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4월 2013-04-06   1542

[특집] 집보다 사람! 사람을 위한 주거정책은?

집보다 사람!

사람을 위한 주거정책은?

 

서채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일러스트 황진주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0%가 넘습니다. 그럼에도 약 46% 정도가 전셋집이나 월셋집에 사는 이유가 뭘까요. 1, 2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자기 집을 두고도 다른 집을 빌려서 거주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데에도 한 원인이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주택 가격이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입니다.

 

연소득 대비 주택 평균 가격의 비율을 PIRPrice to Income Ratio이라고 하는데요, 대출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모든 소득을 저축했을 때 주택 구입에 소요되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PIR은 계속 상승하여 현재 7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택 가격이 높다보니 전·월세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전·월세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조금만 불균형이 발생해도 전세대란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 = 집값의 하향 안정화

 

지금 우리나라는 주택 가격이 매우 높아 매매 거래는 실종되고 전·월세 수요만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고 전세난 문제가 해결되려면 실수요자들이 자기가 번 돈으로 집을 사고팔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수요자들의 소득 수준에 맞추어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서 떨어지는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분양가상한제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추진, DTI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유예, 투기과열지구 해제, 종합 부동산세 폐지나 완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축소 등 정부의 정책은 국민으로 하여금 주택 구매에 나서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에 따라 서민들이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은 빚을 내어 주택 매입에 나선 결과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하우스푸어와 깡통주택이 생겨난 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주택 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금융, 부동산 세제, 부동산 공급 정책에서 정도를 지켜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 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택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비해서 장기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펼쳐야 합니다. 

 

 

주거안정? 이런 정책이면 서민에게도 가능하다! 

 

공공임대주택은 주택 구입 능력이 부족한 서민의 주거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LH공사, SH공사 등 공공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은 공공이 시장기능에 의하지 않고 주택 수요에 근거하여 공급합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을 통해서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의 주거를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정책 수단이지요. 지금과 같은 저성장시대에는 공공임대주택을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많이 공급하고 활용하여야 하며, 보편복지의 핵심인 주거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마련을 위한 재원이 충분하게 확보되어야 합니다. 

 

민간주택에서 전월세가 안정되려면 임대차 관계가 법적으로 안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갱신 시 물가상승률이나 건축비 상승률을 반영하는 공정임대료제 또는 상한선 이내에서만 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일례로 독일에서는 이미 지방자치단체의 차임테이블(임차인과 임대인이 모여 협의하는 공식 석상)에서 정한 상한선 이내에서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임대차 가격 문제를 개선하고 불투명한 임대차 가격에 관한 공시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에 따라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시·군·자치구에 등록하도록 하는 임대차등록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 과제는 바로 이러한 제도들을 합법화하는 것입니다. 임대차 관계의 안정화를 위한 제도의 도입 없이는 반복되는 전·월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주택 임대차 보호법」 등의 개정은 필수이겠지요.

 

 

하우스 푸어가 푸어하지 않도록

 

미국에서는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소득 등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에는 담보로 잡혀 있는 주택을 처분하여 채권을 회수하겠다는 의도로 대출한 것을 약탈적 대출Predatory Loan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약탈적 대출에 대해서는 엄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데요, 하우스 푸어 양산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 이러한 약탈적 대출계약은 무효로 하고 적정선을 넘는 금액은 채무자가 변제하지 않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우스 푸어 정책은 과다한 주택담보대출 연체로 주택이 경매에 처할 위기에 닥친 하우스 푸어들이 지분을 매도하고 임대료를 내면서 그 집에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하우스 푸어들은 매도했던 지분을 다시 매입해야 하지요. 그런데 주택 가격이 상승하거나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한 하우스 푸어들이 매도했던 지분을 다시 매입하기는 어렵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는 정책이지요. 

 

하우스 푸어의 대부분은 현재는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지 않고 있지만,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40% 이상을 충당하고 있어 중산층 수준의 소득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활은 빈곤화되어 있습니다. 하우스 푸어를 방치하면 국가적으로 민간소비 축소로 인한 내수경제의 위축을 가져와 일본식의 장기불황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우스 푸어에 대하여 정부의 공적자금까지 동원하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국민의 세금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사람들에게만 특혜를 주어서는 안되고,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융기관과 채무자 사이의 채무조정을 통하여 금융기관도 어느 정도 원리금의 손실을 감당하고, 이로써 서로 위험을 분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입니다. 

 

하우스 푸어들을 정책적으로 도울 경우에 대해 하우스 푸어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요, 소득 중 어느 정도를 원리금 상황에 충당하게 할지, 변제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 어느 정도의 원리금을 면책할지는 채무의 규모, 하우스 푸어의 소득, 담보로 잡힌 주택의 가격, 대출의 경위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하우스 푸어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가구 1거주 주택자인 하우스 푸어가 회생절차에 들어갔을 때에는 주택을 보유하면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현행 「채무자의 파산 및 회생에 관한 법률」은 주택담보대출은 별제권이 되어 바로 경매로 넘어가게 되므로 주택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1가구 1거주 주택자인 하우스 푸어가 회생절차에 들어갔을 때에는 주택을 보유하면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도 회생 계획에 포함시키고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나누어서 변제하고 나머지는 면책 받도록 「채무자의 파산 및 회생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야 합니다.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저성장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떨어지는 집값을 억지로 떠받쳐서 손쉽게 경기부양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되도록 집값 하향안정화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야 합니다. 그것이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의 시작입니다.

 

 

서채란

아직도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변호사. 

변호사니까 집 한 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을 만나면 무지무지 뻘쭘해짐. 

주거는 교육, 의료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3대 복지 분야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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