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8월 2013-07-26   1174

[읽자] 방구석에서 휴가를 즐기는 방법

방구석에서 휴가를 즐기는 방법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8월의 책

 

여름이면 다들 휴가를 떠난다. 사람 많고 답답한 게 싫어 휴가를 떠난 동료의 빈 자리를 메꾸며 시원한 사무실에서 한가로이 지내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떠나지 않고도 휴가를 떠난 듯 스스로를 속이는 방법을 체득한 듯싶다. 그렇다고 도를 깨친 정도로 특별한 건 아니고,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그저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정도다. 그게 뭐냐고 실망할 분도 계실 듯한데, 책의 세계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크기보다 대략 4만 배 정도(1년에 단행본이 이 정도 나오니까)는 넓기 때문에 여기에서 포기하고 그냥 휴가를 떠나시는 건 섣부른 판단이 될 터, 그 판단에 누가 되지 않도록 고심해 고른 세 권의 책을 차례로 만나보기로 하자.

 

집에서 시작해 집으로 돌아오는 야구

 

첫 책은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인데, 야구를 철학적으로 살펴보는 내용이다. 나는 평생 야구장에 가보지도 않았고 야구에 대해 아는 건 박찬호뿐인데 웬 야구 이야기냐고 되물으실 법도 한데, 야구야말로 집에서 보내는 휴가에 적합한 주제다. 야구는 다른 구기 종목과 달리 공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득점을 해야 하는데, 타자는 홈(=집)을 떠났다가 다시 홈(=집)으로 돌아와야만 애초에 홈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충족시키는 경험(=득점)을 할 수가 있다. 자신이 궁극적으로 도착해야만 하는 곳에 이미 서 있음에도 그곳을 떠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타석에 들어서 공을 치고 달려야만 하는 모순. 어쩌면 우리가 떠나는 여행이란 것도 타자의 득점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쯤 되면 야구에 대한 관심이 슬슬 생겨나 야구장에 한번 가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정말 야구장에 간다면 그라운드에 놓인 홈 플레이트보다 훨씬 큰 홈, 그러니까 홈팀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이 모여 한 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 이 역시 집이 주는 소속감과 다르지 않을 터, 집에서 즐기기에 이만한 운동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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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과 함께 내 몸을 여행하다

 

이번에는 내 몸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물론 동반자가 있다. 고생대 이전부터 존재했고, 아마도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인류와 함께할 기생충, 축축한 느낌이라 여름에 어울리기까지 하니 그들과 함께 떠나는 휴가 또한 기대해볼 법하다. 어릴 적 못생긴 외모로 고생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기생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의 『기생충 열전』은 늘 곁(혹은 속)에 두고 살면서도 마치 괴물처럼 여기며 남의 일인 양 여겨온 기생충의 면모를 낱낱이 밝히며 그 기생충이 숙주로 삼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그러니까 인간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국민 교양서라 하겠다. 실제로 한국인의 감염률이 2.5%~3%이고, 감염자도 150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옛날 학교에서 약을 나눠주던 풍경으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소화기계에 사는 기생충, 조직을 침범해 사는 기생충, 뇌에서 사는 기생충, 우리 몸 이곳저곳에서 사는 기생충 등 주로 사람에게 감염되어 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을 중심으로 소개하면서 감염 경로와 증상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여름철 건강관리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 더불어 기생충은 숙주에 빌붙어 살지만 필요한 만큼만 섭취하며 숙주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려고 한다는 점에서 휴가철을 조용히 보내려는 우리와 비슷하기도 하다. 기생충과 떠나는 이번 여행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함께 떠나는 여행에는 역시 말수 적은 친구가 좋기 때문이다.

 

최고의 경지, 떠나지 않고 여행하는 법

 

특별한 두 가지 여행을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여행의 본질을 생각해보자. 저들은 왜 저렇게 득달같이 여행을 떠나는지, 그들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왜 부러워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방구석에서 떠나지도 않을 여행에 대해 생각하는지 말이다. ‘현명한 여행자를 위한 삐딱한 안내서’라는 부제는 아무래도 우리를 위해 붙인 제목 같고, 『여행 정신』이라는 제목은 그저 떠나기에 급급한 그들을 조용히 훈계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책은 프랑스의 두 여행 기자가 만든 비표준 여행 대사전으로, 세계지도, 크루즈 여행, 여행 작가, 에코투어리즘 등 250여 개에 이르는 여행 관련 단어를 재치 있게 풀어낸다. 예를 들어 ‘가이드북’을 이렇게 정의하는 식이다.

“예전에는 성경책처럼 귀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제공되는 정보의 수준이나 인터넷상에서 접하는 무료 정보에 비해 턱없이 비싼 가격 탓에 구닥다리가 돼버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 증거로 손에 가이드를 꼭 쥐고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을 한번 보라. 그들은 더 이상 이국 풍경에 넋을 잃지 않고, 사실이 맞는지 틀린지 매의 눈으로 꼼꼼히 비교하느라 딴 데 정신 팔 겨를이 없다.”

 

아, 통쾌하다!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훨씬 깊은 여행에 대한 사유를 맛보며, 언젠가 여유롭게 떠날 우리의 휴가를 기약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지 아니하겠는가. 올 여름 방구석에서 보낼 당신의 나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1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에릭 브론슨 엮음, 문은실 옮김, 미다스북스

2 『서민의 기생충 열전』 서민 지음, 을유문화사

3 『여행 정신』 장 피에르 나디르·도미니크 외드 지음,  이소영 옮김,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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