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4월 2015-04-02   1277

[특집] 안전의 관점에서 본 세월호 참사의 남은 과제

안전의 관점에서 본
세월호 참사의
남은 과제

박주민 변호사, 세월호 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

 

어떤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한다는 것을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기술발전 혹은 사회변화에 따라 새로이 발생하는 위험을 잘 발견하고, 그 위험들을 잘 통제하는 과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위험을 발견하고 통제하는 데 유용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런 시스템을 적합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신과 능력껏 관리하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잘 유지되고 발전되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우리사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을 밝혀야 하며, 무엇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살펴보겠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안전시스템의 무력화

우리는 이미 2009년 이후로 해상안전과 관련된 많은 규제들이 무력화되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무력화는 각종 경제적 요구들에 대한 부응으로 치장되어 왔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과정이 합리적 논의와 고민을 통해 이루어져 왔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국민권익위의 제안에 따라 선령완화 등 규제완화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여 왔으나 2014년 국민권익위에 대한 국정감사과정에서 위와 같은 규제완화가 청와대와의 사전협의 하에 이루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배 모 서기관은 “국토해양부 관련하여 모두 94건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는데 한 20건씩 모이면 중간 중간 청와대에 가서 협의하고 설명하고, 94건이 완결된 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1) 이런 증언이 사실이라면 위와 같은 규제완화는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것이 된다. 규제완화를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해 정부기관의 말이 엇갈리는 것 자체가 규제완화 과정에 밝히기 어려운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이런 규제완화를 주도하였는지, 그 과정에서 부정은 없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참여사회 2015년 4월호(통권 221호)

그나마 있는 안전시스템도 무력화시키는 인사와 문화

역시 널리 알려져 있듯이 세월호 참사 당시 약화된 안전시스템 조차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능력 없고 부패한 인물로 이루어진 인사와 시스템을 녹슬게 만드는 문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중대본 위원장이었던 강병규 안행부장관은 유정복 장관이 인천시장으로 차출되면서 임명되었는데 재난 대응 경험이 전혀 없었다. 안전업무를 전담했던 안행부 제2차관직도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 출신인 비전문가가 임명되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의 실무를 담당하는 안전관리본부 본부장 역시 비전문가와 다름없었다. 지휘부뿐만 아니라 중대본의 실무를 담당하는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에서도 재난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안전관리본부 소속 134명의 공무원 중 재난안전 분야와 연관이 전혀 없는 공무원이 55명으로 전체의 40%가 넘었다.2) 이런 부실한 인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재난안전을 담당해야 하는 부처가 사실상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공무원들로 채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그런 인사를 주도한 사람은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선박의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해운회사와 관련된 이익단체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행정기관인 해양수산부와 해경의 유착관계는 이미 관행화되어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가운데 해양수산부 출신이 기관장인 곳은 11곳에 이른다. 한국해운조합은 주성호 이사장을 포함하여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양수산부 출신이다. 해운조합 본부장(상임이사) 3명 가운데 2명도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고위간부 출신으로 사실상 한국해운조합 고위직은 해피아가 장악하고 있다.

대형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진행하는 한국선급 역시 해피아의 그늘 아래 있다. 한국선급은 1960년 출범한 이후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8명이 해양수산부를 포함한 정부 관료 출신이었다.3) 해양수산부 출신이 산하기관의 장을 맡다보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선박안전법상 여객선은 5년마다 정기검사, 1년마다 중간검사를 받아야 한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2달 전인 2014년 2월 10일, 한국선급 목포지부는 세월호에 대해 중간검사를 실시했다. 당시 검사에서 조타기, 스태빌라이저stabilizer, 선박의 흔들림을 감소시켜 주는 장치, 물에 닿으면 저절로 펼쳐지는 구명벌(구명정) 등 200여 개 항목을 점검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처리됐다. 중간검사 이후 15일이 지난 2014년 2월 25일 인천해경,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방해양항만청 등 5개 관계기관이 실시한 특별 점검에서도 핵심 구명장비의 오작동 가능성은 걸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침몰 당시 갑판 양쪽에 설치돼 있던 25인승 구명벌 46척 중 제대로 작동한 것은 단 한 개뿐이었다. 이러한 부실검사는 비단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인 구조의 문제다.

