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11월 2013-10-31   1789

[정치 ] 박근혜 정부의 검찰, 다시 사냥개로 돌아갈 것인가

박근혜 정부의 검찰,
다시 사냥개로 돌아갈 것인가

 

이용마 MBC 해직기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검사들이 생각하는 검사 = 정의의 무사

 

검사는 가슴에 칼을 품은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 이들의 사주를 보면 칼이 읽힌다는 말도 있다. 진실이 무엇이건 이런 말이 나온 배경에는 검사의 역할 자체가 칼을 휘두르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검사는 법을 위반한 자들을 붙잡아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합법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일반 검사들 역시 칼 검劍자를 써서 스스로를 검사劍士 혹은 무사武士에 곧잘 비유한다. 이 비유의 기저에는 일반 민중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악의 무리들을 향해 앞장서서 칼을 휘두르는 정의의 사도가 있다. 악의 무리가 더 크고 위협적일수록 그들을 대적하는 검사는 더 폼이 난다. 가끔 퇴임하는 검사들이 한시나 고전의 글귀를 인용해 자신의 심정을 내비치는 것도 무사의 풍류를 흉내 낸 것이다. 

 

국민들이 보는 검사 = 권력의 사냥개

 

일반 검사들이 생각하는 정의의 사도로서의 무사 혹은 검사 이미지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검사’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권력의 사냥개’이다. 주인이 “가서 물어!”라고 시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가서 무는 존재, 주인이 시키기 전에는 절대 물 수도 없는 존재이다. 사냥개에게는 또 하나의 철칙이 있다. 절대 주인을 물지 않는다. 자신이 사냥한 동물도 주인이 허락하기 전에는 절대 먼저 먹지 않는다. 주인을 물거나 주인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밥을 얻어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사냥개는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래도 사냥개에는 무사의 이미지가 조금은 묻어난다. 주인을 위해 몸을 던지는 ‘심복’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사냥개 이미지에 한 가지 더 덧붙여졌다. 권력자에게 빌붙어 아양을 떠는 애완견 이미지이다. 돈 많고 힘센 권력자들의 무법 행위 앞에서 비굴하게 꼬리를 내리고 기분을 맞추려고 보이는 행태를 빗댄 것이다.

 

참여사회 2013년 11월호
검찰을 상징하는 CI에도 칼을 형상화한 그림이 한 가운데 그려져 있다.
검찰은 이 칼이 정의를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역대 정권과 검사의 굴욕과 영광

 

정의의 무사라는 생각은 그저 검사들의 희망사항일 뿐, 사냥개 이미지는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정치적 반대자 탄압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검찰이었다. 반대 세력에게 무슨 혐의든 덧씌워서 구속을 남발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탄압 수단이 없었고, 이를 가장 잘 하는 검사에게는 출세의 지름길이 보장되었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이 검사에 대해 “짱이야”를 외쳤던 시절도 한 때 있었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할 때였다. 당시 수사의 주역이었던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송짱’, ‘안짱’이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정의의 사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금까지도 그 후광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이 진정 무사가 될 수 있었던 건 대통령 노무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통령이 검찰에게 충분한 자유를 주지 않았던들 과연 검찰이 그 정도로 속 시원하게 칼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건드릴 경우 위에서 누르고 막고 쫓아내는 상황에서 과연 “짱이야”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찰은 비로소 사냥개에서 벗어났다. 처음으로 주인인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이용해 권력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무사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잠시 뿐이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검찰은 다시 사냥개로 전락해버렸다. 그것도 애완견 이미지만 남은 아주 비참하고 늙은 사냥개로 말이다. 주인을 자처하는 무리들이 4대강이니 뭐니 하며 버젓이 불법을 저질러도 못 본 체 눈을 감아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다시 사냥개가 되기를 바라는 정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희망은 검찰이 다시 무사가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두환·노태우 추징금 환수, CJ 이재현 회장 구속기소, 원세훈·김용판 기소, 4대강 담합 등을 철저히 수사하며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채 전 총장이 시대를 잘못 만난 것이다. 그의 임명권자는 자신이 주인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이 예전처럼 말 잘 듣는 사냥개이기를 바란다. 검찰이 오로지 자신이 지시하는 상대만 물고, 주인인 자신을 물기를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이 점에서 최근 국정원 수사의 실무 책임자인 윤석열 팀장이 국정원 직원들을 긴급 체포한 일은 용납할 수 없는 일탈 행위이다. 주인을 문 사냥개를 내쫓았는데, 그 사냥개의 새끼가 나타나 다시 주인을 물었기 때문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격노했다는 말은 곧 박근혜 대통령의 심정을 대변할 것이다.

대한민국 검사들이여! 박근혜 정부 하에서 다시 사냥개가 될 것인가, 아니면 권력에 맞서는 무사가 될 것인가, 선택은 당신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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