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8월 2013-07-26   1189

[특집] 비판여론마저도 조작하는 권력 위의 권력

비판여론마저도 조작하는 권력 위의 권력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

 

 

국정원의 대국민 심리전, 즉 대선 개입 사건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의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떻게 감히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느냐’와 ‘이렇게 큰 일이 있었는데 왜 국민들은 생각보다 차분할까’이다. 

 

누가 국정원의 목에 방울을 달까?

 

처음 질문에 대해서는 권력기관에 대한 실효적 통제수단이 없다는 답을 들 수 있다.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통제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의 업무범위 등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사실 지금도 국내정치에는 관여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계속해서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국정원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데서 우선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정원이 불법을 저질렀을 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검찰과 경찰은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권력 구조 하에 놓인 하위 기관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정원으로서는 다 같이 충성하는 대통령을 위한 일이라면, 그 일이 비록 불법적이라도 경찰과 검찰이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국정원이 눈치를 봐야 하는 수사기관(국민이 직접 통제를 해서 대통령을 위한다고 해도 용서하지 않는)이 하나라도 있다면 국정원이 이러한 짓을 할 생각이나 했을까. 물론 국회도 국정원을 통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아주 제한적으로만 통제할 수 있을 뿐이며, 이마저도 국회가 여당이 다수당인 경우에는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다. 당연히 국정원에 대해 국민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그렇다면 국정원 내부에 위법한 행동을 스스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현대로 오면서 국가 기관 내부의 구성원들이 그 기관의 위법한 행동을 제어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를 기능적 권력통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위법하더라도 상관의 명령이라면 따라야 한다는 문화가 강한 반면에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내부구성원 즉 공무원을 통한 제어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국정원 내부고발자는 처벌하고, 국정원장의 명령에 따라 불법적인 행동을 한 사람들은 불기소 해 이러한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7월 6일 1만5천명, 13일에는 2만5천명이 모였어도 공중파 방송에는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사진 오마이뉴스

 

국정원 사태에 입 다문 언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기관이 제대로 서 있지 않다는 답을 들 수 있다. 공중파 언론들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행정 권력에 예속되어 있다. 알다시피 KBS는 대통령이 이사를 선임하고, MBC는 대통령이 선임하는 위원들로 구성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사를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이사를 선임(즉 대통령→방송통신위원회→방송문화진흥회→MBC)하기 때문에 대통령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일수밖에 없다. 

 

신문들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각종 인·허가권을 매개로 행정 권력과 결탁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조·중·동 등 보수일간지들은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내년에 있을 종합편성채널 허가를 갱신 받기 위해서는 권력에 더 충성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7월 6일은 1만 5천 명이, 13일에는 2만 5천 명이 모였어도 공중파 방송에는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보수일간지들은 촛불집회를 다루더라도 보수단체의 집회와 동일한 수준에서 언급하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진상을 제대로 알기 어려울 수밖에. 

 

민주주의의 빈곤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놓고 보니 그 동안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였던 것은 모두 허상이었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하여, 아니 조금이라도 민주주의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국민이 권력 기관을 통제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제도들이 보충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이번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의미이다. 선거에 국가 기관들이 개입함으로써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으나 이번 사건이 던지는 위와 같은 의미를 놓쳐버린다면 우리는 더 큰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하여 우리는 반드시 이번 사건을 민주주의의 심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주민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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