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20년, ‘좋은변화상’] (3) 인천 부평 문화의 거리

ㆍ상인들 힘모아 피운 시장통 ‘문화의 꽃’

5일 오후 인천 부평역 바로 앞에 위치한 ‘부평 문화의 거리’를 찾았다. 붉은 벽돌이 깔린 거리는 깨끗했다. 거리 중앙엔 나무가 즐비하고 꽃밭도 있다.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의자도 많다. 분수대에선 연방 물이 뿜어져 나왔다. 자동차들의 불법 주정차도 볼 수 없다.

상인들이 좌판을 깔고 시끌벅적할 것이라 여겼지만 공원을 거니는 느낌이었다. 상인과 노점상들은 삶에 찌든 얼굴이 아닌 함박웃음을 띠고 서로를 위로하고 덕담을 나눴다. 문화의 거리와 맞닿은 70년 전통의 재래시장인 부평시장도 문화의 거리 영향으로 쓰레기 하나 없이 잘 정비돼 있었다.

문화의 거리 분수대는 상인들이 돈을 모아 만들었다. 한평공원은 상인, 노점, 시민단체가 소통하고 합의하여 만든 의미 있는 장소다. | 부평 문화의 거리 상인회 제공

 

270m, 100여개의 상가가 밀집한 부평 문화의 거리는 평일엔 3000∼4000명, 주말엔 1만명 가까이 찾는 인천의 명소다. 이 거리가 명소로 자리잡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5년 부평역에 대형 민자역사가 들어오고 대형마트가 등장하자 이 지역 상인들은 “유통시장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재래시장도 변해야 한다”며 뭉치기 시작했다. 첫 사업으로 98년 차 없는 거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이 반대했고 가장 큰 난관은 노점상이었다.

보행로를 점거한 노점상은 영업이 끝난 뒤에도 물품을 적치하고 권리금을 붙여 매매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상인회는 “이대론 공멸한다”며 생계를 위한 노점은 인정하고 매매를 금지시켰다. 또 기금을 모아 노점이동 차량을 구입해 영업이 끝난 뒤 노점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했고 이동 장소도 마련해 줬다. “노점상도 하나의 주체”라며 상인회에도 가입시켰다. 노점상이 최초의 상인회장이 되기도 했다.

10여년 전 108개였던 노점상은 16개로 줄었다. 노점상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 상생방안을 마련한 곳은 전국에서 이곳이 처음이다.

상인들은 시민들을 위한 문화 인프라도 만들었다. 지상에 노출돼 볼썽사나운 배전함은 미술품과 사진으로 덮었고 곳곳에 화단을 만들었다. 음침한 뒷골목 여인숙을 매입해 ‘쉼터’로 바꿨다. 원통형의 쉼터 여성화장실은 특급 호텔 수준이다. 쉼터 주변은 금연 거리로 선포했다. 주말엔 중앙무대에서 다양한 공연도 펼친다. 이 모든 과정은 관 주도가 아닌 상인회가 주축이 돼 대화와 토론, 협의와 합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상인회는 지난해 부평시장 인근에 들어서려던 기업형슈퍼마켓(SSM)도 저지했다. 문화의 거리는 더욱더 많은 시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인태연 상인회장은 “이곳 상인들은 내 것이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시민들이 찾고 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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