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4월 2014-04-04   617

[읽자] 봄날의 동물원을 좋아하세요?

봄날의 동물원을
좋아하세요?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4월의 책

 

 

봄바람이 불어오니 괜스레 기분까지 들뜨는 요즘, 나른한 오후 망중한에 들어서면 당장이라도 휴가를 내고 소풍을 가고 싶어집니다. 물론 휴가는 늘 모자라고 놀고 싶은 마음은 차고 넘치니 이내 한쪽으로 무게가 쏠려 사무실에 발목을 잡히고 마는 신세지만, 이번 주말에는 김밥을 ‘사’들고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겠다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왜 굳이 동물원이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긴 겨울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생명에게서 공명할 리듬을 듣고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면, 봄을 맞아 입만 살았구나, 라고 핀잔을 주시려나요. 그런데 봄이 오기도 전에 동물에 눈을 돌린 두 권의 책을 보신다면, 제 입담은 동물의 털끝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동물은,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봄볕에 움트는 새싹만큼이나 발랄하고, 그 새싹을 바라보는 마음만큼이나 가슴 뛰는 일이니까요.

 

동물과 사람을 잇는 생명의 감성

 

참여사회 2014-04월호

 

『꼬리 치는 당신』은 동물의 습성이나 모습에서 리듬과 동질감을 찾아내는 짧은 글 모음입니다. 권혁웅 시인은 500여 종에 이르는 동물을 불러내 그들의 삶에서 우리를, 우리의 삶에서 그들을 번갈아 발견하며 생명의 위트와 아이러니를 함께 전한다. 

 

“뱀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고막은커녕 귓구멍도 없다. 대신에 땅의 진동을 아래턱과 내이로 듣는다. 소리가 아니라 진동으로 듣는다 이거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지. 손잡은 그이가 떨고 있을 때, 그이는 내게 말을 건네는 거야.”처럼 마음을 간질이는 감성, “사모아쇠물닭은 1869년 알려졌으며 1874년 마지막 표본이 채취되었다. 생김새 빼고는 한 영국인이 ‘아주 맛있다’라고 평가한 게 우리가 이 동물에 대해 아는 전부다. 마지막 남은 동물이라고 말할 때 인간의 반응은 둘이다. 박제를 하거나 일단 먹고 보거나.”처럼 인간을 돌아보게 하는 통찰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서 곁에 두고 아무 때나 어디든 펼쳐 보기에 맞춤합니다. 

 

작가가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다르게 보면 동물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다르게 보면 우리를 한 우리 안에 집어넣고 관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하듯, 읽으면 읽을수록 동물 이야기인지 우리 이야기인지 헷갈립니다. 하지만 다른 점과 같은 점으로 서로를 구분하기보다는 이렇게 흐릿한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를 바라보는 게 훨씬 풍요로운 생명의 모습 아닐까요.

 

예나 지금이나 함께 사는 동물과 인간

 

참여사회 2014-04월호

 

『조선동물기』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동물에 대해 남긴 기록을 가려 뽑고 이에 대해 오늘날의 시선으로 해설을 붙인 책입니다. 지금처럼 생물학 지식이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필요로 동물과 더 가까이 지냈던 당시 사람들이 동물에 대해 어떻게 이해했고, 무엇을 오해했는지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시대 동물관을 읽고, 이를 통해 당시 인간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자료라 하겠습니다. 포유류·조류·어패류·파충류·곤충류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생물 분류로 봐도 모자람이 없는 폭넓은 기록이 놀랍습니다. 말·소·돼지·개·호랑이 등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 포유류 이야기가 가장 많은데, 기르고 다루는 방법이 대부분입니다. 재미난 건 동물에 대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꼬리 치는 당신』과 달리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대부분 중국의 옛 이야기나 역사 기록으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간 기준이 되는 지식이 달려졌다는 걸 알 수 있는 지점이겠지요.

 

물론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합니다. “어미 고래는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반드시 미역이 많은 바다를 찾아 실컷 배를 채우는데, 먹이를 어찌나 욕심내는지 비좁은 물길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많다. 이야말로 바다의 큰 물고기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 가운데 하나다. 세상에서 아이를 낳은 산모가 해산 후 미역국을 먹는 것 또한 고래에게서 얻은 교훈이다.”처럼 동물과 인간의 같은 점을 찾아내 서로의 관계를 연결하려는 마음을 보면 생명의 그물망이 떠오르기도 하고, “큰 지렁이는 길이가 70척에 이른다는 내용이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다. 동물이 이렇다면 사람 또한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하나라 때 제후 가운데 하나였던 방풍씨는 몸을 누이면 아홉 이랑의 밭을 차지할 만큼 컸다고 하는데 누가 감히 이를 의심하겠는가.”처럼 동물이 하는 건 인간도 할 수 있다는 허세를 보며 우리의 자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온전히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거울이 필요합니다. 동물은 인간을 비추는 탁월한 거울입니다. 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동물원 봄 소풍이 어쩌다 이렇게 진지해졌는지, 진지함은 책 속에 묻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물원에 가보길 바랄 뿐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를 마주하는 동물 역시 그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간과 동물은 같은 생명이니까요.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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