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20년, ‘좋은변화상’] (2) 원주 풀뿌리한지문화제

ㆍ사장된 한지문화 명품축제로

흔히들 한지(韓紙) 하면 전주를 떠올린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본고장인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지에서 명품 한지의주산지로 주목하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강원 원주시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지역은 한지와는 인연이 없는 군사도시였다. 당시 그 누구도 원주가 사라져가던 한지문화를 되살려 세계인들로부터 각광받는 독특한 축제를 개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원주한지문화제는 매년 2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대표적 지역축제로 자리잡았다.

이 축제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원주시와 시의회는 1995년 최규하 전 대통령생가복원사업(생가복원사업)을 전액 시비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종교계·학계 등은 80여명으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 3년가량 반대투쟁을 벌였다. 

지난해 9월 열린 원주한지문화제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한지등(燈)을 살펴보고 있다. | (사)한지개발원 제공

생가복원사업은 결국 백지화됐다. 시민단체들은 당시 경험을 토대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예산감시운동을 벌여 치악산찰옥수수축제와 꿩 방사 등 비효율적 사업을 폐지시키는 등 8년간 320억원의 자치단체 예산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무렵 원주시민연대를 이끌며 지역사회운동에 몰두하던 김진희(47·현 강원도의원), 이선경씨(46·현 원주한지문화제집행위원장)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생가복원 반대운동 당시 지역의 어른도 몰라본다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대안도 없이 ‘딴지’만 건다는 비난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답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3년여에 걸쳐 지역 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며 70대 이상 노인 300~400여명을 면담한 끝에 그는 한지를 재발견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전엔 원주한지가 참 유명했었는데’라는 어르신들의 한마디가 결정적 단초가 됐다. 이들은 규장각을 찾아 각종 문헌을 뒤진 끝에 세종실록지리지에 원주가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의 주산지라고 기록된 것을 발견했다. 원주시 호저(好楮: 좋을 호, 닥종이 저)면이란 지명도 닥나무와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들은 “유일하게 한지와 관련된 행정지명을 사용하는 곳이 원주”라며 이를 지역 문화축제로 발전시키자고 호소했다. 생가복원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던 각계 인사 80여명 모두 원주한지문화제 위원으로 참여해 수십만원씩의 후원금을 내는 등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원주한지문화제는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치른 99년 첫 행사에서 구름 인파를 끌어들이며 예상 밖의 큰 성공을 거뒀다. 2005년과 2007년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서 한지 패션쇼와 한지 공예전을 열어 르 몽드, 르 피가로 등의 유력지에 대서특필된 것을 비롯, 독일·이탈리아 등지에서 연이어 한지문화축제를 펼쳤다. 그동안 자원봉사자로 나선 시민들만 해도 1만3000여명에 달한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낸 축제가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기적을 연출한 것이다.

이선경 원주한지문화제집행위원장은 “원주한지문화제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난관도 많았으나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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