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7월 2014-07-01   723

[경제] 되살아나는 금융위기의 불씨

되살아나는 금융위기의 불씨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1 2010년 7월 

 

7월 20일 이명박 정부의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 비율LTV 관련해 “거시건전성 규제 수단으로서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이후 그는 이 주장을 자신의 학술 논문에도 집어넣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교수의 아버지의 구연 때문에 최고의 인복을 누렸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 그는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로 단기자금 유입을 줄이는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에 나는 이 정책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앞서 신교수가 LTV와 DTI가 ‘세계적인 모범’이라고 상찬한 것은 2010년 당시에도 정부 내에 DTI와 LTV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나라당 의원 출신인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2010년 7월 14일 “DTI와 주택담보인정비율은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을 때 쓰는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있을 때는 신축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불을 지폈다.

 

물론 LTV와 DTI는 2000년대 중반의 부동산 과열을 막으려고 도입된 정책이다. 매입하려고 하는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만 대출을 해주는 LTV,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DTI가 금융 쪽의 부동산 규제였다. 

2005년 국민경제비서관이었던 내가 대통령에게 설명해 드렸듯이 “공급을 늘리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그보다 빨리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때문, 즉 투기수요 때문”이었고 그 이동 속도를 결정하는 게 금융대출이다. 2006년 11월 이들 금융규제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2010년 이 금융규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기보다 거시건전성 규제의 의미를 지녔다. 금융 불안으로 인한 거시적 위기를 사전에 막기 위한 정책이다. 만일 2010년 당시 신현송 보좌관의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가 도입되지 않고 오히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의 주장대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다면 한국은 이명박 정부 말기, 늦어도 박근혜 정부 초기에 심각한 금융위기에 빠졌을 테다.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 2014년 6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6월 13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이 붙던 ‘한여름’이 아니고 ‘한겨울’”이라며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으면 감기 걸려 죽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2010년과 똑같은 얘기다. 

조선일보는 강봉균, 한이헌, 권혁세 등 여야를 막론하고 구 관료들을 총동원해서 부동산 경기부터 살려야 한다고 불을 지피고 있다. 이명박정부 말기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규제는 계속 완화됐지만, 아직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금융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빚내서 집을 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집값이 오르도록 하려면 더 많은 투기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조치가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당장 문제는 가계부채, 즉 거시건전성이다. 

부동산과열 때문에 도입됐으니 이제 그 원인은 사라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 내정자가 2010년에도, 또 지금도 모르고 있는 것은 거시와 금융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최대 복병은 바로 가계부채이고 그것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 는게 문제인데 다시 부동산 투기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니…. 2010년에 유예됐던 금융위기의 초침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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