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5월 2014-05-02   1022

[통인뉴스] 생활임금 보장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

생활임금 보장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

6.4 지방선거 핫이슈로 떠오른 생활임금 보장

 

최재혁 노동사회위원회 간사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기준, 생활임금은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임금? 그런 건 아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목적은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다. 최저임금도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생활임금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공공기관 노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사회책임조달’이다.

 

생활임금은 영미권에서 시행 중인 제도 ‘리빙 웨이지Living Wage’의 번역어다. 제도로서 생활임금은 단순히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업체와 하청 혹은 조달계약을 맺을 때,  해당 민간 업체 소속 노동자의 ‘적절한’ 임금수준을 포함해 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미국은 하청, 조달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통해 민간과 공공영역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생활임금 조례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정 수준의 재정적 지원이나 감세혜택을 받은 민간업체,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하거나 소유한 건물 및 택지에 입주한 민간 업체가 소속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게끔 강제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 수준 드러낸 ‘생활입금 도입 논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도 지방 행정과 노동 정책을 연계한 ‘사회책임조달’이라는 의미에서 생활임금을 주장하고 있다. 생활임금은 2012년 참여연대가 제안하고 서울 성북구, 노원구가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시행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지역 노동자·사용자·시민단체·정부기관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고, 작년 결실을 맺었다. 이렇게 여러 지자체에서 생활임금을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도입을 반대하는 지역도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소속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일은 도지사의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의회에 발의된 생활임금 조례는 도지사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하는 위법한 조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 이외의 추가적인 법적의무를 부여하는 상위법령의 규정은 없다”는 아리송한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임금 결정과 관련해 도지사에게 부여된 책임은 최저임금법 준수 외에 없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조달의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GDP의 대략 10% 정도라고 한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조달·하청·위탁계약 시 적정한 임금 보장, 청년·여성·장애인 고용, 노동시간 단축, 4대 보험 보장 및 지원, 임금체불 해결 등을 통해 우리나라 총생산의 10%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단 정부가 시작하면, 학교나 병원 같은 공공 기관이 동참하고, 결국 민간 영역에서도 시행한다.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요구를 시장이 수용하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공공기관은 물론 대학교·병원·민간 기업이 생활임금을 시행 중인 런던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참여사회 2014-05월호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의 보완재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노동·시민사회의 구호로 사용되었다. 때문에 생활임금은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읽힌다. 시행 이후 명목최저임금은 꾸준히 인상되었지만, 상대적인 측면에서 보면 평균임금의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은 큰 개선이 없다는 지적도 옳다.

 

참여사회 2014-05월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의 대체재가 아니다. 최저임금 수준이 낮으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다만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의 보완재로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견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생활임금이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연방 최저임금을 인상하려고 노력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주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 속에서 생활임금이란 제도를 통해 노동자의 임금을 현실화하고 있다.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을 포함해서 노동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주어진 조건보다 더 좋은 노동 조건을 소속 노동자들에게 보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경기도 예산은 15조 원이 넘는데, 통과된 생활임금 조례안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일 년에 대략 3억 원 남짓(?)이다. 생활임금은 포퓰리즘도, 선심성 공약도 아니다. 할 수 있고, 하고 있으며, 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노동사회위원회는 생활임금과 관련한 토론회와 언론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생활임금을 이번 지방선거의 단체장, 교육감 후보들에게 제안하고, 도입을 촉구할 예정이다. 납세자이자 유권자인 여러분도 책임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대해서 고민해 볼 기회다.

 

참여사회 2014-05월호

 

2013년 유럽 15개국 의류산업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캠페인 광고. 최저임금도 ‘생활 가능한 수준에서의 최저’임금이라는 의미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식비 등을 포함하여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생활 임금’ 캠페인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우리 나라에서도 2012년 서울 성북구에서 최초로 생활임금이 도입되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공공부문의 생활임금 도입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공공부문부터 생활임금을 도입하는 것은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사회적 책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