최근 5년간 한국선급의 선박 검사 합격률은 놀랍게도 평균 100%다. 5년간 총 1만 255척의 선박이 검사를 받았는데, 모두 합격한 것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이 지난해 10월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선박 검사 합격률은 평균 99.99%였다. 실제 2011년과 2012년 선박 검사 합격률은 각각 99.98%, 99.96%를 기록했다. 그런데 선박 결함으로 인한 사고 비율은 같은 기간 6.8%에서 12.1%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4) 

감사원 감사결과 등에서 일부 해피아의 문제가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해양수산부 및 해양경찰청 소속 공무원 등 총 50여명에 대한 징계 등 인사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구체적인 징계대상자를 살펴보면 해운조합 운항관리자 15명, 한국선급 검사원 3명 등 하위직급의 실무자에게 그 책임을 주로 묻고 있고 책임이 큰 해피아의 고위간부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그 잘못을 밝히지 못했다. 검찰 수사 역시 일부 하위급 직원들에 대한 처벌만으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해피아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어떤 불법적 이익을 향유했고, 이를 위해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바른 일하기 어렵게 하는 조직문화

참사를 겪고 그 참사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움직여 왔던 피해자 가족들이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는 “관례가 없어서 못 한다”거나 “그것은 관행이다”이었다. 이 두 가지 말은 관례와 관행이 지배하는 공무원사회 혹은 정치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례나 관행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관례와 관행이 있으면 법과 원칙이 아니라 그것을 따른다는 의미이다. 관행이나 관례를 따른다는 것은 해당 조직의 위계질서 속에서 윗사람의 인정(묵인)을 받아 온 일처리 방식이 법과 원칙 혹은 매뉴얼보다 우선한다는 의미이다. 법과 원칙이 무시되고 관행이나 관례를 따르는 모습이 결국 참사를 야기했고, 역사 이래 전례가 없는 참사 앞에서 울부짖는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관행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못해 준다는 대답이 수도 없이 돌아 왔다.

말콤 글래드웰은 1997년 KAL기 괌 추락 사고는 위계질서를 존중하여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문화로 인해 일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비바람 부는 악천후에도 기장이 착륙을 강행했지만 부기장이 “노No”라고 직언하지 못해 대형 참사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글래드웰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권력간격지수Power?Distance?Index라는 것을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권력간격지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만큼 위계질서가 강하다. 그래서 상사의 뜻이라면 옳지 않은 것이라도 거스르기 어렵고 바로잡기 어렵다. 또 상사의 명령이 없으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움직이는 것도 어려워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어느 누구도 위계질서 하에서 굳어진 관행을 비판하거나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위(조타실)의 명령이 없이는 독자적 판단으로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라는 방송도 하지 못했다. 이런 문화가 형성되는 원인을 밝혀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희생을 기리며

세월호 참사를 겪고 많은 사람들이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를 위한 깊이 있는 반성과 실천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정권이 단지 이 참사를 잊고 지나가려고만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고귀한 희생을 치르고도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또 위험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처절한 반성과 희생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도 좀 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1) 아시아투데이경제, 2014년 10월 10일, 「세월호 참사 원인 여객선 선령완화, 청와대 작품」
2) 연합뉴스, 2014년 5월 11일,「안행부 안전부서 공무원 10명 중 4명 ‘無경력자’」
3) 조선비즈, 2014년 5월 2일,「해피아,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
4) 뉴시스, 2014년 4월 21일,「최근 5년간 선박 안전점검 합격률 ‘99.99%’」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고, 지난해부터는 세월호 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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