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7월 2013-07-05   1887

[경제] 버냉키 쇼크 미스터리

버냉키 쇼크

미스터리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이번 달 원고는 스스로 탐탁지 않다. 제목을 온통 영어로 달 수 밖에 없는 것부터 마음이 편치 않다. 비록 엉터리라 해도 나름대로 답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이 글을 써야 한다. 

 

 

버냉키 쇼크

 

주제는 확실했다. 지난 주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뒤흔든 ‘버냉키 쇼크’에 관해 써야 한다. “앞으로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이란 벤 버냉키Ben Bernanke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6월 19일 발표에 전 세계 주가는 일제히 추락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왜 버냉키가 이런 발표를 했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실제로 19일 미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양적완화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실업률 6.5% 하한, 인플레이션율 2.5% 상한에 이르기까지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되풀이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7.8% 정도이고, 청년 실업률은 그 두 배에 이르며, 더구나 정규직의 증감으로 본다면 위기 이후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단기간에 이런 목표에 도달하기도 어렵다.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얼마간 회복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UNDESA(유엔 경제사회분과, 세계 금융위기 이후 OECD나 IMF보다 더 나은 예측을 해왔다)의 금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1.9%로 작년의 2.2%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세계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중국의 경제성장률마저 잘해야 7%대에 머물 것이 거의 확실한 지금, 미국 경기회복에 대해 자신하거나 인플레이션을 걱정한다는 건 과도한 낙관이다. 사방이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가운데 오직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만 장기적으로 낙관적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정통 경제학자 버냉키는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금융정책을 쓰는 게 꺼림칙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 정책은 일단 제로금리에 도달한 뒤에는 경제가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로 유동성 함정의 상황이요, 우리가 그 옛날 거시경제학 책에서 봤던 평평한 LM곡선(통화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주는 이자율과 산출의 조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재정정책의 효과가 커진다. 위 그림을 참조하면, 이 상황에서는 LM곡선을 오른쪽으로 수평 이동해도 산출, 즉 GDP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반면 IS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그만큼 GDP가 증가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폴 크루그먼이 그토록 한탄했던 IS-LM 분석을 굳이 여기에 싣는 이유는, 이 그림이 이제 표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즉 지금 미국에 필요한 정책은, 금융시장 안에서 이리저리 배회하거나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돈에 세금을 매겨서 가난한 사람이나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하는 일이다. 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참여사회 7월호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미국 의회의 결정에 따라 정부 재정은 자동 지출삭감Ssequestration에 들어가며 당장 금년 나머지 기간 동안 무려 850억 달러를 줄여야 한다. 현재와 같은 시기에 효과적인 재정지출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다. 실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내년 1월에 교체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런데 버냉키는 임기 말에 세계 경제에 왜 이런 충격을 준 것일까?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원래 호들갑스럽기 마련인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건 그렇다 쳐도 한국 언론이 몇 면을 할애하면서도 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버냉키의 발표를 호의적으로 본다면 자산 가격이 부풀어 오르는 데 대한 경고이며 한껏 악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임기 내에 자신의 힘을 한 번 과시한 것에 불과하다. 하여 현재까지의 내 결론은 이렇다. 버냉키는 어쩌면 커다란 실수로 판명 날 시답지 않은 짓을 했으며 우리 경제에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또 이런 일과성 해프닝과 상관없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계속 수렁 속에서 헤맬 것이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태인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