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6월 2013-05-24   1942

[놀자] 촌스러운 듯 새로운 어른들의 실내 공놀이

촌스러운 듯 새로운

어른들의 실내 공놀이

 

 

이명석 저술업자

 

참여사회 2013년 6월호 (통권 199호)

 

 

조용필이 새 앨범 <헬로>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예순셋이 스물셋보다 바운스를 잘 탈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용필 오빠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놀이들도 부활시켜 보면 어떨까? 골프도 스킨스쿠버도 먼 나라의 이야기였던 그 시절, 1970~1980년대 청춘들에게 실내의 공놀이만큼 즐거운 여가도 없었다. 우정도 사랑도 동글동글하게 빚어주었던 세 가지의 공 – 볼링, 당구, 탁구가 그 주인공이다. 

 

 

당구, 안 촌스럽고 안 퀴퀴하다


사실 그 시절 당구장은 불량함의 온상이었다. 청소년들의 출입은 금지되었고, 남자 어른들이 담배 뻑뻑 피며 내기를 하고 초크 묻은 손으로 짜장면을 비벼 먹던 곳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당구라고 하면 촌스럽고 퀴퀴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당구는 오스트리아의 최고급 카페에서 귀족들이 즐기던 게임이다. 모차르트도 연주가 없을 때는 남다른 당구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남자들끼리 우르르 가면 그냥 옛날 놀던 분위기나 되살아날 뿐이다. 남녀가 함께 놀아야 퀴퀴한 분위기를 죽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아무래도 포켓볼이 좋다. 색색의 공이 제법 예쁘기도 하고, 초보들도 그럭저럭 운의 힘을 빌려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나 강남을 중심으로 산뜻한 분위기의 포켓볼 전용 당구장들도 있고, 일반 당구장에도 한두 대씩 포켓볼 시설을 갖춰둔 곳들이 있다. 의외로 포켓볼을 따로 배워본 여성들도 적지 않다. ‘우리 동네 자넷 리’라 불리는 실력파들이 남자들을 쩔쩔매게 한다.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당구를 즐기려면 포켓볼 당구대를 갖춘 술집, 그러니까 풀 바Pool Bar를 찾아보자. 호텔 바처럼 고급스러운 곳도 있지만 오산 등의 미군기지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에잇볼, 나인볼 등 당구 자체의 규칙과는 별도로 풀 바의 룰은 알아두어야 한다. 보통 포켓볼 대 옆에 게임 신청을 하는 칠판 같은 게 있는데, 거기에 자기 이름을 적고 순서를 기다린다. 게임이 펼쳐지면 이긴 사람은 계속 치고, 진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 가끔 잘난 체하는 녀석이 계속 큐대를 잡고 판을 휘젓는 꼴도 본다. 뭐 그럴 때는 실력파 주인 아저씨가 끼어들어 자리를 뺏어주기도 한다. 어쨌든 그 모든 상황도 색다른 문화 체험이라 여기며 즐기면 된다. 게임을 기다릴 때는 옆에 있는 다트 판에서 놀아도 좋다. 누구든 쉽게 핀을 던질 수 있고, 간단한 점수 계산법을 익히면 승부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전자식으로 다트 점수를 계산해주는 기계들도 보인다. 

 

 

통쾌하게 볼링, 단란하게 탁구


볼링은 좀 더 통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남녀가 함께 즐기기도 쉽다. 볼링장이 점차 사라져가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쓸 만한 장소를 찾을 수 있다. 요즘은 심야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야간 볼링장도 있다. 전체적으로 어둑한 실내에 레인 주변만 반짝이며 길을 보여준다. 거기에서 갖가지 형광빛의 공을 골라 힘차게 던지는 것이다. 스트라이크! 오랜만에 던졌는데도 솜씨가 나오네? 신이 나면 싸이키 조명에 맞춰 클럽에 온 듯 춤을 추어도 된다. 밝을 때는 보여주지 못했던 끼를 발휘할 기회. 어떤 사람들은 야광 조명에 반사되는 클럽용 의상을 갖춰 입고 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동네 예체능>이라는 TV 프로그램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탁구가 있다. 노년층까지 쉽게 즐기고 온 가족을 단란하게 만드는 스포츠다. 그런데 탁구대를 갖추고 있는 곳은 예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었다. 탁구대에서 놀 수 있는 인원도 4명이 최대가 아닌가? 이럴 때는 베를린 핑퐁을 해보자. 빙글빙글 돌아간다고 라운드 로빈 스타일Round Robin Style이라고도 한다. 10명 이상도 함께할 수 있는데, 참가자들은 탁구대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자기 순서가 되면 상대편에 공을 넘기고 라켓을 다음 사람에게 준다. 실수를 하거나 득점을 당하면 판 밖으로 나가는데, 게임에 참가하는 숫자가 줄어들면서 점점 빨리 움직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그냥 치는 것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계속 돌면서 자리를 잡고 탁구채를 넘겨받아 또 쳐야 하니까. 그러니까 실수 연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웃기고 재미있다.  

 

 

이명석 저술업자. 만화, 여행, 커피, 지도 등 호기심이 닿는 갖가지 것들을 즐기고 탐구하며, 그 놀이의 과정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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