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11월 2013-10-31   1395

[특집] 노동과 교육이 만나 참교육의 희망, 전교조

 

노동과 교육이 만나 참교육의 희망, 전교조

 

김한민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

초등학교에서 생태/평화/인권/노동/여성적 가치를 아이들과 나누려고 애쓰고 있지만늘 부족함을 느끼며 괴로워하다 지금은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전임자로 일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음.

 

 

지난 9월 23일, 박근혜 정부는 한 달 안에 전교조가 해직자 9명을 배제하지 않으면 합법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협박을 해왔습니다.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개정하고, 9명을 조합에서 내치라는 것입니다. 전교조는 지금, 14년 전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 2013년 11월호
1989년 5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식

 

닫힌 교문을 열며

 

1992년으로 기억합니다. ‘왕의 남자’ 정진영이 누구인지 몰랐던 그 때, 학생회관 어두운 소강당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를 보고 한참을 울먹였던 일을. 

 

그해 봄 어린이날에 맞춰 교대 학생회가 전교조와 함께 어린이한마당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라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날에 다양한 행사들이 있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어린이들을 중심에 둔 이런 행사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 행사가 순탄히 진행될 리 만무했고 새벽부터 전경들이 학교를 둘러싸고 교문을 막았습니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선생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교문 앞에서 들어오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였습니다. 밤새 전경들의 침탈을 막기 위해 교문을 지키고 있던 우리들(사수대) 중 한 명이 교문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교문을 뽑아!” 순간 우리 모두는 교문을 부여잡고 힘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닫힌 교문 한쪽이 뽑히고 선생님 한 분이 아이들과 함께 전경들을 밀치고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봉쇄된 문이 열렸습니다. 밖에서 모여 있던 선생님과 아이들을 전경들은 더 이상 막질 못했고 어느새 천 명이 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한 판 어울려 신나게 놀았던,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가슴 벅찼던 기억이 떠올랐었습니다.

그때 전교조는 불법노조였고 1,515명의 조합원들이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학교를 떠난 지 3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1999년 7월 1일, 전교조 합법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989년 5월 28일, 짙은 최루 연기를 뚫고 연세대에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동지여! 사랑스러운 제자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 굳게 뭉쳐 싸워 나가자!”라는 결성 선언문을 고故 윤영규 위원장이 낭독하면서 탄생했고 우리 노동운동과 교육운동사의 한 획을 긋게 됩니다.

 

1960년 이래 30년 가까이 군부독재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입시 경쟁 속에 질식시켰던 교육이, 교장들의 독재로 민주주의가 질식되었던 교육이, 전교조를 통해 ‘민주주의’와 ‘참교육’의 시대정신을 담은 교육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을 불법노조, 해직이라는 탄압 속에서도 촌지 거부를 시작으로 교육계에 만연하던 부정부패에 대한 저항, 국가권력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교육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 아이들을 입시 기계로 만드는 학교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적 실천들을 통하여 교육의 모든 분야에 걸쳐 확산되는 계기들을 마련했습니다. 전교조는 어느새 우리 교육의 대안적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3만 명의 조합원이 1500여 명의 해직자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전교조는 10년을 버텼고 결국 1999년 7월 1일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로 합법적인 지위를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1989년 5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식

 

 

전교조, 노동과 교육이 만나다, 전교조가 희망인 이유

 

전교조는 노동조합이라는 틀을 가지면서도 참교육을 실천 강령으로 하는 묘한 조직입니다. 이 특수성이 전교조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있다고 봅니다. 노동과 교육, 이 두 영역이 멋지게 결합하면 큰 힘이 되겠지만 그 묘한 균형을 잃게 되면 노동조합도, 참교육도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되겠지요. 우리 사회에서 전교조는 늘 줄타기를 해야 하는 운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욕도 많이 먹습니다. 역대 정권과 늘 싸워온 전교조는 그 정권들을 옹호했던 사람들에게는 달가운 조직이 아니었을 겁니다. 어떤 이들은 노동조합이면 자기들 노동 조건에나 신경 쓰지 국가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간섭이냐며 비난하고 어떤 이들은 전교조가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고 비난합니다. 심지어 ‘종북, 좌경, 빨갱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니기도 하지요. 

 

참여사회 2013년 11월호

 

이런 비난에도 전교조가 6만 조합원들과 함께 싸울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미래의 노동자, 아이들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전교조는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늘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싸움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사실입니다. 

전교조가 여전히 우리에게, 나에게 희망인 이유는 모든 노동자들이 자본에 포섭된 죽은 노동으로 단순히 생계를 이어가는 칙칙한 미래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자신의 삶의 가치와 노동이 일치되는, 산 노동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는 참교육 노동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위기의 전교조, 묵묵히 참교육의 길을 가라

 

전교조는 지금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담담합니다. 법외노조로 가더라도 원칙을 지킨다는 선택을 했습니다. 현재 교원노조법 시행령에는 해고자가 조합원일 경우 노조가 아님을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해고자 9명. 전체 조합원의 0.00015%에 해당하는 조합원 때문에 14년 합법노조를 법외로 몰아내는 것이 법리적 정당성을 가질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게 “니네가 억울하겠지만 법이니 지키라”고 합니다. “법을 지키지 않는 교사에게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냐”고 합니다. 사회 혼란을 일으킨다고 야단입니다. 참 뻔뻔합니다. 악법인 걸 스스로 알면서, 국회에서도 아니고 단지 국무회의에서 국제 기준에 맞춰 시행령을 바꾸면 될 일인데 말입니다. 누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지!

 

참여연대를 포함해 811개의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이 전교조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전교조는 전교조 조합원만의 것이 아닌, 최소한의 양심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전교조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당한 요구를 수용했다면 이런 연대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이 싸움에서 이겼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게 어쩌면 감사패라도 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교조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서로에 대한 동지애와 연대의 힘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전교조는 또 다시 14년 전, 법외노조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전교조가, 그 전교조를 이루고 있는 6만  의 조합원들이, 그 조합원들의 참교육 실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교조는 예나 지금이나 묵묵히 참교육의 길을 걸어 갈 것입니다. 그 길에 전교조에게 보여준 따스한 연대의 빚을 전교조 또한 갚아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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