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3월 2013-03-08   1838

[특집] 인간의 조건 – 엄마는 신神이 아니다

인간의 조건

엄마는 신神이 아니다

 

 

쿨한 인생 전업주부

 

 

일러스트 황진주

 

나는 너무 마음의 준비 없이 결혼하고 엄마가 됐다. 친구들이 모두 시집을 가고 나니 영화 한 편 같이 볼 친구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동아리 후배가 소개팅을 제안했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나간 자리였는데……. 짧은 기간 동안 굵은 연애를 하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 시집을 갔다.

 

결혼 생활이 익숙해질 때 즈음 아이를 갖고 10시간여의 산통 끝에 첫 아이를 낳았다. 산고 뒤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독한 불면이었다. 2시간마다 하는 모유 수유, 신생아는 하루에 20시간 정도 잔다는 육아서 내용과 달리 10시간도 안 자며 보채는 아이.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었다. 아이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자주 눈물을 흘렸다. 백일이 지나면서 주 2회 정도 일을 하게 되어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였다. 몸은 일터에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아이 곁에 있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분가를 하면서 두 아이와 함께하는 24시간이 시작되었다.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나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아이 키우며 살림하기가 예전보다  요즘이 훨씬 수월하다 하시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형제들이 많아 서로 돌보기도 했고, 집안이 아닌 마을의 골목들이 안전한 놀이터가 되어주니 아이들이 엄마 옆에 붙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주로 사는 요즘은 집안이 곧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엄마가 친구 노릇까지 해야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몸이 힘들어도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지, 어떤 부모 노릇을 하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어떤 엄마를 요구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는 엄마들에게 신神이 되라 강요하고, 엄마들은 신이 되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 서로 더 완벽한 신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신이 모든 인간 곁에 있을 수 없어 만든 것이 엄마’라는 말도 있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전지전능한 능력을 엄마들에게 요구한다. 아이들의 선생님이고 의사이며 로드매니저이자 인생의 멘토 역할까지…….

 

나는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나는 어떤 부모를 원했는가를 질문해 보았다. 대학 시절 한 친구가 “나는 존경하는 분, 닮고 싶은 분이 우리 아버지야”라고 말했을 때 느꼈던 약간의 충격과 신선함을 되새기며 내가 바라는 부모의 상을 정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부모가 되자.’ 

 

 

부모 자식 사이도 결국은 인간관계

 

삶의 뼈대는 세웠지만 그 이후 살을 찌우는 일이 또 만만치 않았다. 통통하게 살을 찌우기 위해 나는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라는 부모 역할 훈련 수업을 들었다. 서로 다른 경험치를 가진 강사들의 수업을 3차에 걸쳐 들었다. 수업의 제목은 ‘부모 역할 훈련’이지만 내용은 ‘제대로 된 인간관계 만들기’였다. 수업 중에 나를 비롯한 참여자들은 아이에게 저질렀던 실수들이 생각나 고해성사를 하며 눈물 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과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 속에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때 배운 경청과 대화법이 내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 때문에 생기는 분노지수를 조절할 정도의 내공은 쌓아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가 다가올 무렵 이미 자녀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친구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다가 지금 당장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부모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신뢰가 무너지면 서로의 목소리는 허공을 헤매게 되고,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다보면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해결하기가 무척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대로 된 부모 자식 관계는 어떤 것인가? 자식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자식이 있어야 안심 하는 부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모든 것을 부모 의견에 따르는 자식. 이처럼 너무 밀착된 부모 자식의 관계에서는 서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어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건강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부모 자식 관계에도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 자동차 운전 중에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추돌사고가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안전거리는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짱이 되어야

 

불완전하고 지극히 평범한 우리 엄마들은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노력을 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몸짱이 되려면 헬스클럽으로, 마음짱이 되려면 인문학 공동체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인문학 공부를 통해 나 자신을 직시하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좀 더 성숙해질 수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자 아이들을 비롯한 타인에 대해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완벽한 척하는 엄마에게는 마음의 문을 닫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하려 노력하는 엄마에게는 문을 활짝 열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앞으로 나간다고 믿게 되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메모해 둔 글귀이다. 

“일생 동안 자신을 위해 얻어낼 것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해 기여할 것에 대해 생각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의 미래를 저당 잡는 대신 사회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된다.”

 

 

쿨한 인생 진정한 자유를 위해 50대를 간절히 기다리는 언페이드 워커.

 

 

월간 참여사회 2013. 3월호 [특집] 인간의 조건
김 대리 격문
엄마는 신神이 아니다
인간적인 상담을 하고 싶다
5년차 직딩 채식인의 하루
한국에서 이주 여성으로 살아가기
YOUNG-OLD한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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