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0월 2014-09-29   1213

[특집] 군의 안보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군의 안보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한광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총무부장

참여사회 2014년 10월호 (통권 215호)

2014년 7월 17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나라사랑교육’이라는 이름의 안보교육이 진행되었다. 당시에 사용되었던 동영상 교육 자료에는 ‘여자의 배를 갈라 강제로 낙태시키는 모습’을 담은 삽화 등 초등학생 대상의 교육 자료라고하기에는 너무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이 날 강의는 동영상을 본 아이들이 충격에 빠져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터트리는 일이 발생하여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문제의 동영상을 교육 자료로 사용한 육군 소령은 “해당 동영상은 표준교안에 제시된 것을 사용한 것”이라는 대답을 남겼을 뿐이다. 

이 사건은 현재 군 안보교육의 실상을 분명히 드러내는 사례일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가 군 안보교육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그 실태를 점검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군은 언제부터 안보교육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의도적으로 강화된 안보교육

올해 4월 감사원에서 발행한 ‘대국민 안보교육 추진실태’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2월 21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같은 해 3월과 11월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전 국민의 안보의식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에 따라 국방부는 2011년 2월, 청소년 대상 안보교육에 군 관련기관 안보전문가 30명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G20세대 안보교육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같은 해 3월에는 교육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학생들의 올바른 국가관 및 안보의식 함양”을 위한 교류협력(이하 안보교육 협약)을 체결해 “학교의 안보교육 및 교원연수 등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결정한다. 이 안보교육 협약에 근거하여 각 지역 군 부대들은 2012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각 시·도 교육청들과 안보교육 협약을 체결하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안보교육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 추진 배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 안보교육은 전 국민의 안보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전직 대통령의 지시에서 시작되었다. 국민들에게 ‘여성의 배를 가르고, 낙태시키’는 등 폭력적인 장면을 보여줘 적개심과 혐오감, 군사주의를 주입시키면 우리 사회는 더욱 안전해지는 것일까? 군이 안보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현재 군이 진행하고 있는 안보교육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폐쇄적이고, 부실한 군 안보교육

군 안보교육의 문제점으로 먼저 군의 폐쇄성을 지적해 볼 수 있다. 강동구 초등학교 사건을 발단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방부에 청구한 ‘안보교육 관련 정보공개’ 답변서에서 군은 문제의 영상이 포함된 교육자료를 포함하여, 국방부가 보유한 대 국민 교육 자료 일체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대외제공이 제한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안보교육’ 자료가 안보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더해 군은 안보교육 자료 제작 시 교육 자료로써 효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어떠한 외부 자문과 검토를 받지 않고 있으며, 강의의 개선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강의 사후 평가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이 제작하고 진행하는 안보교육은 교육 대상을 과도한 폭력에 노출시키고, 힘의 논리에 따른 군사주의를 정당화하며, 국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불필요한 적개심을 심어 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그리고 서울 강동구 초등학교 사건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대표적인 사건이다.

다음으로 안보교육 내용의 부실함이다. 감사원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 군이 진행하고 있는 대 국민 안보교육은 ‘명확한 정의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그리고 군은 ‘2014년 3월 국방정신전력원에서 표준교안을 제작하기 이전까지 강의를 맡은 해당 강사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자료를 기초로 교육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군이 안보교육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급급해 안보교육이 교육 대상자들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군의 방식과 논리를 주입해 왔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군의 존재이유에 대한 물음과 관련된 것이다. 안보는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뜻한다. 그리고 군은 대표적 경성권력Hard Power으로 군대라는 물리력을 바탕으로 이를 수행하는 집단이다. 군이 이러한 자신의 존재이유를 망각하고 사회로 나와 국민들을 ’안보화’의 대상으로 삼아 ‘안보교육’에 열을 올리면 우리 사회와 국가는 더 안전해지는 것일까? 

사람 중심의 군대문화 정착에 힘써야 

윤일병 구타사망사건, 임병장 무장탈영사건, 그리고 최근에 발생한 특전사 전기고문 사건에 이르기까지 군 내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들의 중심에는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이며, 폐쇄적인 군대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전장이 아닌 일상의 폭력으로 죽음과 탈영이 끊이지 않는 군에서는 안보의식이 바로 설 수 없을 것이다. 현재 군이 안보를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은 사회로 나와 적개심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군 내 개혁을 통해 올바른 군대문화를 확립해 나가는 것이다.

군이 우리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군은 과도한 안보논리를 앞세운 특유의 폐쇄성과 군 내에 만연한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군대문화로 인해 수많은 사회 불안을 일으켜 왔다. 몇 일전 참석한 군대 문화 개선 관련 공개강연에서 15살 아이를 둔 한 아버지는 아이가 군대에서 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 태권도를 가르칠까 고민 중인데, 군 내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하였다. 군대에 가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는 법부터 배울 것을 고민하게 하는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한 아버지의 불안이 우리 사회가 현재 군을 바라보는 가장 정직한 시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군의 ‘안보’를 바로 세우고, 사회가 느끼는 군에 대한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군에게 필요한 최선의 ‘안보교육’은 민주적이며, 인권이 존중받는 사람중심의 군대문화를 군 내에 정착시키는 일이 아닐까? 

강동구 한 초등학교에서 폭력적 안보교육이 진행됐으나, 국방부는 교육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린이에게 보여준 자료를 어른에게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광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시민평화포럼에서 사회개혁과 평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