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0월 2014-09-29   538

[읽자] 참여연대 20년, 여전히 당신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연대 20년,
여전히 당신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10월의 책

참여연대가 창립 20년을 맞아 세 권의 책을 펴냈다. 보고서 형식으로 묶은 ‘형식만 책’이 아니라 각 도서가 분명한 자기 역할을 맡은 단행본 기획이라는 점에서, 내부를 비판적으로 기록하는 동시에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참여연대와 닮았다. 

참여연대와 함께한 깊이와 넓이에 따라 읽는 순서와 방법이 다를 테고, 참여연대에 바라는 점과 함께하고 싶은 지점에 따라 눈과 손이 먼저 닿는 책이 다르겠지만, 대략 이런 분을 염두에 두고 차례로 소개할 생각이다.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 믿고 회비를 꼬박꼬박 내지만 구체적인 현장에 참여하는 데는 부담을 느끼는 이, 참여연대가 펼치는 활동에 뜻을 함께하고 보다 깊숙이 참여하고 싶지만 내부 사정을 잘 몰라 망설이는 이, 참여연대가 그간 해온 일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이후 전망이 흐릿하다고 생각하는 이. 바로 내 모습이기도 하다.

참여사회 2014년 10월호 (통권 215호)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 –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한국시민운동 20장면 

차병직 지음 / 창비

 

참여연대 20년 스크랩북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는 참여연대 창설 당시부터 함께한 차병직 변호사가 ‘20년 20장면’이란 이름으로 본지에 연재한 글로, 참여연대의 두드러진 활동을 바탕으로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여 골라낸 명장면이라 하겠다. 제목이 다소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소액주주운동, 공익제보자 지원운동, 낙천·낙선운동이 참여연대만의 이야기는 아닐 테고, 1인 시위, 정보공개운동, 인사청문회는 한국사회의 풍경을 바꾸기도 했으니 저자의 말대로 참여연대에 보내는 칭찬과 응원으로 봐줄 만하다.

바깥과 맞닿은 눈에 띄는 이야기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참여연대 창립선언문부터 월간 <참여사회> 발간과 참여사회아카데미 운영 등 새로운 소통과 교류의 방식, 정부지원금 0원을 실현한 모금의 진화와 참여민주주의를 공간으로 구현한 참여연대 건물까지 스크랩북 넘기듯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20년의 노력을 하나씩 살펴본다. 누군가는 보통 사람, 시민으로서 살아온 어떤 지점과 이어볼 수 있을 테고, 다른 누군가는 사회 변화와 민주주의 성숙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이야기다. 참여연대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만나면 좋을 책이다.

참여사회 2014년 10월호 (통권 215호)

감시자를 감시한다 – 고장 난 나라의 감시자 참여연대를 말하다

참여연대 기획, 조대엽·박영선 엮음 / 이매진

 

냉철한 평가와 따뜻한 조언

『감시자를 감시한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는 참여연대를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내·외부 인사가 골고루 참여하여 그간 참여연대가 해온 사회적 기여를 살펴보고 앞으로 바꾸거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짚는다. 논문 형식이라 다소 딱딱하지만, 그만큼 탄탄한 자료와 엄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글이라 하겠다. 비로소 입구에 들어섰는데 너무 단단한 벽처럼 느껴진다면, 가볍게 넘기면서 소제목 중심으로 맥락을 살펴본 후에 관심이 가는 꼭지부터 독파하면 되겠다.

서두에서는 참여연대의 여러 활동을 한국사회의 변동과 발전 속에서 살펴보고 평가한다. 현대 사회운동의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참여연대의 등장을 살펴본다든지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와 참여연대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식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면밀한 분석 보고서에 가깝다. 앞서 소개한 책이 스크랩북이었다면 이 책은 냉철한 평가를 바탕으로 참여연대의 현황과 역량을 짚고, 전환과 모색을 위한 과제를 제시한다. 참여연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의사결정의 구조는 어떤지, 활동을 알리는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 2부 ‘참여사회의 역동’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이쯤 되면 어느새 참여연대의 한복판에 들어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참여사회 2014년 10월호 (통권 215호)

반성된 미래 – 무한 경쟁 시대 이후의 한국 사회

참여연대 지음·김균 엮음 / 후마니타스

참여연대, 한국사회를 상상하다

세 번째 책 『반성된 미래』는 참여연대 깊숙이 들어간 당신을 다시금 한국사회라는 너른 공간으로 불러내, 참여연대가 한국사회 안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한다. “우리 사회가 장기보다는 단기, 전체보다는 부분, 깊이보다는 넓이에 갇힌 사회가 되었다는 반성”에서 기획한 이 책은 민주주의, 평화, 차이와 공존, 경제민주주의라는 큰 틀에서 여전히 유효하고 시급한 과제를 짚는다. 그 내용은 사법 정의, 동북아, 탈핵, 성 평등, 경제민주화, 자주 복지 등 이념과 진영에 상관없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할 문제로 가득하다.

마지막 5부는 ‘논쟁’이란 제목을 달았는데,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시장 대 공공성 논쟁, 역사 논쟁, 복지 논쟁이 놓인 맥락과 현실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글쓴이의 주장을 그대로 드러낸다. 읽는 이에게 동의를 구하기보다는 글쓴이의 생각을 선명하게 전하는 터라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이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겠다. 참여연대라는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고 그 바탕이 된 한국사회의 어제와 오늘까지 살펴본 당신이라면, 이제 오롯한 시민으로 자신 있게 논쟁에 참여해도 되겠다. 그 참여는 20년 후 참여연대에 새로운 기록과 의미로 남을 게 분명하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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