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1월 2014-01-09   1599

[경제] 민영화에 대처하는 법

민영화에 대처하는 법 

 

 

한 해를 정리한답시고 1년 간 쓴 글을 모두 모아서 요약했다. 물론 연말연시에 몰려들 원고 청탁에 대비하는 것이기도 했다. 60편이 넘는 글들을 단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근혜본색, 줄푸세’이다. 대통령 선거 때는 그가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내걸었지만 실은 줄푸세라고 ‘양두구육’을 외쳤고, 취임 후에는 공약을 이행하려면 이러저러한 일을 해야 한다고 ‘연목구어’ 했지만 결국 여름에 접어들면서 박대통령은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투자활성화=민영화? 

 

인사파동 때 단 한번, 일방적 대국민 담화를 읽어 내려간 대통령은 이제 입을 꼭 다문 채 ‘하면 된다’의 정신으로 모든 분야의 민영화?를 한꺼번에 밀어붙이고 있다. 기실 문민정부가 ‘세계화’를 외친 이래 기획되어, 외환위기를 거친 후 국민의 정부가 ‘IMF 조건’을 실천했으며, 참여정부 역시 무슨무슨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야금야금 진행해온 일이었다. 삼성 등 재벌은 마지막 남은 ‘황금의 땅’ 공공서비스 부문을 집어 삼키게 되었다. 목표는 전기, 철도, 가스, 우편, 수도 등 네트워크 산업, 그리고 건강보험이다. 

 

재벌의 이 장기 기획은 한미FTA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는 외길 수순이 되었다. 아뿔싸, 그들이 보기에 참으로 기꺼웠던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의 촛불에 놀라 주춤거렸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거침이 없다. 과거의 정권들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아 가며 하나 또는 두 분야의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는 ‘투자활성화’라는 이름 하에 철도, 의료, 교육을 단숨에 시장에 넘기고 이제 가스마저 넘보고 있다. 공기업 산하에 영리자회사를 설립하는 수법이 새롭게 선보였다.

내년엔 TPP 협상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민영화를 통해 12개국의 자본이 투입된 영역은 다시 공공으로 되돌릴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박근혜표 민영화를 막는 정도가 아니라 공공의 영역을 최대한 넓혀야 한다.

 

death-flower

민영화는 privatization의 번역이다. 80년대 이래 진행된 privatization은 매우 다양해서 이를 통칭하는 번역어를 찾는다면 사영화가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해서 나는 2008년에 사영화로 통일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영화가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다. 

 

한 손엔 반대의 촛불, 한 손엔 개혁의 청사진이 필요한 때 

 

첫 번째 걸림돌은 이런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정당이 원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이참에 확실히 당론을 정해야 한다. 만일 여전히 과거에 추진했던 정책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렇다고 선언하는 편이 낫다.

 

두 번째 걸림돌은 공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다. 세계 어느 정부나 본격적 민영화에 앞서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과 부채, 철밥통 고임금 등을 폭로했다. 관료적 경직성이나 ‘참호파기’는 모든 거대 조직이 지니고 있는 것이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내 돈’으로 그리 한다는 것 때문에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다. 

 

따라서 반대의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동시에 공공기관 노조와 시민, 그리고 정당이 함께 공공성을 강화하는 개혁안을 내 놓아야 한다. 공공기관은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니 시민이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1년 이래 공공기관 노조,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국회의원이 주도한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운동은 이제 결실을 맺어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은 지방정부 및 사회적 경제와 같이 할 일이 많다. 예컨대 한전은 지방의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을 지원해야 한다. 코레일은 역마다 존재하는 지방자치체와 함께 다양한 마을 관광기업을 만들 수 있다. 우체국은 로컬푸드운동이나 중소자영업협동조합의 물류를 도울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에 의료생협이 결합되면 우리는 훨씬 더 건강해질 것이다. 

 

한 손으론 반대의 촛불을, 다른 한 손으론 개혁의 청사진을 치켜들지 못한다면 우리들의 소중한 재산은 물론, 아이들의 삶도 재벌들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 퇴진의 이유가 아니고 무엇이랴.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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