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5월 2015-04-30   2279

[특집] 최저임금, 얼마가 적절한가?

최저임금,
얼마가 적절한가?

 

최재혁 노동사회위원회 간사

 

매년 있는 최저임금 논의인데, 올해는 과정과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정부·여당의 경우 최저임금을 올리자고 말하지만 얼마나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입장은 확인하기 어렵고, 야당‘들’의 경우 시급으로 대략 8,000원 수준의 최저임금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 중 압권은 단연 ‘최저임금 1만 원’이다. 3년 전쯤부터 알바노조는 최저임금을 시급 1만 원으로 올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보장하고, 노동시간을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보수·진보를 떠나 남녀노소가 ‘아무리 그래도 최저임금 1만원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핀잔을 주고 있다.

 

특집-삽화-최재혁

                                            ⓒatopy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확신하기는 힘들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시급으로 1만 원으로 인상될 경우 월급이 200만 원이 되는데, ‘월급’의 총액이 아니라 ‘기본급’이 200만 원이 되어야 한다. 연봉이 얼마든, 기본급이 200만 원 미만인 노동자 모두가 최저임금 1만 원의 영향권에 있게 된다. 사용자는 수당, 성과급 등 기본급 외 항목으로 책정된 금액을 기본급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임금총액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 최저임금이 시급 1만 원이 되면 사용자에게 임금에서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므로, 노동자 대부분의 임금수준이나 임금구성이 바뀔 것이다.
가치판단 없이 계속 소설을 써보자. 청소년이 편의점에서 일해서 월 200만 원을 벌 수 있다면, 부모나 학교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해지면, 청소년의 선거권을 부정할 근거가 부족해지지 않는가? 인상된 최저임금이 모두 집값으로 빠져나가 임대소득자 주머니로 들어갈 수도 있다. 정부는 아직도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현재 수준의 노동조건에서도 도덕적 해이를 들먹이며, 복지를 줄이자고 하는데,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이 월 200만 원이면 복지를 ‘대폭’ 줄이자는 주장도 당연히 나올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최저임금이 1만 원은 경제성장 이상의 의미와 영향력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저임금이라는 사회변화의 상상력
정부와 여·야는 소위 ‘소득주도성장론’을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논리다. 소득주도성장론이 말하는 최저임금은 내수 진작을 위해 필요한 소비량과 이를 가능케 하는 소득의 적정수준을 의미한다. 이때 최저임금은 노동의 가치나, 노동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이기 보다는 경제성장을 위해 시장에 종속된 경제정책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이 어떤 지향을 위한 정책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지향이 꼭 경제성장일 필요는 없다. 최저임금의 정책적 목적에 대한 상상이 중요하다. 최저임금은 생계비는 오르지만, 실질임금은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할 임금수준에 대한 상상일 수도 있고, 커져가는 파이에서 노동이 가져가는 몫, 다시 말해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노동을 통한 소득 분배에 대한 장기적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일 수도 있다. 한 해에 2,00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저임금 노동구조의 해체를 위해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을 최저임금으로 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일지도 모른다.

최저임금이 임금의 최저선이자 동시에 여러 사회제도의 기준이라는 점 또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의 하한선은 최저임금의 90%이다. 우리 사회가 지급하고, 보장하는 여러 가지 공적인 기금 가운데, 많은 것이 최저임금을 기준 혹은 하한선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최저임금은 노동이란 특정 분야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며,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수준을 결정하고 증명하는 중요한 지표다. 최저임금이 경제성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가장 현실적인 쟁점은 자영업자다. 그러나 최저임금과 자영업자의 관계를 노동자와 자영업자 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봐서는 안 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자영업자 동향과 시사점>(2013.03)에 의하면, 2011년 시점에서 100개의 자영업이 창업할 때, 동시에 85개가 폐업했다. 음식점을 기준으로 하면 100개의 가게가 개업할 때, 무려 95개가 폐업했다.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폭은 5~6%였다. 노무현 정부의 최저임금인상폭은 10% 내외였고, 박근혜 정부는 7%정도다. 자영업자의 폐업과 최저임금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자영업자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재벌대기업이 자영업자에게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외면하거나 전가하기 때문이며,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의 이윤 분배가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전화로 할 수 있는 주문을 배달앱을 통해 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 카드수수료와 건물임대료가 문제다. 최저임금을 통해 오히려 중소자영업자와 노동자가 연대해 재벌대기업과 함께 싸워야 할 새로운 사회적 과제가 부각된 것이다.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지난 4월 15일, 미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해야 한다는 시위(Fight for 15)가 벌어졌다. 연방 최저임금이 7.25달러니까 최저임금 수준을 2배로 인상하자는 요구다. 이 요구는 최저임금이 40센트에서 75센트가 되었던 1951년 이후 가장 화끈한(?) 숫자라고 한다. 연방 최저임금이 있고, 주 최저임금이 따로 있는 미국에서 지난해 시애틀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한다는 조례를 제정했다. 2021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데, 직원 수 500인을 기준으로 기업 규모별로 차등해서 적용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현재 최저임금은 오바마가 제시하는 연방 최저임금 수준인 10.10달러보다 높다. 샌디에이고는 샌프란시스코보다 높고, 워싱턴 DC는 내년까지 샌디에이고 수준인 11.50 달러까지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최저임금은 사회를 운영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결정하는 사회적 타협이자 정치적 결단이다. 우리는 완전경쟁시장에 살지 않으며, 아무도 노동의 한계생산성에 의해 임금을 받지 않는다. 최저임금의 수준도, 재벌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강제하는 턱없이 낮은 단가도, 가맹점주에게 받아 챙기는 수수료도, 모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의제일 뿐이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그 비용을 누가 얼마나 책임질 것인가 하는 것 역시 우리의 선택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경제성장을 넘어, 어떤 사회여야 하는가에 대한 상상력이어야 한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최저임금에 대한 현실적인 요구임과 동시에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의 전환이다. 최저임금의 수준만큼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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