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0월 2014-09-29   1251

[경제] 막가파

막가파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막가파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부채주도성장’

막가파. 1996년 한 여성을 생매장해서 살해한 범죄 조직의 이름이다. 툭하면 ‘주유소 습격사건’을 벌였던 이 희대의 범죄조직을 떠올린 것은 현 정부 때문이다. 선출된 권력이 어찌 이리도 막갈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때 구호는 한 마디로 ‘증세없는 맞춤형 복지’였다. 많은 이들이 실현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박 대통령은 조세 감면과 낭비를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면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취임 1년이 안 되어서는 “경제민주화는 완수했다”며, ‘암덩어리 규제’를 없애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세월호 참사와 ‘인사 참사’로 잠깐 주춤했던 그는 재보선 압승을 계기로 ‘막가파’로 돌변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유족들을 만나는 대신 최경환 부총리를 내세워 ‘부채주도 성장정책’을 선언한 것이다. 

 

상반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경제는 겨우 0.7%를 성장했을 뿐이고 하반기 역시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한국의 1분기 수출증가율은 1.5%, 2분기는 1.7%에 머물렀고, 민간소비는  -0.3%로 떨어졌다. 

 

당연히 확대재정정책을 사용할 시점이다(한국의 정부여당에 고집스러운 재정긴축론자가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암시한 방향과는 정반대로 부자들의 감세(배당소득의 분리과세)만 단행했을 뿐, 오로지 부동산 투기에 목숨을 걸었다. 미국이나 유럽 변방 국가들의 위기를 초래한 ‘부채주도성장’이 막가파의 선택이다.  

 

참여사회 2014년 10월호 (통권 215호)

 

세수 메우기 위한 꼼수, 담뱃값 인상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뜬금없이 내년에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연이어 안전행정부는 주민세, 자동차세를 100%씩 인상하는 입법 예고로 국민들의 얼을 뒤흔들었다.  

 

도대체 담뱃값은 왜 4,500원일까? 한 갑 팔 때마다 2,000원의 세수가 늘어나겠지만 흡연을 줄이거나 아예 금연을 단행하는 사람이 많아서 오히려 총 세수는 줄어들지도 모른다. 물론 담배는 중독성 때문에 ‘비탄력적’인 상품이다(가격 인상폭에 비해 수요 감소폭이 적어서 세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10,000원으로 올리면 선진국 수준으로 흡연율이 떨어져서 복지부가 표방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가격 인상 폭에 따라 세수는 늘어나다가 이윽고 줄어들 것이다.  

 

지난 6월 조세연구원이 담배 가격과 수요 통계를 기초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4,500원 수준일 때 세수가 극대화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6,000원을 넘어가면 세수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그래서 4,500원으로 결정된 것이다. 결국 복지부는 국민 건강이 걱정되어서가 아니라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담뱃값을 올린 것이다. 여느 나라나 가난한 사람일수록 흡연비율이 높다. 그래서 담뱃값 인상은 이중으로 역진적이다. 부자나 가난한 이나 한 갑당 똑같은 세금을 낸다는 점에서 한 번, 가난한 이가 더 많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두 번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주민세는 인두세(모든 사람이 똑같은 세금을 낸다)고, 자동차세에는 화물용도 포함되어 있어서 역시 역진세에 속한다. 한마디로 ‘서민증세’다. 

 

국민연금 등 이른바 복지의 자연증가분을 서민 증세로 메우고 이들에게 빚내서 집사라고 하는 대통령과 정부에게 막가파만큼 더 어울리는 이름이 또 있을까? 결국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이 위기를 맞는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해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대책위원장은 실수 연발에 따른 당내 반발에 탈당을 고민하고 진보정당은 여전히 지리멸렬이다. 가톨릭 미사에서처럼 가슴을 두드리며 “내 탓이요”를 외쳐야 할까? 

 

정태인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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