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4월 2015-04-02   727

[특집] 끝까지 기억해야 할 의무

끝까지
기억해야 할 의무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사고가 참사로 변질되는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고 침몰했다.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침몰하는 배에 갇힌 국민들을 구하지 않았다. 세월호의 승객을 구하려고 일부 승객과 어민들이 발버둥 칠 동안 국가는 일부 선원들만 구한 채 오히려 구조작업을 막기까지 했다. 차가운 바다 속으로 침몰한 그 배에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을 생명들을 국가는 배신했다. 국가는 그곳까지 쫓아간 가족들을 기만했고, 언론들은 정부의 발표만을 앵무새처럼 실어 날랐다. 그런 대참사는 큰 트라우마를 남기기 마련이다.

이제 4월이다. 큰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이들에게 다가오는 4월은 너무도 잔인한 계절이다. 1년이 넘도록 시신 수습조차 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의 소원은 유가족이 되는 것이다. 진실은 규명되지 않았고, 어렵게 만든 특별조사위원회는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다. 실종자 수색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정부는 세월호 인양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우리는 기억의 의무를 되새긴다. 세월호 참사의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참여사회 2015년 4월호 (통권 221호)

 

기억해야 할 의무

1996년 유엔 인권소위원회는 ‘중대한 인권침해범 불처벌에 대한 보고서(루이 주아네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은 진실을 알 권리를 갖고 있으며, 국가와 사회는 기억할 의무가 있다. 더욱이 희생자와 그 가족들은 진실을 알아야 할 불가침의 권리를 갖고 있다. 이 보고서의 원칙들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들이다. 국가가 제대로 진실을 밝혀 기소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직접 기소하는 방안도 국가들에 권고하고 있다.

진실을 알고 기억해야 하는 일은 과거의 인권침해 사건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다짐이다. 죽은 이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은 다시는 세월호 참사를 겪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프고 힘든 일이므로 덮자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세월호보다 더 끔찍한 대형 참사를 예비한다는 의미와 같다. 세월호 참사를 낳았던 자본주의 경쟁과 이윤의 시스템은 고스란히 유지될 것이고, 대형사건을 일으킨 책임자들은 그 뒤에 숨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윤보다 생명, 돈보다 안전을 선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잊은 채 다시 눈 감고 벼랑 끝을 향해 달리는 기차에 몸을 맡기는 꼴이다.

정녕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고 하는가? 아직은 모른다. 지금도 세월호 참사는 진행 중에 있으며, 지난해에 만든 특별조사를 위한 법률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모든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지겹다고 했다. 거기에다 여당 정치인들의 막말, 종편과 일베들의 유가족에 대한 모욕과 조롱은 유가족들의 진정을 의심하는 말로 번져갔다. 이는 세월호 참사를 덮자고 하는 정부 여당의 무책임한 주장이 먹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이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 곳곳의 시민들과 해외의 교포들은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지금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19박 20일 간 450Km에 걸쳐 이루어진 유가족들의 도보행진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와는 달리 세월호를 반드시 인양해야 한다는 여론 또한 60%가 넘는다. 

많은 이들은 아직까지 끝까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눈 뜬 자들의 국가’의 시민을 만들어냈다. 나와 내 가족의 행복과 안녕만을 중시하고 남의 고통과  시련을 외면해왔던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안전사회를 위한 활동들에 나서고, 핵 폐기장 반대 투쟁에도 연대하며, 불안정노동이 갖는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이런 ‘눈 뜬 시민들’에 의해서 기억되어야 한다.

진실을 알고 기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세력들과의 기나긴 싸움이 앞에 놓여 있다. 그들은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린다. 그렇지만 끝까지 잊지 않으려는 ‘눈 뜬 시민들’ 있는 한 세월호의 진실은 묻히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을 때, 진실을 향한 행진을 중단하지 않고 밀고 나갈 힘이 생긴다.

그러므로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행동은 살아남은 이들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고, 존엄한 인간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려는 이들의 의무다.

 

 

박래군
인권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인권재단 사람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인권운동의 지속 가능한 조건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은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많은 시간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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