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6월 2013-06-10   1203

[특집] 자급하는 사람들 – 골목에서 발견하는 흙 일구는 삶

골목에서 발견하는

흙 일구는 삶

 

김한울 

 

참여사회 2013년 6월호 (통권 199호)

 

 

도심 속 사람 사는 동네, 서촌

 

서촌은 도심에 있다. 세종로 큰길로 차와 사람이 끊이지 않는 도심의 복판에서 느긋한 걸음으로 5분이면 충분하다. 동네에 다다르면 아스팔트 곧게 뻗던 길도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되어, 팔 벌리면 품에 안길 듯 소박한 풍경으로 펼쳐진다. 계절마다 푸른 호흡이 느껴지는 골목 풍경도 눈에 띈다. 여름이면 골목에서 커다란 토란 잎과 호박 넝쿨을 마주치는 일이 자연스럽다. 해마다 겨울을 지나와 봄볕에 얼굴을 찡긋거리게 될 즈음이면 틈틈이 자리 잡은 작은 흙 자리마다 푸른 싹이 움터 오른다. 

 

참여사회 2013년 6월호 (통권 199호)

 

 

골목 텃밭 일구는 ‘서촌작목반’

 

서촌의 이웃들이 모인 서촌주거공간연구회에서는 ‘서촌작목반’을 꾸리고 있다. 농촌에서 함께 농사를 짓는 작목반이 도심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화분에, 또는 스티로폼 박스에 손바닥 농사를 짓고 있던 이웃들이 있는 곳에서 서촌작목반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도시농업은 이미 있었던 것이 아닐까’, ‘꼭 넓은 땅이 있어야 할까’, 이러한 의문들이 서촌작목반의 출발인 셈이다. 그래서 서촌작목반에서는 창가에 두는 작은 화분도 하나의 텃밭이다.

우선 골목마다 화분 농사를 짓는 이웃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미 있는 텃밭의 규모와 특징을 살펴보고, ‘작목반’ 답게 서로의 경험도 나눠가며 아쉬운 부분은 힘을 모아 채워나간다. 삶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가꾸며 얻는 경험을 나누는 일도 중요한 활동이다. 무엇보다 손을 모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식물을 키우는 데에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웃들이 더 쉽게 흙과 친해지고 조금이나마 수확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참여사회 2013년 6월호 (통권 199호)

 

 

서촌작목반의 거창한(?) 출발

 

아직 작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4월에 열린 동네 벚꽃축제에서는 한 아름의 땅에 뿌릴 만큼씩 해서, 모두 400아름 크기의 땅을 일굴 수 있는 씨앗을 나눴다. 50평 남짓한 텃밭에 뿌려질 양이다. 텃밭 상자도 만든다. 텃밭을 가꿀 가족들이 모여 직접 만들기로 하고 11가족이 모였다. 이때 나눈 텃밭 상자를 한데 모은다면 4평 남짓.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 도심에서 4평 땅에 치러야 하는 땅값을 생각해보면 결코 만만히 볼 수치는 아니다.

도시농업이라고 하면 대개 수확량이나 수확물의 질을 생각하게 되지만 수확물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작업의 집중력이나 토지 비용 등을 생각하면 도시에서 농업을 한다는 것은 아직은 무모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면 원하는 물건은 대부분 쉽게 얻을 수 있다. 무엇 하나라도 직접 만들어 쓰려면 여러모로 소모적인 일이 되고 만다. 도시농업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나 동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단순히 경제성 측면에서 바라봐서는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 적어도 그 시작에 있어서는 도시농업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산업 너머를 봐야 한다.

 

 

무엇을 위해 땅을 일구나

 

서촌작목반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보자. 왜 사람들은 굳이 도시에서도 흙을 일구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손에 흙을 묻히면 소중한 열매를 쥐어주는 자연은 풍경으로 바라만 보는 자연과는 다른, 도시가 메워주지 못하는 치유의 대화일 수 있다. 또한 작은 화분에 심은 상추 한 포기의 싹이 터오르는 순간, 우리에겐 대화의 상대가 필요해진다.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이웃과 말문을 열게 된다. 골목으로 들어온 텃밭이 이웃집과 우리집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준다. 도시농업의 가치는 먹는 것을 생산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 셈이다. 

쌀이 쌀나무에서 열린다는 도시 아이의 대답이 짧은 유머로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 아이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에 대한 은유였을지도 모른다. 씨앗이 뿌려지고 싹이 터올라 열매가 맺히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관심과 바라봄을 통해 우리의 삶에 관한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서촌작목반은 흙과 함께 더 많이 깨닫고 반문하며 골목에서 일구는 농업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일구어 갈 것이다. 

 

 

김한울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사무국장 서울에서 도시 아이로 성장. 모바일 IT업계를 뒤로하고 무작정 동네 일에 뛰어들었다가 야근이 없어야 공동체가 살아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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