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11월 2013-10-31   1575

[생활] 일보다 더 중요한 활동, 휴식

일보다 더 중요한 활동, 휴식

 

권복기 한겨레 기자

『참여사회』 편집위원. ‘심플 & 소울’로 살려다가 느닷없이 디지털 분야에서 일하게 돼 여전히 ‘멘붕’을 겪고 있지만 하늘의 뜻이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음. 청년과 지역 공동체를 화두로 남은 생을 살며 맘씨 좋은 할아버지로 늙는 게 꿈인 언론인.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 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후배가 지은 문구다.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이 문구처럼 참된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주6일에서 주5일제 근무로 바뀌면서 일하는 시간이 줄었지만 휴식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미하일 엔데의 소설 『모모』에서처럼 누가 우리 시간을 훔쳐가기라도 한 것일까? 왜 쉴 시간이 없다는 것일까?

 

참여사회 2013년 11월호

 

주말에 쉬었는데 왜 이리 피곤할까?

 

얼마 전 한 친구가 주말에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고 푸념을 했다. 그는 부인과 쇼핑을 하거나 아이들과 외식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주말 이틀을 그냥 집에서 쉰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몸에 이상이 있지 않다면 그렇게 쉬는데도 피곤할 수가 없는데…….

주말 일과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 친구는 하루 종일 소파나 마룻바닥에 누워 지냈다. 문제는 그가 늘 손에 쥐고 있는 리모컨이었다. 그에게 휴식은 소파에 누워 리모컨으로 이 채널 저 채널 옮겨가며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었다. 답이 나왔다. 보거나 듣는 것도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시력視力과 청력聽力 모두 글자에 드러나 있듯이 힘이 드는 일이다. 결국 그 친구의 주말은 쉬는 게 아니라 보고 듣는 데 힘을 쓰는 활동이었던 셈이다.

 

휴식이란 무엇인가? 한자로 써놓고 보면 쉰다는 게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다. 휴식休息. 휴休는 나무 옆에 누운 사람을 뜻하고, 식息은 숨 쉬는 것을 말한다. 조상님들은 힘든 농사일을 하다 나무 그늘에 누워 늘어지게 자는 농부와 같은 상태를 쉼이라고 보신 것 같다.

물론 현대인들에게도 농부가 논밭에서 벗어나듯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있다. 문제는 그 시간에 제대로 쉬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휴식의 본령이랄 수 있는 잠을 보자. 잠만큼 좋은 휴식은 없다. 등산, 수영, 걷기 등 거의 모든 운동은 피로를 동반한다. 그런 점에서 잠은 쉼의 기본이자 최고 경지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잠을 자는 방법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서양 의학에서는 밤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를 잠자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한의학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밤 11시에서 새벽 3시까지다. 한의학은 우리 몸에 있는 12개의 주요 경락이 시간대별로 활동성이 달라진다고 본다. 밤 11시에서 새벽 3시까지 4시간 동안에는 간과 담의 경락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간과 담은 피로회복, 해독작용 등에 관여하는 장기다. 이때 잠을 자면 간과 담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따라서 휴식의 기본은 밤 10시에서 새벽 4시 사이에 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대에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낮잠도 마찬가지다. 낮잠의 효용은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낮잠을 즐기는 사람은 드물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 시간에 사무실 책상 앞에서 단 5분이라도 눈을 붙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휴식은 숨에 달려 있다

 

그러나 잠만으로 휴식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진정한 휴식의 비밀은 두 번째 글자인 숨 쉴 식息에 있다. 숨? 숨 안 쉬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그렇지 않다. 숨에도 품질이 있다. 일반적으로 좋은 숨은 길고, 깊고, 고르고, 느린 숨이다. 자신의 숨을 한번 바라보라. 그렇게 숨을 쉬고 있는가?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숨을 쉴 수 있을까? 그 답 또한 식息이라는 글자 안에 숨어 있다. 식息자를 풀어보면 자自와 심心이 합쳐진 글자임을 알 수 있다. 숨은 곧 내 마음이라는 뜻이다. 실제 그렇다. 우리 마음이 편하지 못하면 숨이 편안하지 않다. 거칠고 얕다. 반면에 마음이 편안하면 숨이 깊고 느긋해진다. 결국 좋은 숨을 쉬려면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편안한 마음을 갖는 방법은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루겠다. 간단히 말하면 잠잘 때만이라도 모든 근심걱정을 내려놓는 것이 제대로 된 휴식이다.

평소에 쉬지 않으면 나중에 큰 병이 나서 억지로 쉬게 된다. 잠자는 시간 외에도 매일매일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가져보라. 5분도 좋고 10분도 좋다. 출퇴근 시간은 어떤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눈을 감고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어보자. 휴대폰에도 휴식을 줘보자.

 

쉬지 않고 일하다 탈이 나서 병상에 누워 시간을 물 쓰듯 쓰는 사람을 많이 봤다.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인지, 더 행복한 길인지 한번 따져보라. 자신의 삶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가 아닌지 돌아들 보시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