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11월 2013-10-31   1537

[경제] 노벨경제학상과 금융위기

노벨경제학상과 금융위기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천동설과 지동설에 동시에 상을 주다

 

금년도 노벨경제학상은 시카고대학의 유진 파마와 라스 피터 한센, 그리고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에게 돌아갔다. 기사를 본 순간, ‘도대체 어떻게 파마와 실러가 동시에 수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금융위기라는 난리가 났는데도 어떻게 파마한테 상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첫 번째의 의아함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한 이는 존 케이 런던정경대학 교수였다. 이번 수상자 선정은 “천동설의 프톨레마이오스와, 이를 부정한 코페르니쿠스에게 동시에 물리학상을 준 것과 같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파마는 ‘효율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로 유명하고 실러는 그 가설을 실증으로 부정한 사람이다. 파마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가격은 모든 공개된 정보를 놀랄만한 속도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저 유명한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가설’의 금융시장판이니 시카고대학에서 환영할만하다. 또한 그의 이론은 마이클 젠센 등의 기업이론과 결합하여 주주자본주의론을 완성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이론은 현실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었다. 보통의 주주는 그 어느 누구도 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그럴 능력도 없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효율적이라면 기업의 성과가 주가에 정확히 반영될 것이고 따라서 경영자는 주가 극대화를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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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s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 Eugene F. Fama 

라스 피터 한센 Lars Peter Hansen
로버트 실러 Robert J. Shiller

 

반면 실러는 바로 그런 주장을 부정했다. 그는 현실의 주가가 기업의 배당 실적보다 훨씬 더 심하게 요동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증명했다. 그에 따르면 주가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에는 거품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가 쓴 대중서의 제목 『비이성적 과열』, 『야성적 충동』은 그의 이런 생각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카네만 등의 행동경제학을 금융 부문에서 전개했다. 투자자의 심리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에서 그는 케인즈의 후계자인 셈이다(물론 그의 부인이 심리학자인 것도 여기에 일조했다).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티글리츠나 크루그만은 효율시장가설을 2008년에 촉발된 위기의 원흉 중 하나로 지목했다. 파마는 “도대체 거품이 뭐냐, 나는 정의를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정보가 다 반영된 게 곧 가격인데 거기 뭔가가 덧붙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놀랍게도 첫째,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존재한다 하더라도 미리 알 수 없다, 셋째, 안다 하더라도 미리 대처할 방법은 없다는 이 주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나 경제학계의 주류였다.

 

거품이 터지면서 위기가 닥치자 파마 등 시카고 학파는 오히려 이를 정부 실패라고 주장했다. 파마는 “금융시장은 위기의 피해자지 원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가 신용에 대한 문턱을 너무 낮춘 것이 원인이고 금융기업들은 그런 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비롯한 시장만능론자들이야말로 바로 그 금융규제 완화를 목청껏 외쳤다는 사실은 이미 잊었다. 영국 여왕이 “도대체 경제학자들은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라고 물었을 때 묵묵부답할 수 없었던 경제학계는 이런 억지를 아직도 가슴에 담고 있다. 이로써 내 두 번째 의문, “금융위기는 수상자 선정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친 것일까?”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세계경제는 아직도 돈을 수혈해서(양적완화) 겨우 돌아가고 있다. 위기 직후 G20 등에서 한 목소리로 외쳤던 금융규제 강화 방안들은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위기를 계기로 시카고 학파의 재정긴축 주장은 다시 강력해졌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조만간 또 다시 유사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현실을 맨 눈으로 보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실러의 (거시)행동경제학은 아직 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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