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8월 2013-07-26   1720

[경제] 또 다시 부동산 거품을 꿈꾸는가?

또 다시 부동산 거품을 꿈꾸는가?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협동의 경제학” 강연으로 또 다시 전국을 돌아다니는 중이다. 2006년에는 한미 FTA 때문에, 그리고 2009년은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나라 구석구석을 다녔으니 3~4년에 한 번씩 역마살이 끼는 모양이다.

세 번의 여행에서 똑같이 놀란 일이 있다. 어딜 가나 고층 빌딩을 짓는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이미 부동산 거품은 꺼졌다. 겉으로 보기에 가장 거품이 심한 부산(벡스코 부근의 주상복 빌딩 숲을 보라)에도 대형 크레인이 비죽비죽 서 있다. 불과 1년 전 저축은행 파산의 폭탄을 집중적으로 맞고도 어찌 이리도 의연할 수 있단 말인가?

 

수출 엔진 꺼졌으니 건설이라도 살리자?

 

이명박 정부 내내 건설사들은, 특히 경남 쪽 회사들은 돈 폭탄을 맞았다. 4대강 사업으로 대형 건설사들은 물론 중소 건설사들도 또 한 번의 활황을 맞았을 것이다. 이들에게 본격적인 돈벌이는 이제 시작이다. 강바닥 파내는 게 무슨 떼돈이 되겠는가? 강물 흐름이 늦어져 호수 같은 풍경이 펼쳐지면 강변에 골프장과 호텔을 지어야 한다. 하여 이명박 정부는 이미 ‘수변 개발’에 대한 규제도 풀어 놓았다.

 

하지만 일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 서울의 노른자위 땅 용산지역도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라고 떼를 쓰는 마당에 낙동강 시골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거품의 환상이 멀어지면 건설사는 바로 위기에 빠지게 된다. 정부가 7월 8일 6조4천억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부실기업 지원책인데 전체 6조4천억원 중 1조3천억원 정도가 순수하게 건설사 지원에 쓰이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동산 붐은 건설사를 살리는 일인 동시에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묘수로도 보일 것이다.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로 인해 상반기 수출은 0.6% 증가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수출이 증가하면 기업이 투자를 늘려서 경제를 성장시켰는데 이 엔진이 꺼져 버린 것이다. 이름마저 박정희 시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2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4대 중점 추진과제로 ①현장 대기 프로젝트 가동 지원, ②융복합 촉진, ③입지규제의 획기적 개선, ④혁신도시 개발 촉진을 들었는데, 이 중 ‘창조경제’와 직결된 ②번을 빼곤 ①, ③, ④번 모두 부동산 규제를 푸는 게 핵심이다.

 

참여사회08월호이미지
박 대통령은 7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는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며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수도권 규제 풀어 줄 테니 부동산 투자해라?

 

“현재 대기 중인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 위해선 “기업도시” 개발을 지원해야 하고 “지역특화발전특구”의 투자 애로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산업 단지 내의 공장 증설을 위해서 지자체가 산단 내 녹지지역을 공장지역으로 용도변경 해 줘야 한다. ④번 혁신도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공공기관이 부동산을 빨리 팔고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부동산은 연구시설이나 녹지지역에 묶여 있어서 제 값을 받을 수 없으므로 입지규제를 풀어야 한다.

 

③번은 수도권 규제를 아예 없애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벌들의 오랜 숙원이 드디어 풀린 것이다. 계획관리지역의 규제 원칙 자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서 지정된 금지 시설 외에는 모두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토지이용 촉진을 위해서 계획 변경 제한 기간을 반으로 줄이고 개발제한지구역을 해제할 경우 난개발 방지를 위한 최소면적 지정도 풀어야 한다. “불필요한 도시계획시설”을 해제해서 그 자리에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도록 하고 지자체가 “과도한 기반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산도 그냥 내버려 둘리 없다. 케이블카를 높이(표고) 제한 없이 설치하도록 했으니 바야흐로 산골에서 케이블카 반대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어찌 재벌에게만 좋은 일을 하랴. 아예 산지를 전용하는 기준도 지자체별로 정하도록 해서 지역토호들의 건설사도 소원을 풀 전망이다.

 

가히 부동산 거품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으로 비춰 볼 때 그런다고 해서 불처럼 투자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거품이란 “심리적 현상이며 전염성이 강하다”(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에 건설 붐을 일으켜 성장률 면에서 “역시 그 애비에 그 딸”이라는 칭송을 받을지 모르지만 한국경제는 그의 임기 말, 또는 퇴임 후에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실패를 어찌 이리도 똑같이 쫓아 한다는 말인가?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살아나지 않기만을 빌 뿐이다.

 

 

정태인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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