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5월 2015-04-30   1679

[특집] 임금을 받을 때 생각할 것들

임금을 받을 때
생각할 것들

 

백우연 청년유니온 노동상담국장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하는 모습은 다양하더라도 다들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소중한 노동의 정당한 대가, 임금을 제대로 받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의무교육을 오랜 기간 받았으면서도 일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는 배운 적이 없으니 문제가 생겼을 때 속수무책이다. 급여를 받고도 제대로 받았는지 모르고, 못 받고도 얼마를 못 받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래서인지 청년유니온에는 노동상담 요청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전화를 건 이들이 처음 꺼내는 말은 대체로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다. 인터넷을 가장 능숙하게 활용할 것 같은 청년들도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는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식인의 답변, 관공서의 문서, 대법원 판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과 연결시켜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법에 문외한이거나, 돈 계산에 취약하더라도 아래의 몇 가지 내용만 기억한다면, 급여 때문에 눈물 흘릴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내용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참여사회 2015년 5월호 (통권 222호)

 

첫째, 근로계약서를 꼭 받아서 외울 정도로 자세히 보자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가 의무화된 지는 벌써 4년이 되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아직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곳이 많다. 근로계약서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근로조건이 명시되어야 하고, 특히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 내용에 따라서 임금이 계산되고 지급되는 것이니 종이 쪼가리라고 해도 근로계약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상담을 할 때 가장 먼저 묻는 말이 “근로계약서는 쓰셨어요?”다. 그런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기에는 시간제로 일하는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상용직 직장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저희 회사는 체계적인 곳이 아니라서 아무도 그런 걸 안 써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입사할 때 보았던 구인공고를 저장 해두면 좋다. 구인공고에도 근무조건이 표기되어 있어 근로계약서를 대체할 만한 자료가 된다. 면접을 보거나 실제 계약을 체결할 때에 비밀리에 녹취를 해둔다면 역시 근무조건을 밝힐 자료가 된다(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돈을 주기로 해놓고 안 준다면, 대화 녹취나 구인공고처럼 돈을 주기로 했던 증거를 노동부에 가져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증거자료들을 잘 모아두기를 권고한다.

 

둘째, 급여명세서에는 월급의 비밀이 있다
기다리던 월급 날, 통장을 보면 그저 몇 개의 숫자들과 회사 이름만이 덩그러니 찍혀있다. 근로계약서도 없고 임금체계도 모른 채 월 급여가 얼마인지만 듣고 입사하는 판국에, 많은 이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월급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나름의 계산방법과 항목에 맞추어 산정된 결과물이다. 근로계약서를 잘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급여명세서다. 급여명세서는 임금이 지급되고 공제되는 이유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영수증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급여명세서에는 법적 최저기준에 따른 기본급,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의 항목이 있고, 회사에서 개별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상여금, 성과급, 복리후생비, 직책수당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그리고 4대 보험료와 소득세, 주민세, 노사합의에 따라서는 노동조합의 조합비가 공제되기도 한다.
급여명세서를 받아들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근로계약서에는 지급하기로 되어있지만 실제 급여에서 빠지거나 줄어든 항목은 없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또 실제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한 시간에 맞게 임금이 지급되었는지도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다. 급여명세서가 있다면 자신의 임금의 비밀을 파헤치기에 용이하지만, 현재 급여명세서 지급은 의무가 아니다. 근로계약이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임금지급의 정당성 여부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급여명세서 교부도 속히 의무화되길 기대해본다.

 

셋째, 임금지급에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
근로계약서에 약속한 대로 임금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반드시 지켜야할 것이 네 가지 있다. 통화불 원칙, 전액불 원칙, 직접불 원칙, 정기일불 원칙이다. 이에 관해 하나씩 풀어보겠다.
(1) 통화불 원칙은 현실 세계에서 통용 가능한 화폐로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자배달원에게 피자를 일당으로 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인데, 심지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2) 전액불 원칙은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다가 의자가 부서졌다고 해도 의자 값을 월급에서 공제하고 줄 수 없다는 뜻이다.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빌린 돈이 있다고 해도 사용자가 “돈 갚는 것으로 치고 이번 달 월급은 없다”라고 말할 수 없다. 받을 돈과 상관없이 줄 돈은 일단 주어야 한다. (3) 직접불 원칙은 노동자 본인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라는 뜻이다. 급여를 팀장에게 몰아서 주고 팀원들과 나누라고 할 수 없고, 부모, 자녀, 친구, 애인에게 대신 전해주라고 할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4) 정기일불 원칙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임금을 주되, 정해진 날에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긴다면 임금체불이 발생했다고 보고,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노동의 대가를 평가절하 하는 사회 분위기 바꾸어야
“돈 벌기 위해 근무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최근 편의점에서 낸 구인공고에서 “전화로는 시급을 알려주지 않겠다”며 덧붙여 써놓은 말이다. 이에 편의점까지 ‘열정페이’를 내세우냐며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게 해 줬다는 핑계로 청년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열정페이’가 많은 이들을 울리고 있는 시점에서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다.
‘열정페이’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숨어있다. 배우겠다는 자세로 무엇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들어야 할 시기에 안정적인 임금을 바라는 건 천박하고 무례하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됐음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임금은 천박하기는커녕 성스러운 것이다. 오히려 열정페이야말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발목 잡는 요소인 것이다.

지금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증거를 모아야 하고, 재직 중에 진정을 제기하면 해고당할까봐 임금체불도 꾹 참아야 하고, 급여명세서를 달라고 했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지 않게 회사를 조용히 다녀야 한다. 하지만 작은 목소리가 모여서 큰 목소리가 되듯이 작은 노력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면, 언젠가는 성스러운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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