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7월 2014-07-01   459

[읽자] ‘세계’에 가까운 ‘세계사들’

‘세계’에 가까운 ‘세계사들’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7월의 책

 

월드컵이 한창이다. 본선에는 32개국이 출전한다. 국체축구연맹FIFA 회원국은 200여 개국이 넘는다. 본선에 오르기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예선은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대륙별로 치러진다. 덕분에 평소에는 거의 자각하지 못하는 대륙 공동체를 4년에 한 번은 생각하게 한다는 게 월드컵의 또 다른 효과 아닐까 싶다.

근대 이후 형성된 강력한 국가 단위 통일체는 배타적 영토를 바탕으로 단일화된 정치 권력을 형성하고 경제, 사회, 문화를 국경이라는 테두리 안에 묶었다. 이 때문에 누구든 어떤 나라의 국민이 되어야만 하고, 그 국가의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지식과 감수성을 평생에 걸쳐 배우고 익혀야만 한다. 

오랜 동안 거주지를 넓히며 지구 곳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의 구조와 시야는 꽤나 답답해 보인다. 물론 대륙 역시 몇몇 국가의 총합으로 이해될 수도 있겠지만, 임의로 형성된 경계보다 훨씬 오래된 자연지리와 문화지리에 근거한 이해는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인 국가 단위를 넘어 인류 보편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오래된 시작의 땅, 아프리카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인류 보편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 대륙을 꼽으라면 단연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는 가장 오래된 땅이다. 무려 36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단단하게 내려온 땅에는 오래된 지질에서 발견되는 금과 다이아몬드가 풍부하고 젊은 땅의 상징인 화산 폭발과 지진이 드물다. 

인류의 역사로 봐도 아프리카는 오래된 땅이다. 가장 오래된 인류의 화석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이래 그곳은 인류의 고향, 인류의 자궁으로 불리며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인류의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AFRICA : A BIOGRAPHY OF THE CONTINENT는 두 가지 오래된 땅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며 아프리카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전한다.

 

이 책은 아프리카 자체를 인격체로 상정하고 일대기를 기술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그 땅 위에서 벌어진 모든 일, 다시 말해 지질·식생·환경·지리·인간 모두를 다룬다. 덕분에 아프리카를 쓰는 두 가지 방식, 그러니까 바깥의 시선(유럽중심주의)에서 주로 정복의 대상으로 그리는 서술 방식과 내부의 시선에서 서구의 침탈에 대항하는 독립과 투쟁이 강조된 근현대사 중심의 서술 방식을 넘어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그려낸다. 물론 그 안에는 아프리카의 이야기만 담긴 게 아니다. 땅이 생성되고 생명이 탄생하고 인류가 진화하고 사회가 발전하는 ‘모든 일’이 아프리카 안에 있다.

 

모든 게 오고간 땅, 중앙유라시아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아프리카를 벗어나 마주하는 너른 대륙은 유라시아다.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유라시아를 이해하는 데는 당연히 멀고 긴 거리를 연결하는 길, 그러니까 교류가 중요하다. 

중국에서 로마에 이르는 교역로를 실크로드라고 부르는데, 『중앙유라시아 세계사』Empires of the Silk Road는 중국과 로마가 아닌 중양유라시아에 살며 국가를 이룬 이들을 실크로드의 주체라 부른다. 근대를 선취하며 문명의 중심으로 떠오른 유럽, 근대 이전 세계를 주름잡던 전성기를 부활시키려는 중국 사이에서 잊히고 묻힌 역사의 주역을 제대로 조명한다면, 중심을 넘어선 관계의 시선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중앙유라시아 세계사-프랑스에서 고구려까지
크리스토 벡위드 지음 /소와당

 

저자는 중앙유라시아가 문명의 변두리가 아니라 문명의 기원이라 말한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에 그들의 후손들과 또 다른 중앙유라시아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복과 발견과 연구와 탐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 시스템, 고급 예술, 선진 과학을 창조해 냈다. 이집트인, 수메르인 등등이 아니라 중앙유라시아인들이 우리의 조상이다. 중앙유라시아는 우리의 고향이고 우리의 문명이 시작된 곳이다.” 다시 말해 유럽, 중동, 남아시아, 동아시아 사이에 중앙유라시아가 놓인 게 아니라 중앙유라시아가 이들 문명이 형성되는 데 기반이 되었다는 말이다. 세계화가 너무 흔한 말이 되었지만 그 말이 이루어진 역사를 돌아보면 세계화가 그리 간단치 않은 일이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유구한 흐름 속에서 우리 삶과 지금 문명은 너무나 짧고 좁지만, 끊임없이 쓰일 새로운 세계사 속에서 나름의 위치와 맡은 역할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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