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민영화, 누구를 위한 밀어붙이기인가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혹독했다. 2007년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을 14개 공기업 중 최하위권인 12위로 진단했다. 인천공항에 투입된 세금을 고려했을 때 경영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 총자산수익률(2009년 기준)을 기준으로도 홍콩 첵랍콕이 5.5%이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가 7.2%인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3.3%에 불과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가는 공항고속도로, 공항철도, 인천대교의 이용료가 비싸 공항매각을 통해 이 중 일부를 정부가 사야 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약 4조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3단계 확장공사를 위해서라도 매각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지분 15% 우선 매각으로 매각 움직임 본격화 
  
이를 근거로 인천국제공항을 매각하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외국인과 항공사의 지분 보유한도를 각각 30%와 5%까지 허용)과 항공법 개정안(공항 사용료 승인제 도입)’을 처리하기로 합의하고 기업공개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의 지분 15%를 우선 매각하기로 하였다. 선진화, 개방화라는 목표 하에 인천공항의 지분 49%를 민간에게 매각하겠다는 것이 이번 법 개정의 주요 취지이다. 

하지만 정부의 평가와 달리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공항이다. 2010년 3241억 원 흑자.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실시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6년 연속 1위. 국제화물처리 세계 2위. 국제여객운송 세계 10위는 물론 매년 18%의 영업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왜 인천국제공항을 매각하려는 것일까? 매각 의도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흑자 기업을 ‘선진화, 개방화’ 명목으로 넘기려는 정부 
  
1999년 설립된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경영컨설팅 결과 2008년부터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예상과 달리 2004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차입금 규모도 2004년 3조 3000억 원에서 2010년 2조 1980억 원 규모로 감소했다. 2010년부터 2035년까지 인천국제공항이 정부에 법인세, 배당금 등으로 납입하는 금액은 37조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까지 3단계 확장공사에 들어가는 4조 원의 예산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2조 원 이상 순이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매각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경영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주장은 이미 인력의 88%를 아웃소싱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천공항에 적용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계 최고의 허브공항인 암스테르담 스히폴과 파리 샤를드골이 인천국제공항과 전략적 제휴를 제안하는 상황에 선진 공항의 운영기법 운운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 1700여개 공항의 협의체인 국제공항협의회가 6년 연속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한 공항이자 아시아-태평양 최고 공항, 중대형 공항 중 최고이다. 

아테네 공항은 공항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9위를 기록했었으나 민영화 후 세계 50위로 급격하게 추락한 바 있다. 시드니 공항은 21위에서 81위로 무려 60위나 하락했고, 대표적인 민영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95위에 불과하다. 

공항이용료의 경우에도 인천국제공항 공항이용료는 1만 7천 원 수준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과 홍콩공항이 우리 돈으로 약 2만 원 정도이니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호주 시드니 공항은 약 8만 원, 영국 히드로 공항은 무려 11만 원이나 된다. 
  
이 같은 지표만 보더라도 정부와 한나라당의 선진화나 효율성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알짜배기 공기업인 인천공항 매각을 통해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거나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물처럼 얽힌 인간관계에 국민만 피해자로 전락 우려 
  
현재 인천국제공항의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 있는 곳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오스트레일리아 투자회사 맥쿼리로 SOC투자전문금융기관이다. 공항운영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회사다. 맥쿼리는 현재 호주 공항과 히드로 공항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지분 24.1%와 인천대교 지분 41%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맥쿼리 인프라펀드를 운영하는 회사는 골드만삭스이다. 골드만삭스는 이상득 의원의 아들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인 이지형 씨가 대표로 있던 맥쿼리-IMM자산운용을 인수하였다. 맥쿼리 그룹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특별석에 초대되기도 했으며 이채욱 인천국제공항 사장의 사위는 맥쿼리 은행에 근무를 한 적이 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공공기관의 경영평가를 맡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단장’과 가까운 고교 동창 등이 맥쿼리 펀드의 감독이사를 맡고 있다면 상황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물망처럼 얽힌 관계가 인천국제공항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허울뿐인 ‘민간에 49%만 매각’ 계획 
  
하지만 설령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51%의 지분을 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3% 이상 지분만으로도 상법상 회계장부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사회 등을 통해서도 인천국제공항의 경영기법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49%라는 수치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경영 간섭 또한 피할 수 없다. 실제 프랑스 파리 공항이 중국 베이징 공항을 상대로 차익만 남기고 팔아넘긴 사례도 있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 매각 계획은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국민 다수도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민간에 매각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가 진행하는 서명운동에 4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쫓기듯 헐값에 인천국제공항을 팔아넘기려는 것은 매국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를 강행 처리하겠다면 국민이 보여줄 수 있는 답은 분명하다.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직시하고 어떤 다른 이해관계도 아닌 국민과 나라의 이익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매각 움직임을 멈춰야 할 것이다. 


2011.08.24
장금석 /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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