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5월 2015-04-30   895

[정치] 아직 유효한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아직 유효한
‘나쁜 놈들 전성시대’

 

이용마 MBC 해직 기자

 

“배신”이 난무하는 조폭 문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조폭과 공무원, 사업가 간에 난마亂麻와 같이 얽힌 관계를 잘 그려낸 영화다. 주인공이 부산세관의 하위직 공무원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하기까지 조폭과 뇌물은 필수였다. 이권을 챙기기 위해 검찰과 고위직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고, 경쟁자들을 정리하기 위해 조폭을 끼지 않으면 안 되었다. 부패한 공무원과 조폭, 사업가 등 3자가 잘 어우러지면서 3자는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정권 차원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3자 간의 관계는 허물어진다. 부패한 공무원은 외면하고, 주인공인 사업가는 자신의 비리를 덮고 살아남기 위해 조폭을 팔아넘긴다. 최후의 승리자가 된 사업가. 그는 자신의 아들을 검사로 만든다. ‘권력’을 쥔 검사 아들을 둠으로써 다시는 수모를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시대적 배경은 비록 1980년대이지만 이 시대에도 아직 유효하다. 당시부터 활동해온 인물들이 아직도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아남은 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사업가의 입장에서 정말로 부패한 ‘사정대상 1호’는 무엇보다 자신에게서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고위직에 올라 청렴한(?) 공무원으로 돌변해 자신을 부패의 주범으로 처벌하려고 할 경우 이 사업가의 심정은 어떨 것인가. 성완종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 여권의 핵심 실세들을 겨누며 ‘의리’와 ‘신뢰’를 거듭 강조하는 대목에서 돈으로 얽힌 이 끈끈한 관계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그가 강조하는 ‘의리’와 ‘신뢰’는 돈으로 다져진 조폭 문화와 다름없다. 조폭 문화의 특징은 겉으로 미화된 ‘의리’ 대신 철저한 ‘배신’이다. 더 이상 뜯어먹을 게 없다고 판단될 경우 가차 없이 버리는 것이다. 혹은 나에게도 피해가 올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상대를 중간에 가차 없이 끊어버리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이 말하는 ‘의리’와 ‘신뢰’는 조폭 세계에서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참여사회 2015년 5월호 (통권 222호)

                                            ⓒatopy

나쁜 놈들이 전성하는 이유
이완구 총리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등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여권의 핵심 인사들은 공식대로 모두 성완종 전 회장과의 친분 관계를 부인했다. 일부 인사들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이는 상관없다.
성완종 전 회장이 ‘의리’ 있는 인물로 평가한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등 4인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그저 고인의 어려움을 잘 들어준 것밖에 없다는 식의 반응이다. 가능하면 성 전 회장과 얽히지 않으려는 속내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성완종 전 회장은 공무원과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뇌물 로비에 대해 큰 잘못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오로지 사업을 위해서 한 당연한 일인데, 개인 비리로 몰고 가는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다.
문제는 ‘성완종 리스트’에서 거론된 이들이 모두 박근혜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라는 점이다. 성완종 전 회장은 특히 자신의 돈이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부패한 검은 돈이 대통령 선거에까지 흘러들어간 것이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청와대마저 검은 돈에 오염된 것이다.
이쯤 되면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시작 전부터 큰 암초를 만났음을 알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검찰이 과연 손댈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신을 포함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검찰에 수사권을 줄 수 있을까? 이미 불법자금 수수 정황이 드러난 이완구 총리나 홍준표 경남지사 정도를 쳐내는 것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지는 않을까?
단 한 차례 대선자금 수사로 불법자금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성완종 리스트’를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다. 불법자금을 고리로 공생하는 정치인들과 사업가들이 존재하는 한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용마
정치학 박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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