’로 두 번째 목요일에 활동하시는 분들을 ‘2조’로 부릅니다. 인원이 확보된다면 1조와 3조도 만들어 매주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성원에서도 4조분들은 본래 민들레를 만든 분들로 맞벌이를 하는 주부가 많아 100인분이 넘는 양에 다소 곤란해 하기도 하시지만 오랫동안의 관계에서 오는 든든함으로 빠르지 않지만 소박하고 정성스러운 반찬을 만들어 내십니다. 2조분들은 주로 적십자 봉사활동을 하시던 분들과 성당에서 자원활동을 오시는 분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주로 연세가 50대를 훌쩍 넘는 분들이지만 활동경험이 풍부해 100명분이 넘는 반찬을 하는데도 전혀 어려움 없이 ‘뚝딱’해내시는 노련함이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민들레 반찬은 항상 맛이 있단 말씀을 어르신들께서 자주 해주십니다. 


활동을 꾸준히 하는 데는 일정한 책임감과 성실함이 필요하겠지만 저마다 조금은 다른, 민들레에 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분은 먼저 보낸 아들을 그리워하며 자원활동을 자신의 업으로 생각하시고  꾸준히 하시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은 정든 사람들과 만나 함께 무엇인가를 만드는 게 행복해서 온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여러 가지 경험중 조금 더 가치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 오신다는 분들도 있고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하며 웃어버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활동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게 되고 활동을 권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선뜻 같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기운빠져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다시 웃으며 다음 모임시간을 수첩에 적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상이라도 드려야 할텐데… 한번 식사 대접하기도 조심스럽답니다.

처음 민들레를 시작할 땐 만들고 배달하기까지가 지금보다 적은 수의 대상자였는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집들이 워낙 좁은 골목골목이어서 차로 배달하기가 쉽지 않았고 차를 주차할 곳을 찾는데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그때 서울의 빌딩숲들 사이엔 ‘대중들은 모르는 좁은 세계’가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쪽으로 가면 길이 없을 것 같은데…’하는 곳으로 들어가면 사람이 겨우 정면통과가 가능한 정도의 골목이 있고 양옆으로 작은 문들이 쭉 늘어선 쪽방이 있습니다. 문을 열면 신발을 벗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에 수도꼭지하나 작은 선반하나, 몇 개의 그릇과 수저가 있습니다. 바로 코앞의 방문을 열면 몸이 반듯하게 뉘어지지 않아 대각선으로 누워야할 것 같은 크기의 방이 있습니다.

그 골목의 문들은 다 그렇게 하나하나가 집이었습니다. 그곳을 찾지 못해 헤맨 일도 여러 번, 그러다가 그 골목을 찾으려면 신문이나 박스더미, 그리고 다 낡은 유모차를 찾으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골목의 입구부터 방문 앞과 옆 할 것 없이 모아놓은 것들로 쌓여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민들레 어르신들 집에 신문, 박스더미가 안보이는 곳이 없긴 하네요.) 이런 쪽방이 아니면 창고를 문으로 막고 방이라고 하는 곳에 난방이 없어 전기장판을 깔고 지내시거나 재개발을 앞둔 허름한 연립주택의 휑한 지하방들이 주로 계시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무리 병원을 찾고 약을 드신다 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나아질 수 있는지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2008년 여름에는 전기관련 자격증이 있는 광진주민연대 남성 회원 몇 분이 의기투합해서 낡은 등을 갈아 드리는 일도 시작했습니다. 아직 큰 여력은 되지않아 조명교체작업만 해드린 것뿐이었는데 작다 탓하지 않으시고 드문 이를 드러내며 좋아하시던 모습에 활동을 하시던 분들이 더 쑥스러워 하셨습니다.
     
 두 번째로 민들레의 재정을 살피자면, 매월 일정하게 들어오는 후원금은 30만원선이고 들어가는 재료비는 평균 60만원선입니다. 얼른 봐서는 ‘매달 적자일텐데… 어떻게 이 활동을 유지할까’ 싶으시겠지만 주민연대안의 문화소모임에서 바자회를 하고 수익금을 특별후원금으로 주시거나, 다른 외부의 기업이나 회원분들 중에 특별후원을 하시는 경우가 있어 이를 보완하게 됩니다. (아직까지 적자인 해는 없었네요.) 민들레도 10여년이 되다보니 지역에서 알아주시는 분들도 많아 이렇게 저렇게 특별후원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특별한 날이나 계절과 관계있어서인지 항상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가끔 반찬 재료를 후원 물품으로 주시는 분들도 있고 한번은 반찬통을 협찬받아서 즐거웠던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특별후원보다는 꾸준히 민들레를 기억해 주시는 정기후원자를 늘이는 것이 해마다의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선 여러 가지 홍보 작업도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간사마저도 직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다 보니 꿈만 클 뿐 쉽지 않은 일이네요. 간혹 민들레의 반찬을 저렴한 재료들을 구입해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 분들이 계신데 본래 대상자들의 영양개선을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라 조금이라도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방향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또 민들레의 정기 후원이 많아지길 항상 바라지만 그렇다고 민들레의 통장이 배불러지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수입이 많이 생긴다면 그만큼 횟수도 늘리고 대상도 늘려 한해 회계가 ‘0’이 되는 것이 바램이니까요.
 
마지막으론 자원활동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가장 민들레에 시급한 문제는 자원봉사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60을 바라보는 분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20~40대의 봉사자는 적은 지금의 상황은 앞으로 이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인가를 걱정하게 합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혹은 취업을 위해서 잠깐하는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사회든 순환이 되어야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스스로를 돌볼 여력이 필요한 시기에 그 시간을 보장 받지 못한다면 그분들의 노후 또한  건강하지 못할 수 있고 이는 사회문제의 악순환으로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들레를 생각하면서 단장님의 말씀을 되새기게 됩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보면 주저하지 않고 지갑의 돈을 꺼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몇 푼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고 하겠지만 그 몇푼 안되는 돈으로 그 사람의 절박함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이상, 꾸준히 도움을 주어야 안타까운 상황은 막을 수 있는 것아니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해마다 첫날에 촛불을 켜고 그런 사람만나면 절대 외면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신답니다. 민들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복지란 이리저리 얽힌 문제들을 해결해야 그 사람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 하겠지만 할 수 있는 작은 것마저 안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자원활동을 맘에 품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하는 것에 한발을 내딛어야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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