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6월 2013-05-25   858

[읽자] 한국인, 어떤 마음으로 사십니까

한국인

어떤 마음으로 사십니까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6월의 책

 

참여사회 2013년 6월호 (통권 199호)

 

오늘날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아마도 ‘멘붕(멘탈붕괴)’ 아닐까. 멘붕은 ‘정신이 무너져 일종의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 처지’를 뜻하는데, 젊은 세대에서 사용하는 신조어였지만 이제는 일상어로 쓰이는 분위기다. 우리는 그만큼 멘붕에 자주 빠지고, 여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다시 멘붕에 빠지는 ‘멘붕의 무한 루프’를 살아간다(마감에 쫓겨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지금 멘붕 상태다).

 

그동안 한恨, 은근과 끈기처럼 숱한 어려움 속에서 힘겹게 이어온 삶을 보여주는 단어가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해왔는데, 무한 속도, 무한 경쟁의 시대에 들어선 현대의 한국인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이어가는지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심리학자 김태형의 『트라우마 한국사회』와 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이나미의 『한국사회와 그 적들』은 정치, 경제의 관점보다 문화, 심리의 관점에 중심을 두고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마음을 짚어보는 시도라 흥미롭다.

 


50년대생은 좌절 세대, 80년대생은 공포 세대?

 

우선 『트라우마 한국사회』는 세대별로 접근하는데, 50년대 생을 좌절 세대, 60년대생을 민주화 세대로 이름 붙이고, 70년대생을 세계화 세대, 80년대생을 공포 세대로 규정한다. 그리고 각 세대의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차례로 보여주는데, 한 세대의 네 시기를 늘어놓는 방식이 아니라, 각 세대가 유년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각 세대가 청소년기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비교하며 보여주는 방식이라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또한 자기 세대의 일반적인 경험을 읽어가며 내가 어떤 지점에서 그들과 기억을 공유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다른 상황을 겪었는지를 맞춰보는 재미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나는 80년대생(공포 세대)이지만 공부 기계로 10대를 보내지 않았고 학점 경쟁과 청년 실업으로 20대를 보내지는 않았다. 운이 좋게도 한 발 앞서 지나온 게 아닌가 싶었는데, 원인은 따로 있었다.

 

 이 책은 세대별 논의를 정리한 전반부에 이어 분단 트라우마, 우월감 트라우마, 변방 트라우마라는 한국인의 집단심리를 제시하는데, 기존의 공동체 문화를 해체시키며 모든 걸 철저히 개인의 경쟁과 책임으로 돌려세운 신자유주의에서 비롯한 우월감 트라우마가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 혼자, 나라도 살아남아야 하니 남들을 깔아뭉개야 하고, 경쟁에서 낙오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 데 대한 분을 삭이며 남들보다 위에 서기 위해 삶을 바치는 모습에서, 우월감 없이도 가능한 인간의 자존감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이 책에 따르면 내가 이 책이 제시한 80년대생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아온 까닭은,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서울이 아닌 변방에서 자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이런 생각도 중심지에 사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거주민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데서 비롯한 변방 트라우마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참여사회 2013년 6월호 (통권 199호)

 

 

콤플렉스는 나의 힘

 

『한국사회와 그 적들』은 한국인의 콤플렉스를 다루는데, 심리학자답게 콤플렉스에 대한 오해부터 풀고 시작한다. 콤플렉스는 보통 부정적으로만 여겨지는데, 돈 콤플렉스가 부자가 되려는 노력을 만들고 권력 콤플렉스가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한 도전을 만들 듯, 콤플렉스가 삶의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이 부분에서 돈과 권력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 역시 우리의 콤플렉스라 하겠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인의 콤플렉스를 억압하고 부정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물질을 중시하는 허례허식, 일상화된 분노와 폭력, 고독과 가족의 문제 등 한국인의 삶을 괴롭히는 열두 가지 콤플렉스를 구체적인 사례에서 찾아내고, 이를 보듬을 만한 정신분석학적 조언을 내놓는데, 그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모든 상황을 부모 탓, 사회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기업이나 사회의 책임은 지적하지 않고 개인의 정신에 무한 책임을 돌리는 긍정심리학이 위험한 것처럼, 자신의 책임은 부정하고 환경 탓만 하는 태도 역시 건강하지 못하다. 두 번째는 고통 없는 치유는 없다는 것이다. 성가시고 불쾌하더라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바라보는 내적 작업이 없다면 성장과 발전은 불가능하다. 사실 이 책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군데군데 웃음을 전하는 장면도 많고 가끔은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할 텐데, 설렁설렁 웃어넘기거나 못 본 척 피해가지 말라는 게 저자의 충고라 하겠다. 거울을 보는 까닭은, 얼굴에 뭐가 묻었네, 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걸 지우기 위한 준비와 확인의 과정이다. 오늘 우리가 한국인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까닭도 그렇다. 내일은 좀더 나아지길, 좀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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