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5월 2015-04-30   841

[듣자] 4월에서 5월로, ‘핀란디아’

4월에서 5월로, ‘핀란디아’

 

이채훈 MBC 해직 PD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이 음악을 듣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Finnlandia Helsingki Philharmonic을 검색하세요.
https://youtu.be/0lCnguTtsSQ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1865~1957의 조국 핀란드는 ‘숲과 호수의 나라’로 불린다. 이 나라는 전국토의 70퍼센트가 원시림으로 덮여있고 크고 작은 호수가 6만 개나 된다. 시벨리우스가 태어나서 자라고 젊은 시절을 보낸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핀란드는 이웃 러시아의 압제에 허덕였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핀란드를 러시아에 병합하려고 자치권을 폐지하고, 의회와 언론을 탄압하고, 러시아어를 강요하는 등 온갖 핍박을 가했다. 암울한 시대의 한복판, 시벨리우스는 상처 입은 조국에 대한 피 끓는 사랑을 담아 <핀란디아>를 작곡했다.
 
1900년 7월 2일 파리의 만국박람회장에서 헬싱키 필하모닉의 연주로 초연됐다. 당시 ‘수오미Suomi, 호수의 나라’란 제목으로 발표하여 핀란드 국민들의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는데, 러시아 정부는 내용이 너무 선동적이라며 연주 금지령을 내렸다. 마침내 1904년, 핀란드 국민이 일으킨 대파업에 러시아 정부는 충격을 받고 한 걸음 물러서게 된다. 이 곡도 해금되어 제목도 <핀란디아>로 당당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이 음악을 들으면 짙은 안개에 잠긴 호수와 깊은 숲의 정경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곡은 결코 핀란드의 웅장한 자연을 묘사한 음악이 아니다. 여기에는 핀란드를 짓누르는 암울한 공기, 그리고 이를 단숨에 씻어내려는 민중의 뜨거운 열정이 있다.
금관의 묵직한 포효, 팀파니의 격정적인 박동으로 시작한다. 감정이 서서히 고조되고, 마침내 걷잡을 수 없는 함성으로 폭발한다. 회오리바람처럼 솟아오르는 현악의 몸부림이 가세하고 당당한 민중의 행진이 시작된다. 금관의 거침없는 포효, 햇살처럼 찬란한 심벌의 환호는 현악의 거대한 소용돌이와 만나고, 이윽고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합창과 목관이 차분히 생각에 잠겨 ‘핀란드 찬가’를 노래한다.
 
“오 핀란드여, 보아라, 날이 밝아온다.
밤의 두려움은 영원히 사라졌고, 하늘도 기뻐 노래하네.
나 태어난 이 땅에 아침이 밝아오네.
핀란드여 높이 일어나라, 노예의 굴레를 벗은 그대,
압제에 굴하지 않은 그대, 오 핀란드, 나의 조국….”

 

핀란드 사람들은 지금도 수많은 행사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되새긴다. 그러나 <핀란디아>는 핀란드 국가國歌가 아니다. 이 노래를 새로운 국가로 하자는 의견이 대두했으나 기존 국가와 혼동할 우려가 있어서 채택되지 않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어떤 결혼식>이 동영상을 보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결혼식을 검색하세요.

https://youtu.be/ERE2-FWh164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온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 국민의 아픔을 함께 하는 대통령을 가지지 못한 황량한 나라.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절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배웠는데,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냐?” 강요된 애국심은 가짜다. 국민들이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사랑할 수 있는 조국은 어디에 있는 걸까.

 

유가족들의 피눈물 나는 마음을 진심으로 어루만졌다면 4월은 이토록 잔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5월이 돼도 이 땅의 위정자들이 마음을 돌이킬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아직도 9명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유가족들은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간다. 엉터리 시행령으로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선체 인양이 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체 하고, 돈으로 유가족들을 모독해 온 사람들…. 그들은 성완종 메모에 이름이 오른 그들과 필시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보훈처는 4·3 추념식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 대신 <비목>을 부르게 했다고 한다. 5월이 돼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5·18 추념식은 반쪽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했고, 이에 항의하여 유족들과 5월 단체들은 추념식 참석을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이군경회 노인들, 사복경찰들, 관제합창단이 썰렁한 행사장을 메울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이 무엇인가? 80년 5월, 전두환을 비롯한 정치군인들이 정권을 탈취하려고 쿠데타를 일으키자 시민들이 결연히 저항한 사건이 아닌가. 신군부의 잔인한 살육에도 굴하지 않고 시민들이 합심하여 해방 공동체를 이룬 빛나는 역사가 아닌가. 광주 시민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룰 수 있지 않았는가. 단시일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국제사회가 부러워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5·18 민주화운동 덕분 아닌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금지하는 것은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영령들을 욕보이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는 짓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로 하자는 게 아니다. 5·18 민주화 운동 추념식에서 자연스레 부르도록 그냥 내버려 두란 말이다. 

 

 

이채훈 MBC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2012년 해직된 뒤 ‘진실의 힘 음악 여행’ 등 음악 강연으로 이 시대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저서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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