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4월 2014-04-04   996

[듣자] 통일의 꿈, 모차르트의 노래

참여사회 2014-04월호

 

통일의 꿈, 모차르트의 노래

 

채훈 MBC 해직 PD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모차르트 쿠겔>(2006, 와인슈타인 감독)에는 오스트리아의 우주비행사 얘기가 나온다. 그는 <마술피리>의 악보와 달콤한 ‘모차르트 쿠겔(동그란 모차르트 초콜렛)’을 갖고 우주 공간으로 나간다. 멀리서 바라본 지구는 경이로웠다. 이 아름다운 별 위에서 사람들이 국익과 이념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죽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푸르른 지구의 위용과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아리아가 펼쳐진다.

 

“이 성스런 전당에는 복수라는 게 없다 / 곤궁에 빠진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건 인간의 의무 / 우리는 친구의 손을 잡고 기꺼이 더 좋은 나라로 간다 / 이 성스런 전당에선 모두 서로 사랑한다 / 배신은 없고 원수는 용서받는다 / 이 가르침에 기뻐하지 않으면 사람의 자격이 없다.”

 

<마술피리>에서 어둠을 지배하는 밤의 여왕과 빛의 사제 자라스트로는 철전지 원수다. 밤의 여왕은 딸 파미나에게 날이 시퍼런 칼을 주며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고뇌에 빠진 파미나 앞에 자라스트로가 나타나, 장중한 베이스 목소리로 화해와 용서를 노래한다.

 

우주에서 지구를 본 우주비행사들은 한결같이 평화주의자가 됐다.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에드가 미첼. “깜깜한 우주가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죠. 와, 저게 나의 별이구나, 내 몸이 저 별과 이어져 있구나,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지구로 돌아오는 내내 창밖을 내다보며 대단한 황홀경을 경험했지요.

 

지구로 돌아오는 길은 생명의 품에 안기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미첼은 이 길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절망을 느꼈다. 저 푸른 별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다시 떠오른 것. 그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밑바닥을 알 수 없는 절망감’ 사이에서 요동쳤다. “전쟁은 정말 싫습니다. 국경 분쟁 때문에, 자기 신이 더 훌륭하다며 인간이 서로 죽인다는 사실이 너무 혐오스럽습니다. 그건 문명인의 행동이 아니지요. 원시적인 ‘약육강식’의 태도가 그대로 남아 있는 건데, 우리 인간은 그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참여사회 2014-04월호

이 음악을 듣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Mozart Weltalls K.619를 검색하세요. http://youtu.be/2ovce8a-Pb0

 

새봄, 어떤 형태로든 통일 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통일 ‘대박’이란 말은 경제적 이득만 앞세운 구호 같아서 천박하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도 잘 보이지 않는다.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소중히 추구하며 경제적 부수효과를 기대하면 안 될까? 남북의 지도자가 평화주의자로 거듭나는 꿈같은 상상을 해 본다. 우주비행사 에드가 미첼이 40년 전 좋은 제안을 했다. 

 

“만일 정치지도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정상회담을 하게 만들 수 있다면 지구 위의 삶이 상당히 달라질 것입니다. 지구의 큰 그림을 한번 보고 나면 다시는 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없을 테니까요.” 

 

모차르트의 아리아 ‘이 성스런 전당…’은 세상이 거칠고 사나울수록 평화의 꿈을 잃지 말라고 속삭인다. 모차르트가 평화를 예찬한 노래는 또 있다. <마술피리>를 작곡하던 도중 잠깐 틈을 내서 작곡한 프리메이슨 칸타타 K.619는 21세기에 더욱 호소력이 있다.

 

1790년, 프랑크푸르트 장터에서 프랑스 혁명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때가 왔다, 자유를 쟁취하자”, “압제에 신음해 온 민중이여, 노예의 멍에를 던지고 일어나라”라는 구호가 넘쳐흘렀다. ‘천부인권’이 새겨진 손수건, ‘자유냐 죽음이냐’를 외치는 브로셔가 난무했다. 모차르트는 이 장터를 방문, 당대의 계몽사상가 치겐하겐을 만났다. 그는 철저한 평등주의자로 노예 착취와 여성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모차르트는 치겐하겐의 사상에 공감했고, 이듬해 가을 그의 시에 곡조를 붙였다.

 

“무한한 우주의 창조자를 찬양하는 그대 / 여호와라 하든, 브라만이라 하든 / 모두의 주인이신 그 분의 트럼펫 소리, 그 말씀을 들어라! / 이 영원한 음악은 지구와 달과 태양을 가로질러 흐른다! / 들어라, 사람들아, 함께 들어라!” 

 

모차르트는 “쇳덩이를 녹여 쟁기를 만들자”고 힘주어 노래했다. 전쟁을 반대하고 사랑과 평화를 호소했다. 피아노 반주의 독창곡으로, 주로 테너가 부른다.

 

“기만의 굴레을 끊어라, 편견의 베일을 찢어라 / 사람들을 패거리 짓는 헛된 옷을 벗어라 / 인간들의 피를 쏟게 한 그 쇳덩이를 녹여서 쟁기를 만들자! / 형제들의 가슴에 치명적인 납덩이를 퍼부었던 그 검은 화약으로 압제의 바위를 깨뜨리자!” 

 

이채훈 MBC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2012년 해직된 뒤 ‘진실의 힘 음악 여행’ 등 음악 강연으로 이 시대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저서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 『우리들의 현대 침묵사』(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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