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0월 2014-09-29   1917

[특집] 강한 군대가 평화를 보장할까

강한 군대가
평화를 보장할까

 

이미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참여사회 2014년 10월호 (통권 215호)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군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군대 내 구타와 가혹 행위라는 악습이 얼마나 뿌리 깊게 존재하는가를 보여준다. 2~30년 전 군대생활을 경험한 부모님 세대는 윤 일병 사건을 보며 지금도 그 악습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막혀 한다. 

 

변하지 않는 군대

군대는 왜 변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시민들은 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분노하면서도 군대에서의 폭력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라면 통용될 수 없는 구타와 얼차려도 ‘군대니까’ 참는다. 군대란 ‘원래 그런 곳’, 감히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는 ‘특수한 곳’이라는 통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80년대 민주화의 바람도 군만큼은 크게 변화시키지 못했다. 군은 ‘원래 그런 곳’, ‘특수한 곳’이라는 편견은 변화의 칼날을 무디게 했고, 결국 ‘하나회’ 해체 외에 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별 뾰족한 제도적 변화가 없었다. 군대라는 조직에 의문을 던지는 것은 금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세상에 원래부터 그런 것이 얼마나 될까? 한국은 언제부터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는 징병제를 실시했고, 왜 하필 60만이 넘는 비대한 상비군을 유지해 왔으며, 여전히 2년가량의 군복무기간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가라고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다른 나라들의 군대 제도를 살펴보면 이러한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더 강한 군대에 대한 집착

최근 군대 내 가혹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대안으로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젊은 장병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군 복무를 강제하는 징병제를 폐지하면 모두가 직업인이기에 구타나 가혹행위가 사라지고 인권침해 논란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자연적인 출산율 감소 상황에서 모병제까지 도입하면 대규모 병력감축으로 안보에 문제가 생긴다며 군은 이를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에는 국가 안보를 위해 강한 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군사력 확보를 위해 모병제는 시기상조라는 것. 이미 냉전 해체 직후인 1990년대 다수의 연구결과가 남한의 적정병력규모를 30~40만 명으로 추산한 바 있지만, 국방부는 안정적 전투력 유지를 위해 대규모 병력 유지가 필요하다며 병력 감축을 거부해왔다. 군복무기간 단축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군이 50만 이상의 과도한 병력 유지를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방어적 목적 때문이라기보다는 유사시 북한을 점령할 수 있는 충분한 육군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점령은 군사적으로 매우 위험천만하고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이 무모한 계획을 철회하고 방어중심의 적정병력을 유지한다면 대규모 병력 감축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지금의 60만 대군을 유지하는 것은 안보·군사적 차원의 절대적 규범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판단에 의한 선택에 불과하다. 오히려 “병력이 줄어들면 간부들의 숫자 역시 줄여야하기 때문에 병력감축 논의에 크게 반발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더욱 그럴듯하게 들릴 뿐이다.

 

군복무기간 단축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대규모의 강한 군대가 평화를 가져다주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군대 없는 국가가 존재하기도 한다. 남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에는 군대가 없다. 1949년에 제정된 코스타리카 헌법 제12조는 군대 설치를 금지하고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과 국민방위대만을 두었다. 아베정부 들어 그 취지가 변질된 바가 없지 않지만 일본의 헌법 제9조도 전쟁을 일으키거나 무력으로 위협하기를 영원히 포기한다고 선언하며 최근까지 군대가 아닌 자위대만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의 스위스에도 군대는 없고 민병대만 있다. 이렇듯 군대가 없다고 해서 다른 나라들이 함부로 침략하거나 식민지로 만들지는 못한다.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군대를 없애자는 급진적인 주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의 군대 제도와 운영에서 한국군의 개선방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동안 한국군은 북한과의 군사적 대립이라는 명분하에서 개선할 수 있는 것조차도 계속해서 연기해 온 측면이 있다. 군 복무기간만 해도 덴마크는 4~12개월이고, 노르웨이, 러시아, 대만 등 다수의 국가들이 12개월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의 군사적 현실을 고려해 볼 때 분단 상황에서도 대규모 병력을 감축하고 모병제를 도입하기로 한 결정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만은 지난 1996년 ‘국군 군사 조직 및 병력 조정 계획(속칭 정예화 감축안)’을 마련해 45만 2천 명이던 군 병력을 2001년 38만 5천 명으로, 2005년 7월 다시 29만 5천 명으로 감축했다. 불과 10년 만에 15만 7천 명(약 34.7%)을 줄인 것이다. 군복무기간 역시 1996년 24개월에서 2009년 12개월까지 축소한 데 이어, 2010년 이후에는 모병제로의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이제는 허용해야

대체복무제도의 도입도 시급하다. 사람 죽이는 훈련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소신을 지닌 이들을 징벌하는 지금의 제도는 구시대적이며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맞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징병제를 실시하면서도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하는 국가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 제도의 타당함을 인정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도 2002년부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실현하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병력수를 급격히 줄게 만들고, 안보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안보위협이 있는 시기임에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 독일과 대만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병역비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도 있지만 대체복무제는 군복무를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그 의무를 수행하는 것일 뿐이다. 

 

1961년 대체복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에는 매년 약 10만 명 정도가 군대에 가는 대신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양로원과 사회봉사, 환경보호 분야에서 일을 한다. 대만은 지난 2000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했는데, 현역병이 부족하지 않도록 현역병을 먼저 모집한 뒤에 남은 인원 중에서 대체복무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대만 역시 경찰업무 그리고 환경보호, 소방 업무에서 가장 많이 대체복무를 했다. 특히 대만의 경우 퇴역한 대체복무자들이 그동안 일했던 기관이나 단체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사회복지 서비스 인력난이 해소되기도 했고, 군대 내 부적응자들의 자살이나 안전사고도 줄어들어 인권상황도 개선되었다. 

 

최근 계속되는 사건사고에 정부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누적되어 온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부차적인 미봉책들로 군대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가려서는 안 될 일이다. 원래부터 그런 것은 없다. 젊은이들이 자살이나 구타로 죽어나가는 군대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군은 원래 그런 곳’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또 다른 윤 일병이 발생하기 전에 병영문화를 바꾸고 군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군대가 특수한 곳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질 때 시작 가능할 것이다. 

 

이미현

둘째라면 서러운 강철 체력의 소유자. 사무실에서 2시간 거리에 살면서도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평화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닮은 연예인 : 클라라(자칭), 클날라(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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